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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Jan 01. 2017

#31 여행자의 자세, 삶의 태도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까

 어쩌면 난 조금 이상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남들처럼 나 자신이 그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우기곤 하지만, 가끔 나 스스로도 이상하다 싶을 때가 있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특히나 그렇다.

 

 나이 서른에 그동안 가진 것 전부를 써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결코 평범하다고는 말하기 힘들 것이다. 어떤 이는 내게 용기가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난 겁쟁이다. 안타깝게도 난 이 시대에 평범한 기준을 따르기가 벅차고 실패하는 게 두려울 뿐이다. 요즘 사회는 왜 이렇게 개인에게 바라는 것이 많을까? 나이에 따라 요구하는 모습들은 대체 누가 정한 것일까?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그 모습들은 정말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 이 시대에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그 길을 똑바로 걷지 않는다면 낙오자, 실패자가 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들이 머리를 채울 때 우리 엄마가 내게 많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십 대 초반, 내 인생 가장 힘들던 시절, 우리 엄마가 말했다.


'도영아, 엄마가 너 대신 살아줄 수 없어'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살라는 무책임한 말이 아니었다. 우리 엄마는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내가 걱정이 되었던 거다. 엄마가 살아보니 인생은 힘든 일로 가득 차 있는데, 앞으로 내게 다가올 힘든 일들을 대신 겪어주지 못하는 자신이 미웠나 보다. 그렇다. 단언코 말할 수 있다.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다. 이 세상에 날 낳아준 우리 엄마마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 말은, 그 누구도 내 대신 내 삶을 살아줄 수 없다는 거다. 빼박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날 책임져야 하고, 내가 내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갔다. 나름의 답을 내린 것이, 사람답게 살자였다. 내가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우고 익혀, 기왕이면 다른 사람들도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며 살아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다



 서류만 제출하면, 군면제 대상이었던 난 성실한 태도를 기르자며 군입대를 했다. 시급으로 따지자면, 형편없는 군생활마저도 열심히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회에 나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성실하게 일하는 태도를 기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내게 군대는 어디서든 열심히 일하는 태도를 기르는 최적의 장소였다. 그 이후 어디서 일하던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사람으로 불렸다.

 

 열심히 일하는 것을 넘어, 사람답게 사는 데 재미를 빼놓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을 때, 난 롱보드, 라는 취미를 시작했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즐거움을 찾는 태도를 기르고자 했다. 주변에서 더 더 잘 타려고 노력할 때, 난 가장 기본이 되는 것 하나하나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나태주 시인이 풀꽃이라는 시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라고 말했듯이 화려한 기술이 아니더라도 자세히 오래 깊이 하는 것에도 즐거움은 있었다. 난 남들보다 잘 타는 사람은 되지 못했지만, 스스로 자부할 만큼 보드를 잘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나이 서른, 여행을 떠나면서 생각했다. 이 여행을 통해, 내 인생에 깊이 새겨 넣을 태도가 무엇이 있을까? 더 넓은 세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것이니, 열린 마음으로 눈 크게 뜨고 여행하며 알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여행을 하며, 스페인 카디츠에서 냉장고에 붙어있는 이 엽서를 발견했다. 여행을 즐기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부부의 집에서였다. 이 부부는 실제로 사는 도시에서 많은 어린 아이들의 롱보드 라이프를 후원한다.





바로 이게 당신 인생이에요.

사랑하는 것을 해요. 자주 해요.

혹시 뭔가 마음에 안 들어요? 그럼 바꿔요.

하는 일이 좋아하지 않나요? 그럼 그만둬요.

충분한 자신만의 시간이 없다면, 티비 보는 걸 멈춰요.

당신 삶의 사랑을 찾고 있다면 멈춰요.

그건,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기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분석하고 제멋대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멈춰요.


인생은 단순해요.

모든 감정은 아름다워요.

당신이 뭔가를 먹을 땐, 음미하세요. 한입 한입 모두요.

새로운 것들, 사람들에게 두 팔 벌려 마음을 열어요.

우리는 다름 안에서 하나가 돼요.

지금 옆에 보이는 사람에게 그들의 열정을 물어봐요. 그리고 당신의 꿈을 나눠요.

여행을 자주 해요.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당신 자신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거예요.

몇몇 기회들은 딱 한 번만 와요. 딱 잡아요.


인생은요,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당신이 만들어내는 것이에요.

그러니 밖에 나가요. 그리고 창조하기 시작하세요.


인생은 짧아요. 당신의 꿈대로 살아요. 그리고 열정을 나눠요. 




 이 엽서를 보는 순간, 마음이 찌르르 울렸다. 여행은, 내 마음을 열게 했다. 새롭게 태어나게 했다.

 

 지금 있는 장소에서 가장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보게 한다. 실제 그 도시에서 사는 이들이 놓치는 것들을 보게 했다. 내 감정을 더 잘 느끼게 한다. 여행하는 내내 얼마나 자주 탄성을 지르던가? 음식은 얼마나 맛있게 느껴지던가? 내 옆에 함께 하는 이들과 기쁜 감정을 나누던가? 서로의 각자 다른 열정에 영향을 받아 얼마나 불타오르게 하던가? 헤어질 때 얼마나 큰 슬픔과 아쉬움을 느끼던가? 평소 우리는 어떻던가?



 우리는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뎌져 가고 지쳐간다. 하지만, 여행은 지금 이 곳에 존재하는 생기를 다시 깨우쳐준다. 내 감정에 충실하게 해준다. 삶의 열정이 있는 사람들과 연결해주고, 행복을 공유하게 해준다. 지난 여행 동안 내게 얼마나 여행자의 태도가 깊이 뿌리내렸을까?

 

 뭐 언제나 그랬듯이, 느리게 내 삶에 녹아들 것이 뻔하다.

 난 느린 사람이니까. 한 번 씨익! 웃어보는 거지 뭐.

 오늘도 내일도, 당신도 한 번 더.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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