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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Feb 19. 2018

#36 고정관념의 파괴, 바르셀로나

마르코스 & 빅터

 유럽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천하는 도시 중 하나가 바르셀로나이다. 일주일 정도 한 도시에 있어도 지루할 수가 없는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다양한 건축예술을 볼 수도 있고,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즐길 수도 있다. 특히, 보드를 타는 사람이라면 수많은 스케이터들이 타는 유명한 스팟을 찾아가볼 수도 있고, 롱보드로 도시 전체를 크루징으로 돌아다니기에도 길이 너무나 잘 되어있다. 도시 전체 바닥이 다 좋다.



 스페인 첫 여행 일정으로 잡았던 타리파 Dance with me 라는 행사에서 친해진 마르코스한테서 페메가 왔다. 바르셀로나 올거면 우리 집에서 지낼 수 있다고 초대를 해주는 것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여해을 하고 싶었기에 들뜬 마음으로 마지막 스페인 여행을 바르셀로나로 정했다. 마르코스는 그 유명한 바르셀로네타 해변 근처에서 살고 있었다. 가볍게 짐을 정리한 후 마르코스가 내게 말했다. 



‘바르셀로나 여행하는 동안 재밌게 지내보자! 난 일식집에서 웨이터로 일하는데, 그 시간엔 빅터랑 같이 돌아다니면 될거야. 나 일 끝나면 같이 보드 타고 놀자’ 


 마르코스의 말대로 나의 바르셀로나 기억들은 마르코스, 빅터에 대한 것으로 가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정관념이 깨지고 깨트리는 대화들이 있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마르코스는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지만, 스페인 사람이 아니었다. 브라질 출신이었다. 그는 성인이 되면서 바르셀로나로 넘어왔다. 벌써 7년 정도 바르셀로나에 정착해서 살고 있고, 최근이 되어서야 시민권을 받았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했다.  


 ‘도영! 너 세계여행하고 있는데, 단순히 여행에서 끝낼거야? 아니면 돌아다니면서 너가 살 나라를 찾고 있는거야?’

 ‘응? 난 세계 곳곳을 여행하다가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가지. 살 나라를 본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한건 아니었는데?’

 ‘그래? 한 번 생각해봐. 우리가 꼭 태어난 나라에서 살아야하는 건 아니자나. 자신한테 잘 맞는 나라나 도시가 있다면, 그쪽에서 사는 것도 좋아’

 ‘널 보니 그런 것도 같네. 마르코스, 넌 바르셀로나에 사는게 좋아? 부모님도 못보자나’

 ‘물론 부모님을 못 뵙는 건 안좋지. 하지만 난 이 곳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브라질에 있었으면 이런 수준의 삶을 살지 못해. 가난한 나라거든. 특히나 난 기반도 없었고 말야. 여기선 웨이터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생활할 돈은 충분히 벌고 있어. 팁도 있자나. 내가 좋아하는 보드 타기에도 이 도시는 최적이야. 많은 사람들이 여행오고 싶어하는 곳에 난 살고 있자나? 난 만족해. 너도 여행 다니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봐’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이민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종 들리고, 주변에 호주에 넘어가서 살면서 시민권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뭔가 다른 세상 이야기로 생각했다. 마르코스가 내게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는 말을 던지기 전까지 말이다. 



 독일에서 만난 모어 생각이 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고 자란 모어는 독일로 넘어와서 산다. 목수쪽 일을 배우고 있는데, 다 배우고 나면 스페인이나 다른 나라로 넘어가서 살겠다고 한다. 자신의 세계를 한정짓지 않고, 용기 있게 살아간다.


 친구들의 삶의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 다를 뿐이다.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찾으려는 노력이고,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또한, 시대가 준 선물을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 시대가 아니었다면, 이들처럼 해외로 넘어가서 사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항공 기술이 실용화된지 100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솔직히 내가 세계여행을 하는 것조차 꿈같은 이야기였는데, 현실로 이루어냈으니, 어쩌면 나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게 될지 누가 알까?



 마르코스와의 대화에서 태어난 나라에서 죽을 때까지 사는 게 당연하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면, 빅터와 대화를 하면서 빅터의 고정관념을 내가 깨트리기도 했다.


 '도영, 부럽다. 여기저기 브랜드에서 스폰받고 있지?'

 '응. 받는데 부러운가? 너도 루카에서 스폰받자나'

 '난 한 군데서만 받지만, 넌 여러 군데서 받고 있으니까 그러지'

 '응? 스폰을 여러 군데서 받는 게 중요해? 난 제안받은 곳들 더 있는데, 거절해서 지금 받는데만 있는건데?'

 '뭐어?! 그걸 왜 거절해? 다 받아야지!'

 '내가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대표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왜 받아? 공짜로 준다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내가 스폰 받는 브랜드가 많아진다고 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건 아니야. 내가 재밌고, 내가 마음에 드는 게 1번이지, 남들 눈에 봤을 때 저 사람 어디서 스폰받는 데가 1순위가 된다면, 누구를 위해 보드 타는건데?'



 빅터는 나와의 대화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보다 보드 경력이 짧은 빅터로선 롱보드 영상들을 보며, 스폰 받는 라이더들이 부러웠던가보다. 열심히 타서, 실력을 키워서 스폰 받는 보더가 되야지, 라고 생각을 하고, 보드 스폰을 받게 되니, 다른 것들 스폰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그런데, 나로 인해, 스폰 제의가 들어와도 거절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빅터에겐 그동안 자신의 롱보드 라이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기회였다.


 여행은 인간의 독선적 아집을 깬다,는 말대로 여행하면서 많이 깨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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