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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이 아빠 Mar 02. 2016

임신의 끝, 그리고 조리원

남자 그리고 육아의 시작 #5

임신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난 안도하기도 하고 건방져졌다. 아 이제 끝이구나. 아 이제 애가 나오고 드디어 임신이 끝나는구나. 싶었다. 뭐 육아의 어려움을 모를 때니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지. 반면에 와이프는 임신 초기, 중기 때 입덧이나 배 뭉침에 신경 못 쓰던 실제 출산의 아픔을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고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겪는 일이 아니니 조금 무덤덤했고 오히려 장모님께서 '출산' 자체는 수월하게 하셨다며 유전이 있으니 너도 수월할 거라며 안심시키는데 열중했다. 


원래 도윤이의 예정일은 1월 10일~15일 경이었으나 와이프가 잦은 배 뭉침으로 11월쯤 병원에 갔을 때 원장 선생님이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다며 출산을 늦춰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애가 크기는 커서 당장 나와도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진 않으나 장담할 수 없고 괜스레 위험을 감수하기보단 늦추는 것이 좋다고 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망설임 없이 그날 입원을 하고 출산을 늦춰주는  '라보파'라는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라보파는 출산을 늦춰주는 역할을 하지만 반면에 심장이 뛰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그때는 잘 몰랐다. 와이프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었는지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한 달 내내 수액을 맞고 있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일이었던 것 같다. 더불어 집에서는 처남이 있어서 가끔 도와줄 수도 있었지만 병원에서는 혼자 있어야 하니까. (물론 간호사 분들이 있기야 하지만) 더 외롭고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라보파는 상황이 호전되어 11월 말에 다시 나오게 되었다. 그때 집에서 참 기뻐했는데. 아쉽게도 다시 배 뭉침이 되어 병원으로 갔을 때 원장 선생님이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1월까진 계속 맞자며...-_-


와이프가 그때는 참 싫어했다. 사실 라보파에 의해 늦게 나오는 건지, 아님 징후만 그랬을 뿐이고 원래 예정일까지 버틸 수 있는 건지는 누구도 명확하게 말해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아기가 당장 나올 것 같으면서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도윤이는 이미 나올 만큼 커서 나온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기에 사실 와이프는 그냥 순리에 맡기자고 했지만 나는 좀 반대였다. 일단 먼저 와이프와 아이의 상태가 그 무엇보다 중요했고 아이를 12월 생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반 억지로 다시 입원.. 그때 와이프가 날 참 미워했으리라 생각된다. 덕분에 가장 좋아하던 처형의 결혼식도 못 가봤으니.




12월 24일에 와이프는 퇴원을 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고 1월 3일 우리는 출산을 하러 병원에 갔다. 




출산 당일 익숙지 않았던 가족 분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 진통이 없어서 촉진제를 먹고 기다리면서 다른 분만실에서 진통을 겪고 계시는 다른 산모님들의 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에 쌓였다. 와이프도 그땐 진짜 무서워했는데  살짝살짝 배가  찌릿찌릿하다는 와이프는 침대에 누워 게임을 하고 있었다. 11시 반쯤 아직 기미가 없으면 유도 분만제를 맞자고 하려던 간호사가 먼저 내진을 해보겠다며 보는 그 순간. 간호사는 이미 머리가 살짝 나왔다며;; 바로 애를 낳아야 한다고 갑자기 긴급 모드로 바뀌었고 나는 그저 어리둥절 와이프는 비명 한 번 안 지르고...ㄷㄷㄷ 신음 소리 몇 번과 함께. 우리 도윤이는 처음으로 세상을 보았다. 탯줄은 내가 잘랐다. 곱창 자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3일간의 안정 기간을 거친 뒤 조리원으로 갔다. 조리원은 비교적 좋은 곳이었는데 사실 처음엔 아까웠던 게 사실이다. 3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단 10일을 위해 지출하는 게 내 입장에서 그리 탐탁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참 좋았구나 싶다. 나는 병리적인 측면을 자세하게 아는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출산/육아 전문가도 아니지만 한 번의 출산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말을 하자면 조리원은 필수까진 아니어도 현대 사회에 있어 필수에 가까운 요소가 아닐까 싶다. 


아이를 낳고 온 몸이 아픈 와이프를 보면서 이제 바로 육아에 돌입해야 하는 우리 여야 하는데 나는 출산을 하지 않았지만 와이프는 출산이라는 어마어마한 일을 겪지 않았던가. 실제로 출산 후에 뿅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10일 넘게 오로라는 피가 계속 나오고 배앓이부터 가슴에 통증까지 겪는데, 이런 사람을 바로 육아 전선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도 애가 실제로 나오고 얼굴도 보면서 정말 현실로 다가온 육아 앞에 우리 둘이 육아 방침이나 전략..? 을 세우는 것도  그곳이 편했다.


뿅!

 



그리고 흔히 조리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하는 논리 중에 하나가 한국에만 있는 문화라고 하는데 먼저 그럼 그것이  잘못되었는가부터 묻고 싶다. 선진국에 먼저 있어야 그것이 옳은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먼저 생겨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지. 한국에만 있고 해외엔 없다는 이유가 그것이 '나쁘다', '필요  없다'라는 주장의 직접적인 근거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부한 서양과 동양을 비교하는 행위는 그만두자. 서양 여자는 애 낳고 바로 일할 수 있다더라 는 식의 이야기는 흑인 남성과 동양 남성을 비교하며 왜 NBA에는 동양인이 비율이 적은가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 아닌가. 서양과 동양을 비교하는 행위는 이쯤에서 그만두자.


가장 많은 비판 중에 하나인 비용에 대한 부분은  비판받을 수 있다. 분명 비 합리적으로 비싼 부분도 있고 그것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사실인데 이건 조리원 업체가 받아야 하는 비판이지 조리원에 가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엄마들이 받을 비판은 아니다. 또 저렴한 조리원도 많고 조기 예약이나 쿠폰 등을 활용하고 자신의 금전적 여유에 맞게 영유한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던 중요한 건 출산 후 엄마들은 반드시 '쉼' 이 선행되어야 하며 앞으로 몇 년간 치러질 육아 전쟁 앞에 짧게 나마 다시 몸을 추스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곳이 집이 될 수 없다면 당연히 차선을 선택함이 맞고 그 차선이 조리원이라고 생각한다. 




웬만하면 남편과 함께 

조리원에서 꼭 물어봐야 할 것 중에 하나라고 보는데, 어떤 조리원은  엄마밖에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출산 후 3일간 산부인과에서 쉰다고 해도 그 이후로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밤에 수유를 하거나하면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아침을 거르거나 할 수도 있는데 이럴 때 일꾼이 되는 게 남편이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남편은 동실 하도록 하자. 동실이 안 된다면 남편이 8 to 23 정도는 출근을 해야 한다. 휴가가 정 어렵거나 할 경우는 안타까운 경우이지만 그래도 출산 후 남자도 3일 정도 휴가를 받고 주말까지 치면 5일~7일 정도는 같이 있어주자. 


모자동실은 추천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둘째를 낳고 조리원에 다시 간다면 모자 동실은 피하고 싶다. 멘붕의 연속이고 밤에 수번은 더 깨기 때문에 휴식을 취해야 할 엄마들이 더  고통받는다. 아이와 따로 있다는 부분이 마음에 아플 수 있겠지만 이후 몸이 아파서 더 못 봐주는 것보다는 조리원에서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몸을 추스른 후 집에서 제대로 봐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조리원에서는 쉬는 것만 생각하자. 


미역국은 적당히 

미역국의 효능은 요오드 뭐 시기로 사실 출산 후 2~3일만 먹어도 충분하다고 하고, 너무 많으면 오히려 갑상선에 문제가 오는 여성도 있다고 한다. 미역국을 반드시 먹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 몸에서 안 받으면 바로 끊고 다른 음식을 먹도록 하자. 


외출 가능 여부를 물어보자 

어떤 조리원은 외출이 안 되는 곳이 있다. 날씨가 좋을 때 산책이라도 하면 좋은데 폐쇄공포증이나 답답함을 싫어하는 사람에겐 쥐약이 될 수 있다. 반드시 이 부분을 물어보고 체크하도록 하자. 


유방마사지, 전신 마사지 등 제대로 많이 받자. 

아무튼몸을 정상 컨디션으로 최대한 빨리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받을 수 있는 마사지는 모조리 받고 모조리 누리자. 조리원에서 엄마는 그야말로 여왕벌!!


조리 이후 육아를 할 곳과 가까운 곳이 좋다. 웬만하면 친정에 가있자. 

이동거리는 최대한 가까운 것이 좋고, 이왕이면 조리원에서 나온 뒤 1달 정도는 도우미 아주머니를 부른 뒤 친정에 있는 게 좋다. 고작 10일 내외로 회복될 몸의 컨디션이 아닐뿐더러 육아를 배울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아기를 접할 때 어딜 만져야 할지도 모르는 게 부모인데 목욕은 어떻게 시킬 것이며 어떻게 안고 달래 줄 것인지 알아야 한다. 




위에 나온 것들은 모두 돈이다. 돈이 원수지 하지만 정부를 잘 활용하면 굉장히 싸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좋은 아빠라면 정부 지원 사업을 모조리 파악해서 최대한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도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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