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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Nov 18. 2024

외롭기도, 쓸쓸하기도, 후회스럽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랗도록 아름다운 가을이다.

라디오를 틀고 먹먹히 추락하는 은행잎들 사이로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가는 한 나이든 여자의 뒷모습에는 낭만이 가득하다가도 물밀듯 그 여자가 느껴왔을 외로움이나 서운함, 꽤 많은 것들에 대한 필연적인 포기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그 여자가 내 옆을 지나갔을 때. 라디오는 다정하게 들려왔고, 자전거는 느리게 지나갔다. 떠밀리듯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오롯이 그녀 혼자 삶을 사는 듯 했다.


또 어떤 은행나무는 무지하도록 관대했다. 전깃줄에 걸린 은행나무는 제가 아픈줄도 모르고 노란빛을 뿜어내기 바쁘다. 마치 뒤엉킨 전깃줄이 본래 자신의 일부인듯 제 새끼처럼 가득 품어제낀채.


가을이다.


외롭기도, 쓸쓸하기도, 후회스럽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랗도록 아름다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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