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곧바로 병원일에 복귀했다.
그래서였나?
이삼일 동안은 일하느라 정신없이 보내느라 몸 아픈지도 모르고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허리가 너무 묵직한 거다.
평소 컴퓨터 업무도 많고 자세가 좋지 못해 거북목인지 오래다.
환자들 상처 치료 하거나 실밥 풀고 할 때 등등 진료 시간에 좋은 자세를 유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보니 수시로 여기저기 뭉치고 결리고는 한다.
운동 가서 스트레칭하고 풀어 준다 해도 그때뿐 다시 허리나 어깨, 팔목 등에
통증이 생기고는 했다.
그렇게 아는 거다 싶어 방심했던 걸까?
묵직한 허리로 며칠 지내다 식기세척기에 그릇들을 집어넣는다고 구부렸다
폈는데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몸 안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뼈들이 헤쳐 모여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좌우지당간 몸을 펼 수가 없는 거다.
허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으니 걷는 것 또한 똑바로 일수가 없던 순간 간신히 엉거주춤
서 있는 나를 이리 저러 살펴보던 남편이 말했다
"여기저기 근육이 너무 많이 뭉쳐 있고 허리 쪽에 살짝 무리가 간 것 같다.
온천 수영장 가서 따뜻한 물속에 살살 걸어 다니기라도 하면 한결 가벼워질 거야.!"
그렇게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온천 수영장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아직 여름이 다 지나가지 않은 시기 여서 그런지
온천 수영장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특히나 겨울 같았으면 물 반 사람 반 이었을 소금 풀어놓은 온천 수영장 안은
아기를 데리고 들어온 젊은 부부와 우리만 이였다.
따땃한 물속에 들어가니 금세 몸이 노글노글해지는 것 같았다.
여름이지만 22도 안팎의 온도가 높지 않은 날이었고 허리가 아프다 보니
물온도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게 물속에서 천천히 꼼지락 거리고 있으려니 멀리서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우리가 전세 라도 낸 듯 사람이 별로 없던 수영장 안에 두 눈에 불을 켜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바닥에 흐른 물을 빨아들이며 미친 듯이 닦고 있던 것은 놀랍게도 로봇이였다.
지난번에 한국 갔을 때 식당에서 만났던 서빙해 주는 로봇이 떠올랐다.
음식 이고? 지고? 우리에게 다가오며 주문하신 음식 나왔다고 말 까지 해서 우리를 "어머나!" 하게 했던 로봇 말이다.
크기는 그로봇 비슷해 보였고
제법 눈코입도 생겨서는 "너 지금 뭐 하니?"라고 물으면
"안 보여? 바닥에 물 흐른 것 닦고 있잖아 바쁘다 바빠!"라고 대답할 것만 같았다.
우와 바닥 청소 진짜 잘도 하네 우리 집에 데려다 청소시키고 싶다 등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잽싸게 움직이는 로봇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로봇과는 정반대 방향에서 물걸레로 바닥 청소를 하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꾸부정한 어깨로 천천히 바닥을 닦고 있는 사람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하는 일을 이렇게 로봇이 다 해버리고 나면... 어떻게...
그럼... 점점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거 아니야.. 싶었다.
지치지 않고 쉼 없이 오가는 로봇과 천천히 그러나 할 일을 하고 있던 아저씨가 한 시선에 담기니 마냥 신기하던 마음이 어쩐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너나 할것 없이 온라인 쇼핑들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시내에 상점들도 줄고있고 그와 맞물려 온라인 뱅킹들을 주로 하다 보니 은행 창구에도 직원의 숫자가 확연이 줄었다
어느 은행은 직원과 이야기하고 싶은데 기계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곳들도 있다.
그뿐인가 마트에도 샐프로 계산하는 곳들이 늘기 시작해서 직원이 일하는
계산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요즘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 거쳐 다양한 곳에 활용 되고 있고
챗gpt 가 마치 파트너 처럼 생활 전반에 거쳐 여러곳에 관여 한다.
이렇게 과학의 발전이 눈부신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나는 어쩐지 사람이 그리워질 때가 종종 있다.
어쩌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쫓아가기 어려워하는 촌스런 아줌마 여서 그럴 수도 있겠다.
미래에 어디를 가나 기계와 로봇만 가득한 세상이 된다면..이라는 것은 생각 만으로도
고개가 저절로 흔들어진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저를 쳐다보는지 짐작도 못하고 신바람 나게 돌아다니는
로봇을 보며 쓴웃음이 나왔다.
수영복 입고 별 걱정을 다 한다 싶어서였다.
걱정이 취미인 아줌마와 최첨단 로봇의 뜻밖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