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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Jul 28. 2017

첫째와 둘째,
누가 더 스트레스 받을까

"엄마~ 엄마~~"

"어, 웅아. 벌써 일어났어? 좀 더 자야지."

"나 다 잤어. 우리 거실 나가서 놀자."

"조금만 더 자고 놀자."

"싫어. 그럼 결이 일어날지도 몰라. 빨리 일어나~"


목소리 우렁차기로 소문난 웅이인데, 주말 아침엔 개미 소리입니다. 결이가 깰까봐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겁니다. 외출해서 결이가 뛰어 다니면 "결아! 넘어져!" 달려가서 손 잡아주는 '공식 보디가드' 오빠인데, 이럴 땐 꼭 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언니를 만난 지난 주말 웅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웅이는 결이를 예뻐하는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변덕쟁이야."

"변덕은… 귀찮아서 그래. 동생은 원래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존재거든."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절친 '우리 언니'가 이렇게 말하다니요. 믿을 수 없습니다. "어렸을 때 나도 너 엄청 귀찮았어" 랍니다. 심지어 "다른 동생하고 노는 건 재밌는데 '내 동생'하고 노는 건 재미없더라"는 충격고백까지. 


헐... 



친구들하고 놀고 싶은데 집밖으로 나가려고만 하면 제가 졸졸 따라 나와서 싫었답니다. 그래서 저 몰래 슬쩍 나간 적도 많았다고 하네요.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하고 떡볶이도 먹고 놀이터에서도 놀다 오고 싶은데, 엄마가 '동생 손잡고 와라' 신신당부하는 것도 싫었답니다. 일기예보에 '오후에 비'가 뜨면 엄마가 동생 꺼까지 우산을 두 개 쥐어주는 것도 싫었고요. 음… 귀찮았겠군요. 


저는 둘째. 둘째의 고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 눈에 언닌 항상 부러운 존재였습니다. '첫째 특혜'가 있었습니다. 새 옷, 새 운동화는 언니 차지였습니다. 가끔 엄마가 큰맘먹고 제 옷을 사왔지만 "너한텐 아직 크네. 언니 먼저 입고 넌 커서 입자"라고 하셨습니다. 언니가 반장이 됐을 땐 "아이고 우리 딸 장하다" 칭찬하시더니 제가 반장이 되니 "학교 다니면 반장 한 번은 해야지" 시큰둥 하셨습니다. 언니는 첫째이기에, 부모가 누릴 수 있는 기쁨을 항상 저보다 먼저 선물했습니다. 내가 늦게 태어나고 싶어 늦게 태어났나, 속이 상했습니다.


첫째와 둘째 중 굳이 따지면 둘째가 억울한 일 더 많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언니 말을 들으니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첫째도 둘째도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나이차가 나지 않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첫째가 둘째보다 조금 더 힘들다고 합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는 저서 '우리아이 괜찮아요'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부터 못 살던 사람보다 
잘 살다가 못 살게 된 사람이 
견디기 더 힘들 듯, 
독차지했던 사랑을 빼앗긴 형이
동생보다는 조금 더 힘들다



그래서 동생이 아기인 경우 큰아이를 위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따로 있을 때 특별 대우도 해주고 격려도 하면서요. 



네! 웅이 행동을 보니 첫째에게 특별 대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파트 단지의 또래 형제인 은결이 현진이를 키우는 엄마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은결이 현진이는 웅이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형제인데요. 가끔 등원길에 마주치면 유독 형 은결이 기분이 좋은 날이 있습니다. 숨기려고 해도 입꼬리가 씰룩씰룩하는 게 제 눈에도 보입니다. "은결이 기분 좋네~" 아는 척하면 "쉿!"하고 도망칩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동생 손 잡아끌며 서둘러 들어가죠. 그리고 조금 있다 슬쩍 가방을 메고 나옵니다. 문 뒤에 숨어있던 은결이 엄마도 나타납니다. 


"오늘 은결이랑 데이트하는 날이에요. 어제 현진이랑 별 일 아닌데 싸우더라고요. 첫째 스트레스가 쌓인거지. 이렇게 풀어줘야 해요." 


그렇게 단 둘이 시간을 보내면 은결인 다시 의젓한 형노릇을 한다고 합니다. 은결이 엄마는 두 아이와 같이 있으면 아무래도 어린 둘째에게 더 손이 가고 마음이 가게 되니 그렇게 첫째만을 위한 시간을 내야 공평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른들은 "어릴 땐 형제자매 좋은 거 몰라. 커야지 알지" 하십니다. 저 또한 언니와 친구처럼 친해진 건 대학생 이후입니다. 철이 든 이유도 있지만 아마 언니는 저를 챙길 일이, 저는 언니에게 치일 일이 없어졌기에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언니 때문에, 언니는 저 때문에 손해보는 일이 없으니 자연스레 사이가 좋아진 것이죠.


그래서요. 동생이 생겨 귀찮은 일 많아진 웅이를 '특별 대우' 하려고 합니다. 주말에 늦잠자고 싶지만, 웅이가 결이보다 먼저 일어나 같이 놀자고 하면 저도 일어납니다.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아도 웅이랑 둘이만 있으려고 합니다. 외출하면 주로 웅이는 남편, 저는 결이 손을 잡고 다니지만, 가끔은 결이가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웅이만 살짝 데리고 나와 둘이 아이스크림을 먹습니다. (특별 대우 치곤 너무 소소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웅이는 참 좋아합니다.)



'천사같은 우리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의 저자 아델 페이버, 일레인 마즐리시는 "똑같이 사랑받는 건 뭔가 사랑을 덜 받는 것이지만, 특별한 존재로서 각기 다르게 사랑받는 것은 필요한 만큼 사랑받는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공평하게 대하는 게 아닌, 특별하게 대해주길 원하는 거라면서요. 


(유치한 질문이지만) 남편에게 "당신, 내가 좋아 어머니가 좋아?" 물었을 때 남편이 "당신도 좋고 어머니도 좋지. 똑같이 좋아"라고 하면 빈정 상하지만, "당신은 내가 선택한 내 부인이어서 좋고 어머닌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라 좋지"라고 답하면 기분이 좋은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 웅이가 "엄마, 내가 좋아 결이가 좋아?" 물으면 "웅이도 좋고 결이도 좋아"라고 답하기보다는 “이 넓은 세상에 웅이는 딱 한 명밖에 없잖아. 너처럼 생각하고, 너처럼 느끼고, 너처럼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엄마는 웅이가 내 아들인 게 너무 좋아”라고 하는 게 현명하답니다.


+ 가끔 남편하고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안아주기만 해도 좋아하던 시기는 지났어 ㅠ.ㅠ" 사랑 주는 건 자신있었는데, 아이들이 자라니 사랑을 줄 때도 기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렵습니다. 덕분에 부모노릇, 질리진 않겠습니다. @.@



틈틈이의 더 많은 이야기는 여기(↑)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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