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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Jan 23. 2018

#35 여행에서 외국인과 친해지려면..?

 여행을 떠나기 전 생각했다. 여행하면서 난 분명 좋고, 나중에도 추억할 것이 뻔한데, 나와 함께 하는 친구들도 날 추억할 수 있는 선물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남대문 시장을 돌아다니며 한국 관련 선물을 준비했다. 선물과 함께 한 도시 여행이 끝날 때마다 추억할 만한 편지를 써주려고 우리나라 지도가 그려진 엽서도 100장을 챙겼다. 감사함을 표현할 수단은 챙겼으나, 처음 만나서 어떻게 친해질 까? 하는 난제가 남아있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여행을 가서 처음 만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쉽게 친해질 수 있을까? 물론 롱보드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빨리 친해질 수야 있겠지만, 또 다른 방법이 더 없을까? 거꾸로, 외국인이 한국에 여행와서 한국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려면, 호감을 사기 쉬운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를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그건, 그 나라 언어를 시도해보는 거였다. 각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메모를 하나 만들었다. 그 나라 언어를 기록하는 메모장이었다. 하나하나 현지어를 물어보고 시도하고 배운 말들을 기록했다. 틈틈이 보면서 외우고, 써먹는 것의 반복. 그러다보니 외국인들과 친해지기 쉬웠다. 특히, 유행어 같은 것을 배우면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스페인 타리파에서 있었던 일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다음 날 타리파로 바로 떠나는 일정이었다.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스페인 친구들과 함께 떠났다. 이들에게 타리파에서 날 불러준 이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들을 스페인어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스페인 친구들이 이 말 저 말을 알려주었다. 기본 회화들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스페인어로 상대방이 계속 말을 하는데, 못알아듣겠고, 할 말이 없을 때 그 사람에게 구아뽀 뚜 ( 너 이쁘다! ) 라고 하면 된다고 배웠다. 타리파에 도착한 그 날 저녁, 많은 친구들이 모여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자리가 생겼다. 

 

‘우하으카오가응와도(못알아듣는 말들)’

‘도영! 크으루오가오댜니뱡’ 



 스페인 애들이 술 마시며 서로 농담을 주고 받는데, 화제가 나로 향했다. 옆에서 영어를 해주는 친구도 있었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스페인어로 내게 말을 거는 친구들이 많았다. 순간 이때다 싶었다.

 

‘구아뽀 뚜 Guapo tu’ 

 

 내 말을 들은 주변 스페인 애들이 모두 자지러졌다. 여자애가 못 알아듣는 스페인어로 말을 걸어도 난 ‘구아뽀 뚜’ 라고 답했다. 스페인에서는 여성, 남성을 구별해서 말하기 때문에 ‘구아빠 뚜’ 라고 해야했지만, 그것조차 몰랐었다. 다만, 저 첫마디 이후로 분위기가 좋아졌다. 영어를 못하는 스페인 친구들도 내가  스페인어를 쓰려고 하니 하나씩 가르쳐주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운좋게도, 다음날 이벤트를 위해서 스페인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였던 것이고. 난 단번에 스페인 전역에 친구가 생겼다. 스페인 여행 내내 이들의 도움으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러시아어


  이번엔 러시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스크바를 여행할 때, 니키타란 친구와 함께 했다. 대중교통 지하철을 타고 니키타의 집에 가는 길에 앉아서 기본적인 말들을 물어보았다. 내게 러시아어는 특히나 발음이 어려웠다. 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러시아어가 따라말하기 가장 어려웠다. 계속 틀렸지만, 조금이라도 가깝게 들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했다. 

 

‘니키타. 땡큐 가 러시아어로 뭐라고?’

‘쓰바이씨벌’

‘쓰바이씨벌?’

‘쓰바이씨벌’ 

 

 욕같이 들렸지만, 고마워 라는 말이라니까 니키타의 발음을 최대한 흉내냈다. 이때, 같은 열차에 탄 옆에 러시아인들이 재밌어했다. 깔깔대며 웃었다. 좋게 봤는지, 인사하면서 여행객이냐며 말을 걸었다. 우리가 있는 자리로 넘어와 대화를 나누며 친해졌다. 그들은 내릴 때가 되었는지 내릴 준비를 하길래, 배워둔 잘가 라는 인사를 먼저 했다. 

 

‘빠까’ 

 

 현지인들도 웃으며 ‘빠까’ 라는 답인사를 해줬다. 첫날 약간은 험악하게 느꼈던 모스크바였는데 갑자기 집 가는 길이 즐거워졌다. 모든 게 낯선 첫 날부터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언어가 가진 힘에 또 한 번 놀랐다. 


독일어


 비단 스페인과 러시아에서만 일어났던 일이 아니다. 영어를 할 수 있지만, 영어 외에 그 나라 언어를 조금씩 시도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여행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여행은 평소보다 더 소소한 순간순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묘한 시간이다. 그 나라에 조금씩 동화되어 보는 것, 현지어를 조금이라도 뱉어보는 것, 이것 또한 여행의 한 부분임이 분명하다.

 

 혹시 여행을 떠나면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꼭 그 나라 언어로 상대방에게 다가가보자. 외국어는 새로운 세상을 깊이 있게, 생동감 있게 만들어준다. 즐거운 세상을. 사람을. 저 먼 세상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길을.

 

모두들, 도브리디엔요 ! Have a good day.

구아뽀 뚜! 구아빠 뚜! Guapo tu. Guapa 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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