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by 김중혁
송우영과 송제니 둘 다 말을 잇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엄마 물건'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었다. 엄마는 사라지고 물건만 남아 있다는 게 어떤 일인지 깨닫고 있었다. 엄마에게 돌려주고 싶어도,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 못하게 지켜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됐다. 소유한 사람이 물건보다 먼저 사라지고 나면, 소유라는 건 의미가 없어진다. (p. 28)
나는 지금 우주에 있지만 동시에 지구의 우리 집 마당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가 어디일까. 대체 어디일까. 관제 센터에서 딱 한 줄의 메시지만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X-40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시스템을 리부트 했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 신호를 여러 번으로 나눠 전송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전송 버튼을 누르겠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관제 센터,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내가 있는 곳을 모르겠다. 알려줄 수 있다면, 그것만 알려 주길 바란다. (p. 39)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할아버지를 생각해. 미래는 돈이 될 수 있지만, 돈을 절대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거든. (p. 79)
물결 속에 들어 있는 물결 같다. 구름 속에서 흘러가는 구름 같다. 어딘가의 내부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디에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있다. 설명할 길이 없다. 관제 센터, 들리나? (p. 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