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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수 May 15. 2024

자기다움

매년 새해를 맞이하며 그 해의 목표와 다짐들을 정리하곤 한다. 그리 계획적인 인간이 아닌 내게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2012년 말 1년 간의 해외생활 마무리를 앞두고 막연히 한국에 돌아가면 무얼할까, 하는 고민에 끄적거리기 시작했던 게 계기가 되어 매년 새해 목표를 세우는 게 나름의 신년 관례가 되었다. 오픽 AL 획득 같은 목표들은 우습게도 10년 동안 매해 개근하며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한 증거가 되었고, 취업 하기, 면허 따기 같은 예전 목표들을 볼 때면 어린 시절 그때의 간절함과 고민들이 다시금 떠오르곤 한다. 그렇게 매번 그해 내게 주어진 다양한 상황에 맞는 목표를 짜고 나면 글을 마무리는 항상 한 가지 고정 목표로 마무리되었다. 나 자신 지키기.


"항상 주체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는 삶을 살자. 남이 아닌 나 스스로의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자. 삶의 모든 것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임하는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몰입하되, 일을 내 생의 전부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타인의 다름과 예의 넘음을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동시에 스스로를 사랑할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하루하루 제대로 나가가고 있는지 항상 스스로를 되새김질 해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되고 싶다."


매번 동일한 문구로 적혀지는 마지막 목표는 스스로의 삶에 대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걸까, 하는 고민이 들 때면, 이 목표를 기준으로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곤 했다. 요 몇 해에는 하루 하루의 삶이 나 답지 않은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에 빠지곤 하는 날들이 있었다. 자기애가 유독 강한 탓에 주변 그 누가 뭐라든 '나는 잘 살고 있다' 하는 자부심이 꽤나 강했었는데, 눈 앞의 유불리에, 타인들의 행복에 생각보다 크게 좌지우지되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스스로에게 실망한 순간들이 생겨났다. 큰 손해를 얻게되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행동하고, 타인들이 어떻게 사는지와 상관 없이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4월을 맞이하여, 뒤늦게 2024년의 목표를 세워가며 이후의 삶에 대한 각오를 다져보려 한다. 당장의 유익이 달거나 탐나더라도 내가 옳다고 확신하는 것들이 있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또, 주변의 사람들의 아무리 빠르게 내 옆을 스쳐가더라도 주저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으며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보려 한다. 결국 행복이라는 건 그렇게 싸우고 분투하며 최선을 다할 때야 비로소 얻어낼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언젠가는 그래 그때 옳은 삶을 살았노라고 되돌아볼 시간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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