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공연 강제중단에 대한 마포구의 대응에 부쳐
클럽 ‘네스트나다’를 비롯한 홍대 인근 라이브클럽에서 일방적인 공연 중단이 집행되고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마포구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별다른 언급이 없다. 자신들은 홈페이지에 관련 공지를 이미 했으며(안 했다),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공연장, 아티스트, 관객들의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그 근거는 지난해 12월, 종로 ‘파고다타운’ 발 집단감염 이후 조정된 방역수칙인 “영업장 내 설치된 무대시설에서 공연행위 금지”인데, 이마저도 서울시 홈페이지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익명의’ 마포구청 관계자는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이 공연장”이라며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잔치 같은 건 코로나19 전에야 그냥 넘어갔던 거지, 코로나19 이후에는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겠냐”고 답변했다고 한다.
마포구청 관계자의 말은 공연 문화에 대한 마포구의 이해를 충실히 반영한다. 마포구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내 등록된 공연장은 총 32개소이다. 그러나 구글,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 각종 포털 지도에 홍대 인근 ‘공연장’을 검색하면 그 두 배를 웃도는 80여 개의 장소가 나온다.
이번에 사안이 불거진 네스트나다 역시 ‘공연장’으로 분류되어 있다. 실제 운영진과 이용객도 해당 장소들이 ‘공연장’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으며, 줄곧 ‘공연장’으로 이용해왔다. 논문, 언론 등 여러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오직 ‘마포구청’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러한 ‘공연장’들은 일전에 집단감염이 발생한 파고다타운과도 엄연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연이 열리는 날에는 사전 방역, 좌석 간 거리두기, QR코드 및 발열 체크를 엄수함은 물론이고 음료도 판매하지 않는다. 이는 시청이나 구청 같은 여느 공공기관의 방역 체계와 다르지 않다. 확실히 ‘칠순잔치’는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인디 음악을 둘러싼 우리의 화두는 언제나 ‘지속가능성’이었다. 오랜 기간 동안 홍대 일대에서 일구어진 인디 음악과 공연 산업 뒤에는 아티스트와 공간 운영자, 관객 등 모든 관련자의 자발적인 노력이 자리한다. 아티스트는 음악으로, 공연장은 공간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공연이 멈추지 않길 바라는 관객 역시 이에 맞추어 협조해 왔다.
홍대 일대가 인디 음악 공연의 중심지로 굳건히 자리한 데에는 이런 각자의 보살핌이 작용했으며, 이는 코로나 시대인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방역수칙을 준수한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 활동이 반사회적이지 않으며, 나아가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매번 노력한다.
자생적으로 발달한 이 문화에 힘입어 마포구는 서울시 내에서 문화예술로 손꼽히는 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마포구는, 자신들이 어떻게 지금의 마포구가 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흔히들 문화를 제일 잘 하는 건 C모 대기업이라 생각하지만, 그들은 잘 자란 나무를 잘 옮겨 심을 뿐이다.
그러나 어떤 아름드리 나무도 시작은 새싹과 풀이었다. 음악은, 그리고 문화는 아래에서 자란다. 쉽게 마르고 시드는 이 터전을 기르는 주체는 공연으로 마주하는 아티스트와 관객을 포함한 실제 관련자들이다.
오래 전, 당시로서는 무명이었을 아티스트는 어느 왕이나 귀족의 ‘칠순잔치’에서 공연을 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런 공연을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에서, 오직 그 공연을 위해 값을 지불하고 관람한다. 마포구가 말하는 저 두 단어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아마 ‘세종문화회관’이 마포구가 아닌 종로구에 있어 질투라도 나는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공연이 끊긴 곳에서는 ‘세종문화회관’의 ㅅ 자도 나타날 수 없다는 점이다. 마포구는 이미 오랜 기간 함께해온 브이홀, 무브홀, 에반스라운지와 같은 인디 음악의 ‘세종문화회관’조차 지키지 못했다.
부디 마포구가 자신이 품고 있는 이 생태계가 어떤 의미인지 깨닫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에 맞는 합당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제공하길 바란다. 위태로운 지반을 지켜주지 못할 망정 열심히 뒤집어버리는 작태는 그만두길 바란다. 누군가의 ‘칠순잔치’에서 노래를 불러줄 그 어떤 이도 남아있지 않았을 때면 이미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