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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Nov 16. 2020

독일 | 베를린 1

초보 롱디 커플, 베를린에서 재회하다


2014년 5월



2013년 12월, 공식 커플로 첫 크리스마스를 보낸 후 다시 덴마크로 돌아가야 하는 그를 보내며 공항에서 눈물의 이별을 했었는데요, 그 후 다시 만나게 된 건 그로부터 무려 5개월이나 지난 후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긴 시간을 각각 한국과 덴마크에서 어떻게 이겨 냈었는지, 우리 이야기이지만서도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는데요. 아마도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커플의 콩깍지 힘으로 예쁜 사랑을 알콩달콩 지켜왔었겠지요?


드디어 재회를 하게 된 건 한국도 덴마크도 아닌 독일 베를린에서였습니다. 5월 공휴일에 연차 휴가를 붙여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낸 후, 5개월 동안 주야장천 랜선으로만 만나던 보고 싶은 그를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위해 떠난 여행! 얼마나 가슴 떨리고 설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드디어 만난 롱디커플의 세상 행복한 기념샷

첫 만남을 베를린으로 정한 건 사실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요. 우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고등학교 친구가 베를린에 살고 있었고, 베를린으로 오면 나를 만나러 체코에서 방문을 하겠다는 교환학생 당시의 단짝 폴란드 친구도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덴마크와 가까워서 제가 덴마크에도 가볼 수 있는 코스가 되겠더라고요.


옆 나라가 아닌 거의 지구 반대편 유럽에 가는 김에 그 사람의 나라에도 가보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만든 것이지요.

벽화로 가득 찬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ary)

물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너무 좋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했던 우리 커플이 재회를 하고, 아직도 식지 않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고 유쾌한 여행이었어요.


독일 베를린은 사실 낭만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우중충 한 도시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곳에서 긴 롱디 후 첫 재회를 한 후로는 베를린 공항 게이트에서 어서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그날의 두근두근함이 ‘베를린’ 하면 떠오르는 감정이 되어버렸어요.

유명한 벽화 앞에서는 줄을 서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실 베를린에서 어디를 가야겠다는 큰 계획은 없었어요. 그저 다시 만난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서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을 것 같았으니까요.


그렇게 두 손 꼭 잡고 먼저 간 곳은 이스트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ary)였습니다. 이곳은 슈프레 강을 따라 이어지는 1.3km의 베를린 장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 곳인데요, 한국처럼 분단이 되어있었던 독일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지요. 이 베를린 장벽은 1961년에 세워져서 1989년에 무너졌고 그 후 독일에도 통일이 찾아왔습니다.


이 벽을 따라서 한참을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지난 5개월간의 서로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잡은 두 손은 놓지 않았던 우리 커플. 달달한 우리 사이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날씨는 우중충하고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it’s ok! I have my sunshine right next to me (괜찮아요, 내 선샤인은 내 옆에 있으니까요)

체크 포인트 찰리(Check Point Charlie) 앞에서

베를린 장벽을 지나 독일이 동서로 나누어져 있을 때 검문소로 사용되던 체크 포인트 찰리(Check Point Charlie) 도 지나왔는데요, 이곳은 연합군과 외교관, 그리고 외국인만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진이 뭔가 했더니 서독 쪽에는 미군의 사진을, 동독 쪽에는 소련군의 사진을 붙여 둔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만큼 슬픈 분단의 역사를 가진 독일입니다. 지금은 통일된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요? 조금은 심오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다른 곳은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입니다.

독일어 교과서에서 많이 본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

브란덴부르크 문은 한 때는 독일의 분단을 보여주는 상징물로, 한 때는 개선문으로 혹은 유명 정치가의 연설장으로도 사용되었고, 이제는 독일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문 위의 승리의 여신이 참 멋있게 느껴집니다. 베를린 하면 떠오르는 장소라서 예의상 기념샷을 찍긴 했지만, 흐리고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걸어 다녔더니 온몸이 으슬으슬해서 첫날 베를린 구경은 이곳을 마지막으로 하고 숙소로 돌아갔답니다.


5개월 동안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메신저와 영상통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우리지만, 또다시 만나니 어찌나 할 말이 많던지. 연애 초기에는 다 그렇잖아요?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데, 우리 커플은 오죽했겠어요.


물론 과연 우리가 장거리를 이겨낼 수 있을까 의심하고 걱정하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그런 의구심이 무색할 정도로 달콤함과 따스함, 그리고 오글거림이 가득했던 우리의 첫 상봉.


흐리고 우중충한 독일 베를린에서 따뜻하고 달콤한 첫째 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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