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모탐구 미니콘: 요즘 부모] 두번째 주제. 정답
자람패밀리는 10월 26일과 11월 2일, 양일간에 걸쳐 '요즘 부모'를 주제로 '2022 부모탐구 미니콘' 웨비나를 개최했습니다. 요즘 부모 100명과 소통하며 세부 주제를 관계, 정답, 나, 혼란 등 네 가지로 선정. 각 주제에 대해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성남서초등학교 천경호 선생님께서 첫 번째 주제인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주신데 이어 두 번째 주제인 '정답'에 대해서는 하이토닥 아동발달상담센터 정유진 소장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정 소장님은 두 아이의 부모이자 아동발달전문가로 매일 아이들, 부모님과 만나면서 "요즘 부모들은 정답에 근접하려고 상당히 애쓰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하셨습니다.
"왜 정답을 쫓느냐고요? 불안하니까요."
정유진 소장님은 "부모들이 SNS에 남겨주시는 댓글이나 센터에서 만나서 하시는 질문이 갈수록 디테일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서두를 열어주셨습니다.
예전에는 '우리 아이가 너무 떼를 부리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물으셨다면 요즘은 '아이가 떼를 부려서 네가 이렇게 떼를 부리면 나는 원하는 걸 해주지 않을 거야라고 했는데 이게 적절한 말인가요?'라고 묻는다는 겁니다. 그만큼 더 구체적인 정답을 원하고 부모인 자신에게도 '정답대로' 해야한다고 요구하는 거지요.
부모들의 이러한 심리에 대해 정 소장님은 '불안'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과거에는 '육아는 정답이 없다'고 했지만 요즘은 미디어가 앞장서서 '이게 정답'이라고 알려 줍니다. 정보가 많고 공유도 편해진 시대지요. 반면 부모들은 바쁩니다. 정답을 직접 찾을 여력은 없는데 미디어에서 정답이라고 알려주니 마음이 끌릴 수밖에요. 그러다 어느 순간 정답을 놓칠까봐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정답'처럼 이야기되는 모든 것들이 진짜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매 순간 정답대로 하지 못한다고 해도 큰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정 소장님은 부모들이 가장 흔하게 듣고 있는 정답의 예시인 '애착 형성의 과정'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셨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가 자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엄마가 분유를 먹여주면 '아, 내가 나한테 분유를 먹이고 있구나'. 엄마가 안아주면 '내가 나를 안아주고 있구나' 식으로 생각을 하죠. 엄마와 자기를 분리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생후 6개월 정도에 기기 시작하며 엄마를 자기와 다른 사람으로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엄마를 '엄마'라는 하나의 대상으로 인지하는 게 아니라 '좋은 엄마' 그리고 '나쁜 엄마'로 분리해서 인지합니다.
울면 바로 안아주는 좋은 엄마, 졸릴 때 재워주는 좋은 엄마. 반대로 울어도 안아주지 않는 나쁜 엄마, 배가 고파도 분유를 늦게 주는 나쁜 엄마와 같이 내가 원하는 걸 해주면 좋은 엄마, 해주지 않으면 나쁜 엄마로 나눠서 받아들이는 겁니다.
여기까지 말씀을 드리면 부모들은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합니다. '좋은 엄마'가 아니면 '나쁜 엄마'가 되니 긴장이 되지요. 그런데 아이는요.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무수하게 쌓아온 좋은 엄마의 순간들이 있고, 그 순간들은 아이 안에 쌓여있습니다.
아이는 울 때 안아준 엄마, 졸릴 때 재워주던 엄마, 배고플 때 분유를 주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분리 되어 있던 나쁜 엄마와 좋은 엄마가 통합되는 단계를 거치며 '내가 울어도 엄마가 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올 때가 더 많아. 우리 엄마는 대체로 좋은 엄마야'라고 균형을 가지고 대상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나쁜 엄마인 순간에 그동안 쌓아온 좋은 엄마의 순간들이 애착을 회복하는 힘으로 작동하는 겁니다.
"저 역시 아이들에게 본의아니게 짜증을 내는 순간이 있고, 지쳐서 아이들의 요구를 바로바로 들어주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나쁜 엄마'인 순간이 있는 엄마예요. 그럴 때마다 후회하고 자책했지만 그 순간들 때문에 아이들의 애착이 손상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많았던 최선을 다한 순간들이 애착을 회복시키는데 충분하다는 걸 아이를 키우며 경험으로 익혔어요. 부모인 우리는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최선은 애착을 회복시키는 힘으로 쌓이고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몇 번의 실패가 육아를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정답을 지키지 못했다고 '나는 망했어', '나는 부모자격도 없어' 하며 좌절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부모인 우리에게는 숱한 날들이 있습니다. 실패를 회복하는 힘이 부모인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쌓이고 있습니다.
"화가 날 때,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일까요?"
정유진 소장님은 부모들은 정답 중에서도 '화'에 대해 자주 묻는다고 하셨습니다. 화를 안 내는 법을 물으시는데 그 질문 안에는 '좋은 부모는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기본전제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화를 내고 싶은 부모는 없습니다. 그런데 화를 안 낼 수 있나요? 화를 내면 안 된다고 해서 참다가 더 크게 화를 내거나 엉뚱한 곳에 화풀이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정 소장님 역시 화를 내지 않으려고 애쓴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어린데 도움을 받을 곳은 없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보니 버거웠어요. 밥을 해야 하는데 설거지가 가득 쌓여있고, 아이들은 숨쉴 틈도 주지 않고 부르고... 화를 참고 참다가 결국 폭발해버리곤 했죠. 화를 안 내는 건 불가능했어요."
그 뒤로 불가능한 정답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먼저 '나는 화를 내는 부모'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찾으셨다고요. 아이들에게 "이런 상황이라 지쳐서 엄마도 모르게 화를 낼 수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엄마가 화를 낼 때 '엄마 화내지 말아요'라고 이야기를 해달라"고 도움을 청한 겁니다. 화내지 말라고 하면 멈추고 사과하기로 약속도 했습니다. '화를 안 내는 정답 엄마'는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회복할 수 있는 엄마'가 되기로 한 것이지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달라졌습니다. 화를 내면 꼼짝 못하고 압도당하던 아이들이 쭈뼛쭈뼛 '화내지 말아요'라고 했고 정 소장님은 화를 멈추고 사과했습니다. 어느덧 중학생, 초등학생이 된 두 아이는 이제 엄마가 화를 내면 "에이 엄마, 그런 걸로 화내지 마"라고 한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다툴 때도 '별 거 아닌 일로 그러지 마'라고 하며 분위기를 바꾸기도 하고요. 엄마가 '화를 안 내는 엄마'라는 정답을 내려놓으니 아이들이 '화를 다룰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한 겁니다.
정 소장님은 이 경험담을 통해 부모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회복력 있는 패자부활자'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셨습니다.
'육아 정답? 부모를 도와주는 가이드라인'
사전 설문에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새끼'와 같은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마침 정유진 소장님도 2010년 전후로 방송됐던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고정 패널이셨던터라 이 질문을 소장님께 드렸습니다.
정 소장님은 "방송에 나오는 '정답'은 부모들이 알아두면 도움이 되지만, 방송이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시며 방송에 나오는 '육아 정답'을 '산정상에 꽂힌 깃발'에 비유하셨습니다.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한, 그것도 처음 등산을 하는 '초보 등산인'에게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쉽지 않습니다.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시간은 그 시간대로의 가치가 있습니다. 방송으로 나오는 장면이 나오기까지 우리에게는 보여지지 않은 수많은 과정이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전문가들이 투입되고, 아이들의 행동을 수정하고, 다시 계획하는 등 긴 과정이 있어요. 그런데 그 과정을 모두 방송에서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방송시간에 맞춰 정답 위주로 편집해서 내보내죠.
전문가들은 아이가 울면서 떼를 쓸 때는 '울지 말고 이야기하세요'라고 한 뒤 울음이 그치길 기다리라고 명쾌하게 말합니다. 부모들은 그대로 해보지만, 아이는 '정답'과는 달리 부모를 때리기도 하고, 더 크게 울기도 합니다. 난감합니다.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왜 나는 안 되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답은 '깃발'입니다. 우리는 그 깃발에 가고 있는 중이고요. 이 사실을 간과하고 방송에서 나온 정답대로, 전문가들이 말한대로 하면서 그 즉시 결과를 기대하면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 소장님은 "정답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다면 부모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시간에 대한 가치를 외면하고 저 멀리 꽂혀 있는 깃발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하면서 "육아정답이라는 깃발은 부모가 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주는 가이드라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부모들은 "정답대로 완벽한 부모가 되고 싶었는데, 아이와 지지고 볶고 사는 이 순간들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힘으로 쌓이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도 정답, 저기도 정답이라고 하니 '정답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는데, 마음이 편해진다" 등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부모가 되면 누구나 실수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만큼 아이가 소중하니까요. 정답대로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면, 아이를 잘 돌보고 싶은 내 마음부터 알아주고 응원해주면 어떨까요? 정유진 소장님의 말씀처럼 부모인 우리들이 정답을 찾기보다 회복할 수 있는 부모, 회복력있는 패자부활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부모인 나의 회복력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질문에 집중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