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전문가가 바라본 요즘 부모 2.
'2022 부모탐구 미니콘: 요즘 부모'는 부모의 삶을 살고 있으며, 전문적인 분야에서 부모들을 만나고 있는 전문가 4명을 패널로 초대해 '요즘 부모'에 대해 물었습니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대표는 ‘요즘같이 개인주의가 강해진 ‘나’중심의 시대에서는 부모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안 생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워킹맘입니다> 김아연 작가는 ‘전통적인 사회에서 평등적인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다 보니 이중적인 메시지 안에서 혼란스러워한다.’고 했습니다.
[부모전문가가 말하는 요즘 부모 3.] “‘나’중심입니다.”
"지금은 개인주의가 굉장히 강해진 시대입니다. 우리 사회도 IMF 사태가 벌어지고 2000년대에 들어서며 개인주의 사회가 되었습니다. 흔해진 말이지만 각자도생의 시대죠.
저는 발도르프 교육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발도르프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내면에는 사회적인 힘과 반사회적인 힘이 있습니다. 사회적인 힘은 호감에서 옵니다. 하나가 되고자 하는 힘이죠. 반사회적인 힘은 반감에서 오며 자기를 주장하는 힘입니다. 내 안에 사회적인 힘이 강할 때는 듣고, 반사회적인 힘이 강할 때는 말합니다.
모두가 느끼는 것처럼 요즘 시대는 반사회적인 힘이 굉장히 강합니다. 모두 자기 주장을 하게 하고, 누구도 손해보려고 하지 않아요. 한 마디로 '나' 중심입니다.
발도르프 교육의 관점에서 부모가 된 '한 사람'도 살펴보겠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인간은 7년을 주기로 '질적 변화'를 겪는다고 합니다. 만21세 이후에는 신체의 발달은 끝나지만 영혼이 계속해서 발달한다고 하죠. 영혼은 감각혼, 지성혼, 의식혼 등 세 단계로 발달하는데, 감각혼 시기의 인간은 세상 일을 좋고 싫음으로 판단합니다. 지성혼 시기에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죠. 보통 20대가 감각혼, 30대가 지성혼의 시기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30대, 지성혼의 시기에 직장에서는 승진을 위해 노력하며 집도 사고 차도 좀 더 좋은 걸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일해요. 아이를 낳고 부모도 됩니다.
부모는 아이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를 책임지려면 챙겨야 할 게 많습니다. 누구도 손해보려고 하지 않는 시대에서 손해보는 게 다반사죠. 부모로서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다면 스트레스가 안 생길 수 없습니다.
[부모전문가가 말하는 요즘부모 4.] “혼란스럽습니다.”
“여성가족부의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2020년에 엄마가 된 여성은 평균 32.3세였습니다. 올해가 2022년이니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여성들이 부모가 된 거죠. 지금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80년대, 90년대에 태어나 자란 경우가 많을 겁니다.
저는 1981년에 태어났습니다. 올해 11살, 9살이 된 아이의 엄마입니다. 둘째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하며 ‘틈틈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외로웠거든요. 당시만 해도 육아휴직을 두 번 쓴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에선 육아휴직을 두 번 쓰고 복직한 직원은 제가 처음이었어요.
‘엄마로서의 나’와 ‘직장인으로서의 나’가 수시로 충돌하며 고민도 많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선택할 수 있으니 복받은 세대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반대로 어떤 선택을 해도 걱정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하면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냐’, 출근을 결정하면 ‘아이는 괜찮겠냐’ 라고요. 육아서는 애착을 이야기하며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기계발서는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베스트셀러니 혼란스러웠죠.
집에서도 그랬습니다. ‘2020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사분담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62.5%였습니다. 반면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20% 남짓이었죠. 저만 해도 머리로는 남편과 집안일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할 때가 많았어요. 어린이집에 보낸 아이가 아프면 늘 엄마인 저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조퇴도 제가 했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요구받는 것과 추구하는 것, 보고자란 환경과 살아가고 있는 환경은 너무도 다릅니다. 전통적인 사회에서 평등적인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여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안에서 혼란스럽습니다.
[요즘 부모에게 필요한 건 성장과 나만의 해답]
김훈태 대표는 요즘 부모들에게 ‘진짜 어른으로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어른일 수는 없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진짜 어른이 되어갑니다.
자기 중심적 단계에서 자기 인식의 단계로, 자기 인식의 합리적 단계에서 자기중심성을 극복하는 단계로 나아갈 때, ‘나’ 중심의 시대에서 더 나다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김아연 작가는 ‘나만의 해답’을 강조했습니다. 혼란스러울수록 더 많은 조언을 구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혼란스럽다면 왜 혼란스러운지를 들여다보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부모들은 ‘사회적인 정답’을 내가 원하는 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나만의 해답이 쌓일 때 혼란 속에서 중심을 지킬 수 있습니다.
'메타 인지'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으실 겁니다. 내가 무언가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발견, 관찰 통제하는 정신작용을 말합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부모의 삶에 대해 스스로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지 '메타 인지'를 발휘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나 중심성에서 얼마나 벗어난 어른일까요? 내가 혼란스러운 건 '나 중심성' 이 없기 때문일까요? 반대로 지나치게 '나 중심성'에 갇혀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보게 됩니다.
요즘 부모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가진 '나 만의 해답'이 있으신가요? 그 대답은 충분히 어른다운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