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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Nov 07. 2022

심리적 안전지대 사라진 시대, 요즘 부모에게 필요한 것

 [2022 부모탐구 미니콘: 요즘 부모] 첫번째 주제. 관계

자람패밀리는 10월 26일과 11월 2일, 양일간에 걸쳐 '요즘 부모'를 주제로 '2022 부모탐구 미니콘' 웨비나를 개최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적 이슈 안에서 부모의 삶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요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아보고자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이번 행사는 부모들의 삶을 부모들과 함께 입체적으로 조망했는데요. 부모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사전 설문과 이벤트를 통해 부모 패널 100명을 모집하고 소통하며 세부 주제를 관계, 정답, 나, 혼란 등 네 가지로 정했습니다. 행사 당일에는 전문가 패널이 각 주제에 대해 자신의 전문성과 부모의 삶이 연결된 화두를 던지고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 번째 주제인 '관계'에 대해서는 성남서초등학교 천경호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두 아이의 부모이자 교사로서 매일 아이들, 부모님과 소통하면서 "요즘 부모, 요즘 아이들은 모두 외롭다는 걸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왜 외롭냐고요?

심리적 안전지대가 줄어들었으니까요.

천경호 선생님은 몇 가지 통계를 들어 설명하셨습니다. 우선 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인 0.81 이었습니다. 그만큼 아이를 둔 가정이 줄었습니다. 이말은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고충을 이해해주는 사람들 역시 줄었다는 뜻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78.3%(2021년 기준)입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층간소음 분쟁이 끊이지 않지요. 이웃이 있어서 든든한 게 아니라 이웃이 있어서 조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웃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족의 크기도 작아졌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평균 가족구성원이 5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2.9명입니다. 외동인 아이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친척 간에도 소홀합니다. 친족을 누구까지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직계가족까지', '3촌까지'라는 응답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친척 간의 왕래가 없다는 말입니다.



천 선생님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고, 있더라도 오히려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들이 선택한 대안은 SNS 또는 맘카페 등 온라인 매체입니다. 온라인 상에서 또래를 키우는 부모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고충을 나눕니다. 그런데 온라인은 한계가 있어요. 비언어적 표현들이 전달되지 않으니까요. 같은 문장을 보더라도 정확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안에서 많은 갈등들이 생기죠. 어려움을 토로했을 때 위로받고 지지받지 못 할 수도 있고, 오히려 상처받고 가정 안으로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경우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정에서만 외로운 건 아닙니다. 사회도 다르지 않아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생길 만큼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인 채 가정으로 돌아오죠. 그 상태에서 가사 부담, 육아 부담이 얹어지니 쉽게 소진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 세대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져서,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생활양식의 변화가 심리적 안전지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 해보셨나요? 그렇다면 반대로 심리적 안전지대를 확보할 환경과 생활양식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겠지요? 



아이에게 어떤 '관계'를 가르치고 계십니까?

비슷한 맥락에서 아이들에게도 사회적 상호작용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적게 태어나고, 친척이나 이웃과의 교류도 없는 지금 시대에서는 아이들이 또래를 만날 기회가 적으니까요.


천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한자어로 배울 학, 학교 교를 쓰고, 학교 교는 나무 목자에 사귈 교자를 쓴다. 자연에서 친구와 사귀는 법을 배우는 곳이 바로 학교"라고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우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학교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천 선생님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지 깨달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른의 입장과 목표에 매몰되면 아이들에게 '폭력적 시선'을 학습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학교 폭력 예방 교육에서 아이들에게 '너를 때리는 친구가 있니?'라고 묻는다는 겁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아이는 스스로를 피해자로 가정해야 합니다. 반 친구 모두를 가해자로 가정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겁니다. 질문을 바꾸어서 '친한 친구가 있니?’ 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친구를 떠올립니다. 그 친구랑 왜 친하냐고 물으면 '같이 등하교를 해서', '먼저 사과를 해줘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줘서' 등 이야기를 하죠. 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같이 등하교하는 친구가 있니?’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친구가 있니?’ 라고 물으면서 우정을 가르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부모들에게도 같은 제안을 하셨습니다. 질문은 아이들의 생각의 방향, 사람을 대하는 관점에 영향을 미치니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자고 하셨어요. 예를 들면 아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질문을 하시나요?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 '무슨 일 있었어?' 라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땠어? 무슨 일 있었어?' 라고 물어보면 나쁜 일이 먼저 떠오릅니다. 나쁜 일은 다시 경험하기 싫기 때문에 기억해 둬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할 수 있으니까요. 너무 자연스럽게 나쁜 일만 기억하게 되죠. ‘오늘은 어떤 좋은 일이 있었어?’ 라고 물어보면 좋은 일을 떠올리게 됩니다.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둔 질문을 계속 받고, 답을 하다보면 타인을 바라볼 때도 자신에 대해서도 약점보다 강점을 보게 됩니다.


자람패밀리 이성아 대표님와 천경호 선생님



좋은 관계를 원하신다면 '흔적'을 남기세요.

사전 설문에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데, 어떤 관계가 좋은 관계인지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귄위를 앞세우고 싶진 않은데, 그렇다고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아이가 커갈수록 멀어지는 게 느껴진다. 어떻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등 아이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남겨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천경호 선생님은 "부모와 아이는 함께 살아가는 동지"라고 표현하며 "함께 살아가는 동지에게는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충실한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엄마아빠가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여긴다고 합니다. 부모인 우리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합니다. 멀티태스킹을 하죠. 바쁘니까요. 그런데 멀티태스킹은 반드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아이가 무슨 말을 할 때,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아이의 말을 잘 기억하지 못해요.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님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여길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부모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르냐’고 물으면 제일 먼저 나오는 건 ‘잔소리’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 말은 안 듣습니다. 힘과 권위로 아이들을 억누르며 얻은 효과는 만12세 이후로 점차 줄어들어요. 만12세를 기준으로 해서 아이들은 서서히 또래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시작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부모가 아니라 또래 친구들이 될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과 친밀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천 선생님은 "흔적을 많이 남겨보자."고 제안해주셨는데요. 간단한 문자, 사진, 편지나 쪽지, 작은 선물 등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자주 아이에게 표현하면, 일상의 곳곳에서 그 흔적들을 마주하며 부모와 건강한 유대감을 쌓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부모들은 "어렸을 때 놀이터서 놀고 있으면 동네 어르신들이 모두 아는 척을 하셨다. 동네가 우리집 같았는데, 지금 나는 아이가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하면 따라 가야만 한다. 그 차이가 이렇게 큰 거였구나 싶다. 자조 집단을 찾아봐야겠다." "아이에게 하는 질문, 내가 남긴 흔적들을 돌아보고 있다." 등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천경호 선생님은 '부모들에게 요구되는 건 많아진 반면 고충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또는 흡수될 수 있는 완충지대가 줄어든 만큼 삶을 나누는 자조집단의 필요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 돕고 지지할 때 우리는 어려움을 딛고 성장해 갈 힘을 얻게 되니까요.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 경험이 '상처'로 각인되기 보다 회복과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심리적 안전지대가 되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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