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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스타 May 07. 2024

자기 소개를 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말하고 싶나요?



© lemonvlad, 출처 Unsplash






OO대학교 @@과 **학번 OOO입니다!



누구보다 나를 소개할 일이 많았던 것은 대학생 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내 인생 가장 새로운 사람을 짧은 기간에 많이 만났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또래들이 어설프게 차려입고 소주병을 앞에 두고 둘러앉아있던 날들. 지금은 그런 자리 만들려고 해도 어렵고, 나가라고 해도 가기 싫지만요. 



이제 대학교 졸업한 지도 까마득해졌지만, 내가 다시 대학에 편입을 하게 된 건 그 쑥쑥한 분위기가 아닌 교수님께 듣던 양질의 수업 때문입니다.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덕에 쉬는 시간에 의자와 붙어있는 불편한 책상 위로 엎어지며 힘겨워할 필요도, 학교 매점에서 천 원, 이천 원짜리 메뉴를 모두 섭렵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20대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가 그 매점이라면, 시급이 3천 원대였던 그 팍팍한 기억 때문이라면 말이에요. 그때는 내가 어떤 30대가 되어있을지 구체적으로 그리질 못했어요.


© takemaru, 출처 Unsplash


지금 나에 대해 생각하고 얘기한다면 "나는 일자목으로 응급실을 두 번 다녀왔어요."라든지 "나는 결혼 2년 차인데 애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나를 가장 잘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이제 남의 자기소개가 지겨워진 사회인들 사이에 있기 때문에 덜 지겹게 해줘야 해요. 남과 다른 것을 말해야 하고, 꼭 말해야 할 정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 가장 효율적으로 나를 얘기해 준다면 역시 그런 것입니다. 이제 나의 소속에 대해서는 같은 소속 사람들 아니고선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아요. 매우 유별난 소속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아, 그래. 거기는 이러한 곳이지?라고 자신들이 아는 것을 확인하고 끝이거든요. 



내가 나를 아는 줄 알았는데 나와 꼭 맞는 것을 내 취향을 내 몸과 피부 상태를 아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요. 꾸준한 노화 덕분인지 성장 때문인지 말이에요.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라는 말이 갈수록 더 와닿지만 중요한 것은 살아있음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나는 살아있습니다. 당신도 살아있군요?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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