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생존기
누군가 물었다.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걸 갖고 싶어?
음.... 꼬마였던 나를 만나고 싶어.
가서 뭐하고 싶은데?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어떤 말?
그냥.. 네 잘못이 아니라고..
앞으로 쉽지 않은 순간들이 네 앞에 펼쳐질 거야.
그 나날 속 수시로 넌 너의 잘못을 찾고,
어떤 순간엔 그래야만 살아낼 수 있을 것 같겠지만,
그게 네가 잘못해서, 네가 못나서 생기는 일들은 아니란 걸 꼭 기억하라고..
두 손 꼭 붙잡고 눈 똑바로 마주 보며, 얘기해 주고 싶어.
뭐야, 좀 싱겁다.
그러게, 근데...
내가 이렇게 다 자라고 보니까,
저 때 누군가 내게 저 한마디만 해줬다면.. 어땠을까? 싶은 순간들이 불쑥불쑥 떠올라.
그랬다면, 조금은 더 수월하게 삶을 견뎌내진 않았을까 싶어 지더라... 신기한 건, 그 생각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거야.
그렇다,
나의 꼬꼬마 시절, 누구도 내게 저 한 마디를 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난, 저 한마디를 찾아 평생을 헤매며 그렇게 버텨왔다.
일상을 켜켜이 쌓으며 버텨온 결과,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저 한마디를 건네며 위로와 공감을 주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들에게 건네는 나의 저 한마디는 그냥 말이 아닌,
내 삶의 무게와 비례하고,
이따금, 그 무게는 그들의 고통을 뚫고 들어갈 만큼 묵직하다.
그리하여, 마주 앉은 그와 나 사이에서 깊은 공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 공명 속 함께 머물며, 함께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고통 속 함께 머물다 보면, 어느덧 그들이 내게 게워내듯 내뱉는 저 한마디.
내 잘못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먼저 깨달았다 우쭐할 법도 한 내 마음은 눈을 뜨는 아침,눈을 감는 저녁마다, 여전히 되뇌어본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그대여,
이제부터라도 그대 것 아닌 것들로 고통받아온 수많은 나날로부터 저 한마디가 신묘한 약이 되는 그날까지 부디 버텨주길...
간절함 담아 나의 신께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