무인양품의 집 : 거주의 형태
'물건을 가지지 않는 생활'에 대한 칼럼을 쓴 것이 2008년 11월입니다. 그로부터 약 8년 반이 지나 '물건을 가지지 않는 생활'은 '컴팩트 라이프'나 '미니멀라이프'라는 시민권을 획득해 '동경의 대상'처럼 되었습니다. 이 단어는 단순히 '쓸모없는 것을 없앤 생활'을 넘어 '정성스럽고 주의 깊은 생활'과도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필요 없는 것을 가지지 않으면,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만을 소중히 여기는 것뿐 아니라 가족과 자신을 넘어 주변 사람과 만나는 '장소'나 '시간' 또한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어 더욱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아마 그것은 물건이 넘치는 요즘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단순하고 간결한 생활을 누리던 예전의 삶이 더욱 풍요로웠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집에는 욕조, 텔레비전, 스마트폰 같은 것들이 당연한 듯이 있지만 예전에는 전화기도 없는 집이 많았습니다.
욕조가 집에 없으니 목욕탕에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요. 목욕탕은 이웃과 교류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텔레비전 또한, 스포츠 중계가 있는 날이면 텔레비전이 있는 집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 함께 경기를 보았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바에 모여 단체로 응원을 하는 것처럼 그곳의 분위기가 고조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거기에 더해서 전화기가 없는 집은 전화번호란에(부름)이란 주석이 달려있어서, 그곳에 전화를 걸으면 전화기의 주인이 근처에 사는 사람에게 달려가 전화를 받으라고 하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소금, 간장 같은 조미료가 떨어지면 요즘처럼 편의점 같은 것이 있을 리가 만무하니, 당연히 근처 이웃집에서 빌려오기도 했습니다.
거기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정이 넘치는, 요즘 우리들이 원하는 ‘풍족함’이란 것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필요해서 집에 가져다 둔 물건들이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특히, 공간이 한정된 도심부의 집에서는 ‘빌리고’, ‘공유하는’ 것이 ‘소유하는’ 것보다 합리적일 수 있으며, 그를 통해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생기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셰어하우스나 공중목욕탕, 편안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 같은 ‘장소’의 공유나, 카셰어, 셰어오피스, 책 대여 등, 필요할 때에 필요한 것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는 점점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차와 가구, 별장 등 기존에는 개인 소유가 아니면 쓸 수 없던 것들도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까지와 다른 생활방식이 생겨나겠지요.
누구나 쓸 수 있는 범위부터, 공동주택의 거주자에게만 한정하는 범위까지, 앞으로는 공유와 공동의 인식도 점점 바뀔 것 같습니다.
현대인을 어떤 것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요? 공유를 통해 생활방식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까요? 이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2017년 4월 25일, 무인양품의 집, ‘생활의 형태’
https://house.muji.com/life/clmn/sumai/sumai_170425/
※이 칼럼은 일본 양품계획(良品計画)의 허가를 얻어 번역, 발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