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틈틈이 Jul 18. 2017

분리불안 : 엄마도 느끼는 감정

워킹맘 마음사전

#1. 첫번째 복직일 

현관문 앞에서 베이비시터 이모님께 
부탁을 드리고 드리고 또 드렸습니다. 

"이모님, 잘 부탁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요. 웅이 나랑 많이 친해졌어요.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할테니 어서 출근해요."


현관문 너머로 들리는 웅이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출근하며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2. 웅이 어린이집 첫날 

"어머니, 30분 후에 오세요."

눈물이 그렁그렁해 선생님 품에 안겨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웅이를 보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 앞에서 
30분이 지나길 기다렸습니다.



얼마 전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한 후배와 화장실에서 마주쳤습니다. 후배는 화장실에서 아이 사진을 보고 있더군요. "보고 싶지?" 물으니 "말로 못 하죠" 합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입니다. 

"잘 있겠죠?" 

어떤 마음인지 압니다. 얼마 전 제 모습이니까요. 뱃속에 열 달을 품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진통을 거치고 안은 아이입니다. 자다가도 일어나 잘 자고 있나 확인하고 이불 다시 덮어주며 딱 붙어 있었는걸요. 그렇게 하루 24시간을 붙어있던 아이를 떼어놓고 출근했습니다. 회사에 가지 말라며 손을 뻗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마음엔
 아이에 대한 걱정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거기에 '엄마의 분리불안'이 더해진 것이라고 하네요.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게 처음이듯, 엄마와 아이와 떨어지는 게 처음이라 아이가 분리불안을 겪는 것처럼 엄마도 분리불안을 겪는다는 겁니다. 

분리불안은 익히 알고 있는 개념이지만 아이만 겪는 줄 알았는데 엄마에게도 적용된다니,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이 '분리불안'이라니 의외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와 떨어져 있을 때 불안을 느낀다고 합니다. 외출을 했다가 아이 걱정에 서둘러 집에 가는 것도 이 때문이랍니다.



"지극한 사랑의 감정에서 출발"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다만, 지나치면 문제가 됩니다.엄마의 분리불안이 지나치면 아이에게도 영향을 끼치거든요.

워킹맘의 분리불안 수준이 높은 경우, 아이도 분리불안을 높게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엄마의 불안이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2001년에는 엄마가 직업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 보다는 엄마의 분리불안 수준이 자녀의 분리불안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분리불안은 겪을 때 엄마도 불안해하면 아이는 더 불안해 한다는 것이죠.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탯줄을 끊으며 엄마와 물리적으로 분리되지만, '심리적 탯줄'은 여전히 연결되어 엄마와 아이가 감정을 공유하니까요. 

책 『
유대인 엄마처럼 격려+질문으로 답하라』에서는 분리불안을 느끼는 엄마들에게 관심사를 돌리라고 조언합니다. 웅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고 어린이집 앞에서 '대기'하며 언니한테 연락을 했을 때, 언니 또한 "거기 그러고 있지 말고 커피나 마시자"며 저를 불러냈었습니다. 언니는 저보다 먼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봐서 제 마음을, 그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법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복직 초기에 CCTV가 도움이 됐습니다. '잘 있을거야' 생각하곤 했지만, 잘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믿는 것'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 '잘 있을까?' 궁금할 때 CCTV를 보고, 결이가 잘 웃고 잘 놀고 있으면 안심이 됐습니다. CCTV를 볼 때마다 (떼를 쓰고 있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잘 지내고 있었고 조금씩 믿음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부턴 CCTV를 보지 않고도 '잘 지낼거야. 무슨 일 있으면 연락이 오겠지. 어서 일하고 퇴근하자' 생각하게 되더군요. 

아마 결이도 아침에 제가 출근하며 "엄마 밤에 올게" 이야기 할 때마다, 처음에는 '정말 올까?' 싶었지만, 약속한 대로 밤마다 돌아오는 엄마 품에 안기며, 그런 경험이 쌓이며, '엄마 정말 오네.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믿게 된 것처럼 저에겐 CCTV가 그 경험을 준 것 같습니다. 


+ 두번째 복직이 덜 힘들었던 건 (더 힘들었던 점도 있지만) 분리불안이 덜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가 출근해도 웅이가 또래 아이들과 똑같이 잘 웃고, 잘 우는 개구쟁이로 잘 자란만큼 결이도 잘 적응하고, 잘 자랄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결이 역시 웅이처럼 소리 꽥꽥 지르고 애교 많은 개구쟁이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요즘 웅이 결이를 보면 제가 첫 출근하던날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하셨던 말씀처럼 "엄마만 잘 하면 되요"가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생각보다 더 잘하더라고요. 항상 아이들이 저보다 낫습니다^^ 그러니 아이들 걱정 조금은 내려놓고,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린이집 재밌었어?" (X) 제대로 물어보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