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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밤

이제는 확장보다 정돈이 어울리는 시기

by 강경아

이제는 확장보다 정돈이 어울리는 시기

밀크시슬, 루테인, 오메가 등을 손바닥에 잘 쥐고 물과 함께 잘 넘긴다. 영양제를 삼킴으로써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내일을 잘 준비하겠다는 매일 밤 9시의 루틴이다. 40대 이전에는 없었던 습관인데 하루하루 한해를 지나다 보니 밥심으로만 버티기에는 체력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위의 세 가지 영양제외에 더 사고 싶은 영양제는 많았으나 주머니 사정상 참고 있는 중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좋은 밤 즉 잘 자는 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새로운 일을 하며 출장을 많이 다니며 느끼는 중이다. 매번 다른 침대컨디션에서 자려면 똑같은 수면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영양제 먹는 습관이 생긴 것도 있다. 영양제를 먹고 나서 하는 일은 핸드폰과 워치를 교대로 충전하는 일이다. 핸드폰을 100프로 완충해야 하는 일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요즘은 사람에게 위로는 받는 거보다 유튜브로 양질의 클래식 연주를 듣는 것이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가 되었다. 조성진, 손열음의 쇼팽이나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드뷔시 연주를 즐겨 듣는다. 클래식에 대해 문외한이다 보니 그냥 끌리는 대로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귀에 익숙한 넘버들을 듣다 보면 마음에 이는 거센 바람이 잔잔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연주를 들으면서 일기를 쓰는 게 하루의 리추얼이기도 한데 일기의 반이상이 솔직히 비관이며 슬픔이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그래서 가끔은 일기를 쓰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기는 하지만 먼 훗날 내가 이 날을 떠올릴 때 이런 생각들을 하고 지냈었지 하고 되짚고 싶어서 기록의 의미로 쓰고 있다.


얼마 전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15개월이 지났다. 회사에서 따로 축하를 해주고 큰 선물로 해주고 뭐랄까?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냉정해지지 말자' 나도 조금은 15개월 전보단 나아졌을 거라고 다독이기로 했다. 내가 나에게 격려와 응원을 안 한다면 그 누군가가 나에게 등을 두들겨 주겠는가?

나는 아직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뛸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조금씩 미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구체적 미래에 대해서 아직은 많이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지만 내년에 나이 앞자리가 달라지는 만큼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일도 1년 전에 바꾼 거이고. 사실 얼마 전 글쓰기 강좌에 대한 오퍼가 들어오긴 했었다. 그런데 현재 하는 일이 설익은 상태라 거절했다. 뭐랄까? 모든 일엔 시기가 있는 거 같다. 내가 책에 열중하고 강사가 되려고 노력했던 그 시기에 이번 오퍼가 있었다면 난 분명 했겠지... 그런데 나는 이미 다른 길에 들어섰다. 사람이 가진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 거 같다. 나는 안 그래도 내향적인 사람... 에너지를 아끼고 집중해야 한다. 글쓰기를 너무 사랑하고 책을 많이 좋아했지만 업으로 하는 시가는 지난 듯하다.


이제는 확장보다는 정돈이 어울리는 시기이다. 하루를 잘 보내고 하루의 끝, 나만의 루틴으로 좋은 밤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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