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덴마크
2014년 5월
즐거웠던 베를린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우리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지도에서 보면 독일 바로 위에 위치한 그의 나라, 덴마크입니다.
여러분도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으시겠죠? 유제품, 돼지고기, 레고,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등등... 아참,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도 있네요.
생에 처음 경험 해 본 201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의 추억을 꺼내봅니다.
북유럽은 그와 함께한 이 여행이 처음이었어요. 6년이 지난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많이 방문했던 나라가 되었지만요.
처음 가본 코펜하겐은 참 다양한 색을 가진 도시였습니다.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오래된 건물의 지붕과 벽 색깔,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 마주치는 초록 나무와 공원들. 확실히 서울과는 다른 느낌이죠.
길거리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참 많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참 가지각색입니다. 반팔을 입은 사람이 지나갔는데 그 뒤로는 패딩을 입은 사람도 있고요.
알고 보니 덴마크의 날씨는 하루에 사계절을 다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할 만큼 변덕이 심하다고 해요. 가방에 겉옷 하나쯤은 꼭 넣고 다녀야 한다고 하네요.
덴마크에서는 흔치 않아 아주 귀하다는 햇살 좋은 날을 즐기러 간 곳은 코펜하겐의 가장 대표적인 장소, 구글에 코펜하겐이라고 검색하면 가장 위에 검색되는 그곳. 바로 뉘 하운(Nyhavn)입니다.
뉘하운은 덴마크어로 '새로운 항구'를 뜻하는데요, 이름 그대로 항구 옆에 늘어선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부두로 사용되고 있는 이곳에는 요트들도 많이 정박 해 있고 끊임없이 관광객들을 싣고 투어에 나서는 투어 보트들도 있어요.
부두가 내다보이는 노천카페에 앉아서 간단히 식사를 해도 좋고, 커피나 맥주를 한잔 해도 좋아요. 카페에 들어가기 싫다면 그냥 아이스크림 하나 사들고, 난간에 걸터앉아서 시간을 보내도 좋은 곳이에요.
지나가는 사람 구경, 건너편 건물 구경, 그리고 정박해있는 요트 구경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사람이 많은 곳을 지나쳐 조금 걸어 나오면 이렇게 탁 트인 공간이 펼쳐집니다. 많이 걸어서 다리가 피곤한 우리 커플도 잠시 앉아서 쉬어가기로 했어요.
조용히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손잡고 나란히 앉아서 눈 앞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옆에 앉은 서로를 바라보다, 또다시 하늘을 바라보다가... 특별히 하는 게 없어도, 그냥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순간입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서는 또 슬슬 걸어서 다음 장소로 이동해 봅니다. 코펜하겐이 처음인 저에게 이곳저곳을 보여주고 싶은 그의 마음입니다.
다음으로 저희가 간 곳은 덴마크 왕실의 정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아말리엔보르(Amalienborg) 궁전입니다.
이곳에서도 영국과 비슷하게 머리에 커다란 털모자를 쓴 근위병들이 궁을 지키고 있는데요,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다가가니 에헴 하며 더 가까이 오지 말라고 손을 내젓네요. 쫄보인 제가 깜짝 놀란 표정을 그가 잘 포착해준 사진을 보니 웃음이 나오네요.
덴마크는 한국과 달리 여왕이 존재하는 나라인데요, 국민들의 지지도가 80%나 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하네요. 그만큼 나라를 잘 통치하시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이제 오늘은 코펜하겐 탐험은 여기까지만 하고 어디 들어가서 허기도 채우고 좀 쉬기로 합니다.
우선 목이 마르니까 맥주를 한잔 마셔야죠. 한국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칼스버그(Carlsberg)가 덴마크 맥주라는 것, 알고 있었나요? 그런데 덴마크에서는 투보그(Tuborg)가 더 흔한 맥주라고 하네요.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시켜서 쭈욱 들이키면서 한국 맥주와 덴마크 맥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그는 한국 맥주는 물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아마 무겁고 진하게 느껴지는 유럽 맥주에 비해서 라이트 한 맛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이제 배도 채우고 목도 축였으니 슬슬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끌시끌한 곳을 보니 무슨 콘서트를 하는 것 같아 그에게 물어보니 유로비전(Eurovision) 콘테스트와 관련된 행사 같다고 하네요. 유럽 각 나라별로 대표 뮤지션들이 실력을 겨루는 콘테스트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를 응원하고 있었어요. 분위기에 취해 조금 구경을 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지고 난 후의 모습까지 살펴본 코펜하겐. 처음 와 본 이곳의 모습이 다소 낯설지만, 내 옆에서 예쁜 곳, 멋진 곳을 보여주고 설명해 주는 그가 함께 있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이곳이 한없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이 사람만 내 곁에 있다면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겠다는, 다소 오글거리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