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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Lucas
Oct 04. 2024
가을사랑
바보사랑
바보 같은 사랑 240909
글쓰기를 해 볼까 주저하는 친구에게 조언했다. 잘하려 하지 말고 진솔된 마음을 남겨 보라 했다. 며칠인지 몇 주인지?
아마도 두 어달은 족히 넘었다. 결국 한다는 말이 3개월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한다. 내가 주고 말고 할 것도 아닌데..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흘러갔다. 어느 수필가가 쓴 '글을 쓴다는 것'이란 에세이도 소개해 주었다. 핵심은 글은 자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넘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글이다. 요즘 나의 머리는 복잡하다.
정확히 표현은 못하겠지만 마지 마앙대해, 바다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벌거벗은 소년이랄까?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모르겠다.
때로는 이런 것을 잊으려 다른 무엇, 집중해서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거나 도망하고픈 것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럼 그럴수록 그 후유증은 크다. 돌아보면 그런 시간들은 인생을 낭비하는 죄를 짓는 행위이다.
어느 날 사랑에 대해 글을 써보려 시도했다. 내가 사랑을 아는지? 무엇이 사랑인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일단을 그 종류를 정리해 보니 블랙홀 같은 결핍이라는 단어에 도달했다.
마실 수록 갈증이 더해지는 바닷물, 모든 걸 삼킬수록 더 커지는 어두운 공간.
그런 것 아닐까? 그 수많은 사랑의 한 종류를 그에게 주었더니 짧은 글을 보내왔다.
'10년 뒤 난 뭐 할까?
당신이 하고 싶은 거 해요
아내와 나눈 짧은 대화 속에 지금의 내가 반사되어 보인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그야 당신이 알지 내가 알겠어!
그러게 난 뭘 하고 싶은 건지? 나도 모른다. 무엇을 하게 될지도 알 수 없다. 어찌 됐건 난 미래를 꿈꾸며 살려고 한다.
그저 아내와 함께 또는 공감해 줄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오늘도 고민한다.
아이들은 독립했을 테고 우리 부부는 시간이 많이 남을 것이다. 돈도 쓸 곳도 없고 참 심심한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주말이나 연휴 때에는 끔찍한 미래의 모습을 체험하는 듯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뒹굴거리는 모습이 일상이 되면 어떨까? 벌써부터 슬퍼진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아내와 함께 하고자 하는 것도 가능치 않은 것이고 그렇다면 적절하게 아내와 함께 할 일과 혼자서 할 일들을 정해놓으면 아깝지 않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는 작가님은 휴일에 홀로 카페를 찾는다고 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글도 쓰고 머리도 정리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구경도 하면서 영감도 얻고 참으로 외롭지 않은 삶이다.'
아내에게 조심스레 태블릿 얘기를 꺼낸다. 뭐 하려고? 영어공부도 하고 강의도 듣고 글도 써 보려고 한꺼번에 많은 것들을 한다고 하니 좋다며 당장 내일 사러 대리점에 가잖다.
나도 주말이면 카페를 찾아 글을 써볼 생각에 갑자기 흐뭇해진다. 아내는 진짜 날 사랑해서 이런 걸까 놀이도구 던져주고 떨어트리려는 속셈인가? 어찌 됐든 균형감을 갖고 나를 찾고 미래에 아내와 함께하는 나의 삶을 그려본다.
진솔한 글이다. 아내에게서 느낀 점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함께 있으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사랑을 하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마라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던 여름날의 그 태양을 다시 보기에는 늦은 나이가 되었다. 부부가 일심동체라는 그 옛날의 말을 과학의 자를 들이대며 비꼬는 주례사를 하기도 했다.
같은 말을 듣는 반응도 제각각이다.
대신, 부부는 우리의 두 눈처럼 적절한 거리를 두고 한 방향을 보며 서로의 성장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보싶은 것이 있더라도 좀 참고 반대편 눈이 보려는 곳을 같이 보라 했다.
나도 그렿게하지 않으면서 완전히 꼰대 정신에 입각한 스피치를 하기도 했다. 그 동체의 시간이 얼마였을까? 그럴 때가 있었는지 기억도 가물거린다.
지금도 진정한 그 속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랑을 찾아 걷고 있다. 지는 해를 향해 걸으면서 한낮의 드높던 태양을 그리워하는 나는 바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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