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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번역서가 나왔습니다

네, 자폐 맞고요. 코미디언도 맞습니다.

by 불이삭금

제가 번역한 책이 새로 나왔습니다.


처음 책을 발견하고 너무 좋아서, 꼭 누군가는 번역해서 한국에서도 출간됐으면 좋겠다 했는데.

제가 그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네요.

바쁜 일이 끝나고 나면 제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과정을 브런치북으로 발행해 볼까 합니다.

우선 지금은 책 얘기를 해야겠죠?



<네, 자폐 맞고요. 코미디언도 맞습니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코미디언을 하고 있는 자폐인의 이야기입니다. 따스하고, 유머스러운 책이에요.

제가 번역서에 적은 '옮긴이의 말'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갈음할까 합니다.



네 자폐 맞고요 평면표지.jpg






이 책을 만난 건 우연이었다. 어떤 책을 읽을까 도서관에서 고르던 중 고만고만한 표지들 사이에서 이 책이 눈에 확 띄었다. 제목에 들어 있는 ‘자폐’와 ‘코미디언’이라는 글자 때문이었다.


서로 전혀 양립할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은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고, 책을 펼쳐든 후에는 여 러 가지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자폐인이다. 자폐인에 대한 의료인의 책이나 자폐아 부모의 수기는 본 적이 있지만, 자폐인이 자신에 대해 직접 쓴 책은 처음이었다.


저자는 힘들었을 것이 분명한 자신의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유머와 위트를 곁들여가며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깔깔거리며 읽다 보면 어느새 저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의 앞날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글이 이렇게도 유머가 넘치는 건 아마 저자가 현직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 가능한 일일 것이 다.


그런데, 가만.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고?
자폐인이 코미디언이 될 수 있는 거였어?


그동안 내가 미디어로 접한 자폐는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중증장애인이거나, 드라마에 나오는 뛰어난 능력자가 전부였다.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천재적인 의사라든가(<굿 닥터>), 뛰어난 암기력과 기발한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닌 변호사라든가(<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자폐인은 감정이 메마르고 소통하기 힘든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자폐인은 책 한 권을 통째로 줄줄 외 울 수는 있어도 누군가를 웃기는 코미디언은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자폐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 쩌저적 깨지는 기분이었다.


편견을 깨부수는 독서는 언제나 즐겁지만, 그것 말고도 이 책을 추천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젊 은 자폐인들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폐아인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부모를 대상으로 출간된 책은 많지만, 정작 당사자인 자폐 청소년에게 그 시기를 지내온 선배 자폐인이 직접 말을 건네는 책은 드물다.


자폐 청소년들은 안 그래도 가뜩이나 힘든 청소년 시기를 ‘자폐’라는 굴레를 하나 더 쓰고 보내야 한 다. 그런 그들에게 넌 혼자가 아니라고, 또 넘어지고 실패하겠지만 우리 같이 해 보자고 희망을 얘기하는 이 책은 무척이나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네 자폐 맞고요 작은 입체표지.png

이 책이 자폐인과 그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만, 저자가 자폐인이라고 해서 자폐 당사자만 읽어 야 하는 책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크고 작은 단점을 가지고 있고, 살다 보면 누구나 당황하 고 어색하고 민망하고 뻘쭘한 상황에 놓이게 될 때가 있으니까.


슬프고 힘든 상황이 닥쳐도 웃음으로 승화하고, 장애를 자신만의 독특함과 나다움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저자의 모습은 같은 또래의 보통, 아니 신경전형인 청소년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집어든 당신께. 힘들었을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낸 당신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웃으며 즐기길 바란다. 그리고, 코믹한 에세이 보듯 재미있게 읽고 난 후에는 나와 조금 다른 사람도 너그럽게 이해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허점투성이인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 이 책의 저자 마이클처럼.



교보문고 페이지: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85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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