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
251219
프롤로그
『노인들의 쿠데타』를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노인들의 쿠데타』, 이 도발적인 제목이 여러분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생각하면 설레기도 하고, 동시에 조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 2035년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 문제들, 어쩌면 미래에는 더욱 심화될지도 모르는 현실의 그림자들을 극대화시켜 보았습니다.
활력을 잃어가는 사회,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어버린 국가의 미래, 그리고 그 속에서 소외되고 잊혀 가는 이들의 절망감...
저는 이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만약, 오랫동안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존중받지 못하고 방치된다고 느끼는 세대가 있다면,
그들의 쌓인 분노와 무력감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그 예상치 못한 파국 속에서, 사회의 가장자리라 여겨졌던 이들이 오히려 거대한 진실의 문을 열게 된다면?
『노인들의 쿠데타』는 단순히 한 국가의 정치적 혼란만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이면에 숨겨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술과 거대한 음모, 인류의 상식을 뒤엎는 비밀스러운 세력과의 처절한 싸움까
지... 근미래 현실과 정치 스릴러, 그리고 SF 미스터리가 뒤얽힌 복합적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이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사회를 돌아보고, 세대와 계층, 그리고 진실과 은폐라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제, 2035년의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충격적인 진실 추적의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글이 『노인들의 쿠데타』를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화
2035년의 태양이 멕시코의 어느 해변 마을에 느른하게 걸려 있었다. 김작가는 야외 카페의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손 안의 태블릿을 응시하고 있었다.
화면 속 세상은 그가 현재 발을 딛고 있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혼돈을 전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그의 조국은 깊은 병에 신음하고 있었다. 끝 모를 저출산은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었고, 감당할 수 없는 국가 부채는 500%를 돌파하며 모든 경제 지표를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한때 역동적이던 나라는 이제 노쇠하고 지친 거인처럼 휘청거렸다. 거리에는 생기가 사라졌고, 외국 자본은 헐값에 국가의 핵심 자산들을 집어삼켰다. 언론은 이를 '국제 투자 유치'라 포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명백한 경제 주권의 상실과 국민들의 무기력증이 깔려 있었다.
김작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때 이 나라의 문제를 펜으로 고쳐보려 했던 이상주의자였다. 국방의 최일선을 지키는 노병들, 이른바 '실버군단'에게 합당한 예우와 최첨단 장비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는 그의 소설 속에서나 빛을 발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그의 제안은 코웃음거리조차 되지 못했고, '철없는 작가의 낭만' 정도로 치부되며 잊혔다. 시스템은 그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그는 스스로를 유배 보내듯 인터넷 노매드의 삶을 택했다.
물리적 국경을 넘어 디지털 정보의 파도를 따라 세계를 떠돌아다녔다. 그의 조국은 이제 뉴스 속 통계 숫자와 절망적인 헤드라인으로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개념이 되었다. 현실의 고통은 멀리 떨어진 화면 속의 이미지로 흐릿해졌다.
그의 태블릿 화면 한쪽에서 영상 통화 알림이 떴다. 스티브였다. 본명은 김철수였지만, 그는 이미 전 세계에 '스티브'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거대 위성 통신망, '스타링크'의 실질적 설계자이자 차기 CEO로 불리는 사내. 김작가의 오랜 친구이자, 현실 감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김작가와는 정반대로 오직 미래와 효율만을 추구하는 사내였다.
그들은 각자의 시간대와 공간 속에서 디지털 연결망을 통해 깊은 교류를 이어가고 있었다. 스티브는 언제나 데이터와 네트워크의 확장, 기술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어이, 김작가! 또 네 나라 죽어가는 뉴스 보고 있냐?" 스티브는 항상처럼 피곤하지만 빛나는 눈으로 화면에 나타났다. 그의 뒤로는 쉴 새 없이 갱신되는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이 배경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는 늘 수십, 수백 개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듯 보였다.
"보다시피. 네 위성들이 보내는 실시간 정보에 비하면 이건 새 발의 피겠지만. 네 눈에도 보이겠지, 내 조국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썩어가는지." 김작가는 픽 웃으며 들고 있던 맥주병을 흔들었다. 멕시코의 느른한 오후 햇살 아래서, 한국의 비극은 멀게만 느껴졌다.
스티브는 어깨를 으쓱하며 커피잔을 들었다. "내 시스템에는 그냥 비효율적인 자원 분배와 통제 불능 상태로 인식될 뿐이야. 사회 시스템 전반의 노후화 지수도 높고. 뭐, 근데 그게 내 관심사는 아니고. 다음 주에 네덜란드에서 만나기로 한 건 잊지 않았지? 이번에 공개할 스타링크 새 기능, 네 소설에도 써먹을 만한 거 많을 거다." 그의 관심사는 언제나 스타링크의 확장과 기술의 진보에 있었다. 한 국가의 몰락은 그에게 있어 수많은 데이터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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