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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Oct 26. 2022

기댈 곳 없는 요즘 부모,
실패가 두려운 요즘 부모

부모전문가가 바라본 요즘부모 1.

'2022 부모탐구 미니콘: 요즘 부모'는 부모의 삶을 살고 있으며, 전문적인 분야에서 부모들을 만나고 있는 전문가 4명을 패널로 초대해 ‘요즘 부모’에 대해 물었습니다.


성남서초등학교 천경호 선생님은 '심리적 안전지대가 사라지다보니 요즘 부모는 힘든 일이 있어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고, 삶을 나누며 나와 아이를 이해할 기회도 가지기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이토닥 아동발달상담센터 정유진 소장은 '우리 사회가 ‘부모 정답’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요즘 부모들은 정답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정답을 좇으며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교사가 바라본 요즘 부모] 기댈 곳이 없습니다.


“학교 현장에는 해마다 희한한 민원이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자고 있는 동안 부모가 출근하는 가정이 있습니다. 등교시간에 맞춰 아이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으면 학교로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가정방문해서 아이를 깨워 등교시켜 달라는 겁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너무도 몰지각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사정은 있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요.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동네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의 문제를 발견하기도 하고, 고민했던 게 별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즉각적으로 가까이에서 피드백을 주는 타인이 항상 있었고, 서로의 심리적 안전지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요즘은 다릅니다. 부모들을 지지하는 사회적인 기반이 사라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경우도 부모님 세대였다면 동네 누군가에게 부탁을 했겠지만, 요즘 부모들에게는 이웃이 없습니다. 믿고 의지할 타인이 없기에 학교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심리적 안전지대가 사라진 요즘은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고민을 나누거나 어려움을 털어놓을 곳이 없습니다. 부모는 불안하고 날카로워집니다. 날카로운 부모 옆에 있으면 아이 역시 긴장합니다. 집에서 조차 긴장하는 아이들은 학교생활 역시 쉽지 않습니다. 날카로운 부모의 말투, 실수나 잘못에 예민한 태도를 배운 아이들은 친구에게 같은 방식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아동발달전문가가 바라본 요즘 부모]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SNS에 육아법을 올리며 퀴즈를 내곤 해요. 특정 상황을 적고, 이럴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느냐고 묻죠. 종종 부모로서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요. 많은 부모들이 열심히 고민해서 답을 적고, 같이 고민을 하시지만 ‘빨리 답을 알려달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알려달라’고 채근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상담센터에도 ‘이렇게 하면 된다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하나?’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 한다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하시며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에 ‘~해야 한다’는 부모 정답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정답대로 하지 못하면 아이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거예요.


특히 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전문가와 육아서 모두 ‘아이에게 화를 내면 안된다’, ‘부모가 화를 내면 아이 감정에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하니 부모들은 화를 꾹꾹 참습니다. 저에게도 화를 내지 않는 방법을 자주 물으세요.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면 압니다. 화를 내지 않는 온정적인 부모양육 태도를 매순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해요. 화를 참고 참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고, 후회와 죄책감으로 이어집니다. 완벽한 부모, 완벽한 양육을 추구하다 좌절하는 겁니다.


게다가 요즘 부모들은 단절되어 있습니다. 부모들은 SNS에 올라온 ‘이상적인 육아’ ‘부모정답’만 보게 될 뿐 실제 부모들이 화를 낸 뒤 아이와 관계를 회복한 경험담, 화를 다루는 이야기는 접할 기회가 적습니다. 정답을 말해주는 사람은 많지만, 한 사람이 부모가 되어 시도하고, 실패하고, 회복하며 아이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기회는 없어요. 그러다보니 부모들은 단편적인 정답만 좇으며 혹시 실패할까봐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요즘 부모에게 필요한 두 가지. 교류와 회복

천경호 선생님은 요즘 부모에게는 ‘부모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부모들이 모여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놓고 나눌 때 나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서로를 보고 배우고 지지하며 서로의 심리적 안전지대가 되어주는 겁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고자 아이에게 집중합니다. 하지만 집에서의 아이와 학교에서의 아이는 다릅니다. 또래 집단 안에서의 아이는 또 다르죠. 부모들과 교류하며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가 처한 환경 안에서 아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 아이’를 넘어 ‘한 사람’으로 존중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정유진 소장은 요즘 부모들에게는 회복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정답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부모들은 아이에게 화를 내면 그 한 번으로 육아가 무너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정답을 지키려고 힘을 더 주고, 긴장하며 육아는 더 어려워지죠.


부모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합니다. 실패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아이와의 관계가 더 단단해지고 부모에게는 효능감이 생깁니다. 실패해도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실패가 두렵지 않습니다. 육아가 가벼워집니다.


그렇다면 부모들에게는 어떤 교류의 장이 필요할까요? 커뮤니티안에서 오히려 소진되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더불어 성취 중심의 삶에 익숙한 우리에게 힘이 되는 '회복 메세지'는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함께 해보게 됩니다. 부모인 당신은 심리적 회복을 도와주는 '교류'의 장을 가지고 있습니까?


<요즘부모 탐구생활> 다음회에서는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대표와 '나는 워킹맘입니다'의 저자인 김아연 작가가 말하는 요즘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람패밀리가 올해 10주년을 맞아 부모들에게는 지금, 부모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부모 인칭으로 나누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웨비나로 진행되는 '2022 부모탐구 미니콘: 요즘 부모'에서 요즘 부모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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