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레알 힘들다.
요즘 블로그 글이 또 뜸해졌다. 아이가 새로운 유치원에 적응하느라, 적응 기간을 함께하고 있다 보니 이건 진짜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는다. 조만간 '뒤돌아서면 오는 공포의 육아'로 글이라도 적어야지 뭔.... 진짜 번개같은 시간이다.
우리 아이는 원래 4세 때 놀이 학교라는 곳을 먼저 갔다. 보통 어린이집은 국공립, 사립 등으로 나뉘는데 유치원부터는 다양하게 그 범주가 나뉘더라. 대안학교 (영어 유치원, 놀이 학교 등), 일반 국공립 유치원, 사립 유치원 등 (여기서 병설, 단설 등 다양하게 나뉘는데 뭐 그건 차치하고..) 나는 영유는 개인적으로 부모가 집에서도 함께 영어를 써주거나, 혹은 초등학교 올라가서도 영어를 쓸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아기가 4살이 되던 해 유치원 파동이 일어났기 때문에 일반 유치원은 좀 거부감이 들었었다. 그래서 생각한 대안이 바로 놀이 학교였다.
대안학교는 국가에서 따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무지하게 비싸다. 보통 월에 기본 교육비만 6~70만 원 정도 들고 교재비, 특별활동비를 다 하면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당시에 우리는 맞벌이를 하고 있었고 좀 여유가 돼서 보냈는데, 육아휴직을 내고 나니 저 돈이 어마어마한 짐으로 왔다. 아이가 자꾸 옮기게 되면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는데, 미안한 마음도 커서 버텨보고자 했으나 결국은 지고야 말았다. 차라리 저 돈으로 일반 사립 유치원에 특별활동을 더 해주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친한 친구는 부모끼리 이미 친하니 주말마다 보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사립 유치원으로 결정했고, 옮기기로 확정을 지었다. 나도 이직을 할 때 새로운 직장에 가면 참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친해지고 그 어색한 상황을 해결하려고 얼마나 부단히도 노력했던가 아이들은 우리만큼의 경험이 없기에 새로운 환경이 더 어려울 것이고 그래서 보통은 부모가 적응기에 함께 있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도 지금 우리 아이와 함께 있는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적응기는 모두 겪는다. 어린이집 처음 갈 때, 유치원 처음 갈 때, 학원 처음 갈 때 등등 나는 우리 아내가 그럴 때마다 힘들다는 게 솔직히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서 그냥 시간 때우다 오는 건데 뭘! 이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막상 내가 직접 해보니 이게 진짜 쉽지 않다.
- 일단 남자라서 그런지 여자 선생님이 많은 유치원이 일단 어색하다.
-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 (핸드폰만 하면 뭔가 좀 한심해 보이고, 책을 읽거나 일을 하자니 집중이 안 된다)
- 아이들에게 기 빨림 (누구 아빠예요?, 왜 왔어요?, 그 외 이상한 말들 (나 태권도 하는데 볼래요? 등등))
이러니 3시간이 3시간 같지 않다. 괜히 화장실에 갔다가 아이가 날 찾아서 울면 어쩌나 싶어 화장실도 못 가겠고 괜히 유치원을 둘러보지도 못하겠고 멍하니 있다가 오는데, 원래 다녔던 곳에서는 아이가 다녀올 때는 집 청소 및 일을 다 해결하고 보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가볍지만 지금은 아이를 데려오면 집 상태도 개판이고 나도 내 일을 해야 되고 하니 멘붕이 온다. 시간에 엄청 쫓기게 된다.
- 등/하원
이 등/하원도 사실 쉽지 않다. 아침에 일단 더 일찍 일어나야 된다. 내가 직접 차로 데려다줘야 하니까. 어린이집은 보통 아파트 1층에 있는 경우도 있어서 그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유치원은 동떨어진 경우가 있어서 차로 등/하교를 시켜야 한다. 차에서 대 기타는 것도 생각보다 지겹다. 근처 돌아다니는 것도 한두 번이고, 더우면 더운 데로 지금은 좀 추워서 추운 데로 몸도 고생이다.
- 다른 학원으로 보내기
학원도 결국 라이딩이다. 헬리콥터 맘들이 학교 끝나면 차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애들 데려다주고 근처 커피숍에서 시간 때운다는데 이제 알았다. 그분들은 대단한 분들이다.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우 그러기가 정말 쉽지 않다.
원래 특별활동을 안 한다는 가정 하에, 9시 등원, 2시 반 하원인데 이때는 또 엄청나게 짧아서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활동을 처리해야 되지만 지금은 그냥 내 시간이 아예 없다. 그냥 하루 종일 아이랑 씨름하고 집안일하면 하루가 다 간다. 저녁밥 해주고 설거지까지 끝나면 그냥 나도 눕고 싶다.
남편들아 나도 남자지만 이럴 줄 몰랐다. 아이 적응기 때를 겪고 있는 와이프가 있고,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이 글을 보는 당신은 겪지 않았으니 결코 이해하지 못하지만 30대 중반 남자가 말하건대, 어렵다. 그러니까 고생한다고 한 마디 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