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윤이 아빠 Oct 25. 2018

아버님, 둘째는 안 가지시나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정말, 수도 없이 듣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건 아니고, 좋은 질문이라 생각하고 진심으로 답해주려고 하는 질문입니다. 이렇게 글까지 쓸 정도이니까요.


#A. 저는 안 가질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천명하는 것도 좀 웃기네요. 육아라는 것이 이제 4살짜리 첫째를 키우는 입장에서 내일을 예측할 수 있었던가 싶고요.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질 계획이 없습니다. 


#1. 우리나라에서 육아는 엄마, 아빠 둘 중 한 명의 희생을 반드시 필요로 합니다.


 이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반드시 둘 중 한 명은 희생을 해야 합니다. 혹은 셋 중 하나. 아이가 희생을 하던가요. 둘 다 일반 회사에서 맞벌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가끔 와이프랑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희생이 너무 심해서 한 명은 경력이 단절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아빠의 육아 휴직을 장려하는데, 그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 필요한 게 많습니다. 


 첫 번째는 기간입니다. 고작 1년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게 가벼운 마음으로 가능한가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은 선택지가 없습니다. 1년 후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님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일 것입니다. 적어도 3살은 되어야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 가기 싫다 의사 표현이라도 해서 어린이집에 무슨 일이 있었나 '짐작'이라고 하지요. 요즘같이 아이 학대가 빈번하게 생기는 때에 1살 아기를 혼자 보내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이때 육아 휴직이 끝나고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를 제법 봤습니다. 육아 휴직이 끝난 뒤 바로 퇴사한다는 여직원을 욕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두 번째는 탄력 근무제를 도입하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대부분 9 to 6을 기본으로 합니다. IT 부분은 그나마 좀 탄력 근무제를 하는 곳도 있는데 공기업이나 그런 곳은 탄력 근무제를 시행은 합니다만 대부분 계약직에 한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팩트 틀리면 지적 바랍니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린이집에서 사실 생각보다 이슈가 많습니다. 가끔 학부모 상담도 하고요 그런데 그때마다 연차를 내야하고, 또 많은 아이들이 4~5시 이렇게 가는데 혼자 남겨진 아이를 생각하면 또 마음이 아프니까요. 적어도 5시에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여유 있게 밥 준비를 하고 먹일 수 있는 시간은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면 양쪽 부모가 선택할 수 있어요. 한 명은 일찍 일어나서 일찍 퇴근하고 아이를 데리고 오는 사이클을, 한 명은 늦게 일어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늦게 퇴근하는 사이클을 유지하면서 육아를 함께 할 수 있죠. 


#2. 희생은 반드시 옳은 게 아니다. 


예전에 이러한 글을 썼는데, 여하튼 위 2가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한 명이 거의 필수 적으로 희생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남자가 연상, 여자가 연하 커플이 많은데 따라서 나이가 많은 만큼 급여가 많은 남자 쪽이 직장을 유지하고 여자가 퇴직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또 고정관념도 있기도 하고요. 제 주변에도 한 3커플 정도가 여자 쪽에서 직장을 퇴사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라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보상을 바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과 함께 요즘 문제가 되는 헬리콥터 맘이나 그런 것도 일종의 보상 심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너 때문에 희생했으니 넌 이만큼 해야 된다'라는 거죠. 


그리고 딱히 그 희생만큼 뭔가를 얻기도 어렵습니다. 만약에 운이 좋아서 어린이집, 유치원 및 각종 학교에서 이슈가 없었다면 사실 맞벌이를 했던 거가 더 좋았을 수도 있어요. 이런 일종의 도박성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맞벌이할 걸', '저는 맞벌이해서 다행히 좋았어요' 이런 말이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하니 상대적으로 더 박탈감도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둘 다 희생하면 안 됩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것은 미안한 것이고, 어느 정도는 희생은 해야 하지만 (생활의 변화 등등등) 자신의 후속 인생을 뒤흔들 만큼의 희생은 그만큼 부작용도 심하게 오는 편이기 때문에 정말 자신의 자의, 바람이 아닌 이상 육아에 등 떠밀려 스스로 경력 단절이 되는 희생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3. 그래서 둘째는 어렵다. 


사실 위 과정을 첫째 때 겪었습니다. 도윤이 엄마는 도윤이로 인해 학업을 미루었고, 가고 싶었던 회사도 지원조차 못했습니다. 가끔 모집 공고를 생각하며 맥주 한잔할 때가 있었던 게 생각나네요. 아이가 이제 4살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슬슬 자기 시간도 가지고 다시 뭔가 해보려고 하는 와이프의 뒷발을 잡고 싶진 않았습니다. 


둘째의 장점 모르는 것 아닙니다. 너무 좋죠. 벌써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도윤이를 보면 짠해서 동생에 대한 생각에 가득 찰 때도 있습니다. 또 부모의 4~5년 희생으로 아이가 장래에 계속 함께 할 가족을 얻는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것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부모 역시 4~5년의 희생으로 후속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또 외동도 외동의 장점이 있기에 우리는 짐짓 여기서 멈추고 도윤이에게 집중하고자 합니다. 


#4. 대안은 없을까?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게 반려동물이었습니다. 도윤이와 함께 놀거나 놀 친구들을 소환해 줄 수 있는 (이건 이후에 얻게 된 효과지만요..ㅎㅎ) 개는 그나마 비교적 오래 살 수 있으니 적어도 지금부터 우리가 잘 키워 15년 정도 함께 한다면 20살까진 함께 할 수 있겠지요. 


놀이터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가면 알아서 애들이 몰려듭니다.ㅎㅎ 그 과정에서 도윤이도 함께 놀 수 있어 이제 심심한 건 많이 상쇄되었습니다. 


정답은 없겠지요. 위 생각은 제 생각일 뿐. 다른 분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위 이유로 둘째 계획이 아직은 없습니다.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오늘도 좋을 하루 보내세요 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