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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Dec 28. 2016

#30 밤하늘의 별, 나의 별, 엄마

리우로 들어가는 야간버스에서

 브라질, 리우에서 상파울로로 떠날 땐, 에두와르도, 라에르시오와 함께 떠났었다. 반대로 다시 리우로 돌아올땐 혼자였다. 상파울로에서 리우까지 버스로 가는 시간은 7시간이나 걸렸다. 난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 브라질 풍경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그간의 여행이 풍경에 덧대여 눈 앞에 보여졌다.

 

 어느덧 여행을 한지 만 5개월 가까이 흘렀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그간 보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다. 날 환영해주는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그들과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지인이라 자신의 사는 동네를 특별하게 생각지 않았기에 둘러보지 않았던 곳들을 나와 함께 여행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감동으로 물들고, 한 도시를 떠날 때마다, 추억이 쌓였다. 추억이 내 마음에 깊이 들어온만큼 그들과 헤어질 때는 그리움으로 먹먹해져갔다.



  먹먹함과 함께, 해가 느릿하게 저물어갔다. 석양의 아름다운 모습이 순간 이상하게도 쓸쓸하게만 느껴졌다. 여행이 주는 감성은 선물임을 인정하지만, 그 기분이 싫어서, 외로움만 늘어가서, 잠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어나면, 난 리우에 도착해있기를 바랐다. 도착하면 다시 난 움직여야 할테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울적한 기분을 떨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타깝다고 해야할까? 문득 잠에서 깬 내게 보인 것은 종착점이 아니었다. 버스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내 눈을 가득 채운 것은 밤하늘이었다. 그것도 별들로 가득 찬 밤하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별들로 가득한 하늘. 하늘을 바라보니 차분해졌다.



 내겐 별을 보거나 생각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심지어, 단순히 별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인생 최고의 풍경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필리핀 한 작은 섬에서 본 밤하늘의 별을 꼽는다. 잡아둔 숙소가 아닌, 해변가 선배드를 바다 최대한 가까이 옮겨놓고 잤던 시간. 하늘에 가득한 별, 떨어지는 별똥별들이 전하는 위로. 밤바다이기에 바다에 비친 별들. 하늘과 땅 모두 모든 것이 별이었던 광경.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 괜찮다는 메세지를 나를 에워감싼 별들에게서 받았다.



 그러나. 이번 밤하늘의 별들은 달랐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이란 시가 떠오른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중략)





 울컥했다. 잠시 느꼈던 차분함은 착각이었다는듯이, 이번 밤하늘엔 엄마의 얼굴이 그려졌다. 죄송한 마음이 차올랐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난 너무나도 잘 지내고 있다. 많은 외국친구들에게 환영받았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즐거움을 잔뜩 즐겼다.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난 롱보드란 취미를 즐기면서, 여행을 하면서 축복받은 사람이다. 여행하면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난 운이 좋은 사람이란 말을 꼭 한 번 이상씩 하게 됐다. 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사람도 만 명이상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 즐겁게 살아가는데, 우리 엄마가 별들과 함께 보였다. 또다시 울컥한다.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고 이내 흘러내리고 말았다. 속으로 엄마, 를 외쳐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 삼형제가 살아가는 이유는 아버지로부터 엄마를 지키는 거였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착한 사람. 힘든 인생을 견뎌오며 너무나 값진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준 엄마. 이런 엄마에게 왜 난 잘해주지 못하는걸까? 한탄하게 된다. 예전 엄마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도영아. 널 보면 기뻐. 어릴 때부터 그랬어. 착해가지고.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위험한데? 이러면 다른 애들 같으면 계속 똑같은 행동을 할텐데. 도영이 넌 하다가도 금방 놔둬버렸어. 넌 태어나있는 것만으로 내게 행복이었어. 도영이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위안이 됐어. 아빠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도영이, 아들이 있어서 엄마는 살았어. 너가 없었으면 언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당시에도 엄마와 함께, 내 동생들과 함께 겪어온 시간들을 떠올리니,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었다. 우리에게 바라는 것 하나 없이 사랑만 가득하니 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때 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고맙고, 또 고맙다.

 

'엄마,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뭐고, 가장 후회되는 일은 또 뭐야?'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도영이 낳은 거! 후회되는 것은 없어. 아빠도 잘 만난 거야. 그래도 너네들 아빠잖아'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밤하늘은 내게 엄마와의 기억을 몇시간이고 떠올리고, 또 떠올리게 했다. 난 평소에 엄마랑 대화를 많이 나눈다. 내게 사랑받는 행복함을 알려주는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 내 나이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서 많이 묻고, 대답을 듣곤 했다. 엄마 인생을 쭉 듣다보면, 내가 생각하기에 후회되고, 억울하고, 울화가 치미는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세상의 온갖 불행이 우리 엄마한테 몰린 것 같아 너무도 슬프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후회되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내가 평생 가장 용서하기 힘든 사람으로 꼽았었던 아버지마저 이해한다고 말한다.

 

 우리 엄마가 삶으로서 내게 보여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아니, 알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살아가는 건 견디지 못할 만큼 큰 아픔을 진득이 견디어 내는 것이고, 너무나 사소해 잊을 만한 기쁨을 크게 행복해하는 것이다. 그대의 삶으로서 증명해내었기에, 나 역시 그대를 따라갈 뿐이다.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고 싶을 뿐이다. 사랑과 인생 최대의 메시지를 건네준 엄마.

 

 엄마는 내게 한낮의 태양이이면서 동시에 밤하늘의 별이다. 내 눈에 보이든 안보이든 항상 내 곁에, 언제나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존재하는 그대니까.

 

 사랑해. 공룡아. 내가 더 잘할게. 오래오래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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