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그리고 육아의 시작 #8
보통 아기가 태어나면 100일만 버티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낮 밤이 익숙해지면서 '그나마' 잔다는 것인데 이 또한 아기 별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100일이 지나도 계속 울고 달래는 애들도 있고 잠도 못 가리는 아기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직 기어 다니지 못했을 때는 그래도 애를 뉘어놓고 잠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어차피 못 움직이니까 청각의 자극에만 반응해도 상관없었다. 또 아이에게만 오롯이 관심을 줬다. 청소도 애가 누워있을 수 있는 공간만 확보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애가 기어 다니기 시작한 시점부터 청소도 신경을 쓰기 시작하고 위험한 물건도 치우게 되었다. 집 공간도 좁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애가 자유롭게 못 기어 다닌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이 시점에 이사를 고려했다. 좋은 점은 그나마 적게 울고 혼자 기어 다니거나 하기 때문에 그나마 덜 안아줘도 된다.
지금 보면 걸어 다니는 시점에서는 이제 책상 서랍까지 참견하려는 아이 때문에 서랍도 관리해야 하고 자기 의지가 많이 생겨서 24시간 안아주진 않아도 아이가 안아달라고 할 땐 안아줘야 한다. 조금씩 편해지지만 조금씩 어려운 것도 생기니까 사실 커가면 커갈수록 편해진다라는 말은 아직 나에게 크게 실감이 오지 않는다.
이때쯤 어떤 사람들은 밤중 수유를 끊고 컵을 사용하라는 사람도 있는데 솔직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아니.. 애기가 밤에 그렇게 우는데 어떻게 밥을 안 주고 그냥 재울 수 있지? 보리차 몇 번 줬다가 더 짜증내는 것을 보면 이게 맞나 싶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하지 않았다. 그냥 달라고 하면 주고 컵은 엄두가 나질 않아서 숟가락으로 먹이는 것에 만족했다. 밤중 수유를 끊는 건 밤에 아기를 전담할 수 있는 인원이 있어야 가능해 보였고 컵으로 먹이는 건 하루에 수십 벌씩 옷을 빨 자신이 있으면 도전할 수 있는 것 같았다.
- 62일 차 때 간단하게 뒤집기를 시도했다.
- 63일 차부터 수면 교육을 시작했다.
- 로타 바이러스는 약 27만 원/ 3회 정도의 예방 접종을 고민했으나 그냥 하기로 했다.
- 옹알이를 시작한다.
- 침을 흘리기 시작한다.
- 당연하지만 다수의 내복
- 바나나 윕 같이 목을 따숩게 할 것들
- 침 받이 (아기 띠에 달 만한 것들) * 2세트
- 손, 발 싸개 * 2세트
- 아빠의 체력
- 치발기나 조금의 장난감
- 모빌 (이땐 모빌 보면서 30분 버틴다)
- 아기 숟가락
- 아기 용 그릇 (보리차 등을 담을 것)
└ 겸사겸사 이때쯤 쿡 마스터 같은 것을 구매해도 좋다.
- 바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 소셔 or 점퍼 같은 도구
우리 아기는 100일이 넘어가서야 앉을 수 있었고 뒤집으려고 시도를 했다. 아직 저런 시도는 하지 못하는 기간이니까 딱히 조급해할 것도 없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몇몇 도구는 한 철 사용하고 버릴 가능성이 높다.
치발기
잠깐 쓴다. 웬만하면 주변인에게 얻을 수 있을 때 얻는 것이 좋다. 실리콘으로 되어 있는 건 소독하면 되니까.
수저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수저는 좋은 것을 사도 좋다. 침받이/손싸개는 잠깐 씀에도 아기 얼굴과 바로 닿는 물건이라 좋은 것을 샀다. 플라스틱 포함되어 있는 건 사지 말고 실리콘으로 되어 있거나 자연 재질로 되어 있어 쌂는 것이 가능한 것을 사자. 애가 물어뜯는다. 2개 정도는 사주는 게 좋다.
모빌
비싼 거 필요 없다.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더불어 천장에 다는 것은 천장을 망가뜨릴 수 있으므로 되도록 자제하자. 어차피 모빌도 오래 안 쓰니까.
장난감
아직 별로 필요 없다. 많이 안 쓰고, 책은 읽어줘도 아무 반응 없다. 차라리 우리가 읽는 책을 읽어주자. 우리가 독서할 겸. 다만 조금씩 긁어모아 놓으면 나중에 큰 자산이 된다. ㅋㅋ
쿡 마스터
주부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쿡 마스터는 보통 베이비무브 것을 구매하는데, 여기엔 믹서기, 찜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평소에 이런 것을 자주 활용하는 주부라면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니 험하게 쓰셔도 되고, 이런 것을 많이 활용하지 않는 주부님은 나중에 되팔 것을 고려해서 아껴 쓰도록 하자. 중고 시장에서 곧잘 거래가 된다. 그거 사면 보통 초반에 사용할 그릇은 번들로 껴오니까 그걸 쓰자.
바운서
일단 애가 거기서 자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장 잘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은
1) 아기 카페에 간다.
2) 자는 애를 뉘어본다. (반드시 자야 한다!!!)
- 이때 계속 잘 잔다: 좋은 거 구매 고려
- 등 센서 작동!!: 사지 말고 싼 거 찾아라
바운서는 되팔기 편하다. 좋은 거 사도 된다. 뉴나 같은 건 감가상각도 잘 안되니까 곱게 쓰면 비싸게 되팔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어차피 애가 바운서에서 자질 않아서 누나가 줬던 바운서를 그냥 썼다.
소셔나 점퍼
부모마다 의견이 다르다. 좋지 않다는 사람도 있고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어쨌든 확실한 건 부모는 편해진다. 확. 실. 히 애한테는 크게 악영향을 어떤 것에 미치는지 모르겠다. 우리애는 제때 걸었고 제때 기어 다녔으니까.
이제 조금씩 필요한 게 많아진다. 나중에 "어머 이런 도구가 있었네!?" 하지 말고 자주 육아 블로그를 보면서 하지 말고 살 수 있는 게 있다면 사서 부모의 체력을 아껴줄 수 있도록 하는 게 현명한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