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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an 02. 2025

2024.2025

2024.


몇번이고 휘청거렸지만 기어코 넘어지지 않았고, 예기치 못한 폭풍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느라 여리던 마음에도, 물렁이던 몸통에도 단단한 굳은살들이 베겼다.

한발짝을 움직이고 한참을 쉬었다가 꾸역꾸역 다시 한발짝씩 나아갔고, 한참을 한 자리에 머물길 여러번. 수도없이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을 염려하고 뒤돌아봤지만 결코 뒷걸음질 치지 않았음에 물러서지 않았음에 잘했다고 용하다고 대견하다고, 어쩐지 잔뜩 움추려든 등을 두드려주고싶다.


속으로 수도없이 울었지만 결코 눈물은 흘리지 않았고, 지난해보다 행복하게 많이 웃었음에 나에게 감사하고, 겁나던 작고 큰 시간들에 숨지 않고 스스로 ‘해냈다, 할 수 있다, 잘 하고 있다.’ 되뇌이던 용기에 머리를 한번 더 쓸어주고 싶다.


세상에, 그리고 스스로가 다그친 칼날에 날카로이 여러번 베어, 예전에는 나에게 없던 완연한 등껍질이 생겼고 여리던 감정들이 무던해진 것은 꽤 많이 아쉽고 서운하지만 이제는 작은 가시들에 더이상 아프지 않은 덤덤함이 나를 뒤돌아보지 않게 만들어준듯하다.


2025.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작고 여리던 마음을 끝끝내 감추지 못하길. 울컥 터져나오는 눈물이나 픽 새어나오는 웃음에 관대하게 대해줄 줄 알길. 단단한 등껍질 아래 있는 몽글거리는 행복과 마음과 기대와 설렘 희망같은 것들을 단순히 어리고 유치한 것들이라 여기지 않고 마음껏 안아줄 수 있길 바란다.


혼자서만 모든 것들을 해결하고 해내기 위해 부러질듯 꼿꼿해지지 않길. 가끔은 가까운 누군가에게 안겨 울기도, 원하는 장난감을 얻지 못해 마트에서 발버둥치는 4살 아이같이 징징거리기도 할 줄 알길. 모든 것들을 혼자서 이겨내야 한다는 오만한 생각에 함몰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갖고있는 것들과 내가 이뤄낸 것들이 나라고 생각하지 말자 다짐도 해본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과 아직은 다다르지 못한 것들 또한 나라고 생각하지 않길. 나로서 스스로를 존중하자는 다짐도 함께.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사랑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길.
 어쩐지 조금 어설프고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듯 해도 그 것들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사는 순간동안 더 많은 사랑을 주길. 그리고 더 많은 사랑 또한 받아가길.


그렇게 사랑으로 가득찬 2025년을 보내보자 다짐한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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