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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Jan 18. 2018

#34 에스토니아,는 어디에?

카이트 서핑이나 할까?

 축제광 알치는 연이은 파티와 축제에 지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조금은 반복된 축제에 질렸던 것일까? 아님 그 날 저녁 마땅한 파티가 없었던 것일까? 에너지는 넘치는 알치, 무언가 또 재밌는 게 없을까 고민하던 것 같았다. 나름의 결론을 내렸던지 내게 물었다.


‘도영. 내일 카이트 서핑이나 할까?’

‘카이트 서핑? 그거 연 타고 바람에 날아가는거?’

‘응! 진짜 재밌어. 내꺼 쓰면 되니까 가자’

‘끄래! 나야 좋지. 어디로 가?’

‘에스토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 그런 도시가 있어?’

‘아니. 에스토니아는 나라 이름이야’

‘뭐어어어? 그걸 전날 밤에 말하면 어떻게 해? 뭘 준비해야하지? 며칠이나 가는데?’

‘당일치기로 다녀올건데? 낼 아침 일찍 차 타고 다녀오면 돼’


지도에 별 표시 된 곳은 내가 여행다녔던 곳이다.


 라트비아가 작은 나라이긴 했지만, 근처 산책하고 오자는 식으로, 마치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마시자는 느낌으로 가볍게 다른 나라를 다녀오자고 할 줄은 몰랐다. 알치는 신나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알치 친구들은 다 알치와 비슷한 타입인 것인지, 같이 갈 파티를 순식간에 구했다. 같이 카이트 서핑을 하던 친구들인 모양이다. 2대의 차와 5명의 크루가 결정되었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오래간만에 일찍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난 우리는 롱보드, 전동보드, 카이트 서핑 용품들을 트렁크에 넣고 떠났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우리는 에스토니아에 도착했다. 중간에 나라가 바뀌는 경계에서 여권 검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검사를 하지는 않았다. 아쉬웠다. 여권에 도장 하나 더 모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나라를 건너오다니.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너무 신기했다.



 몇 시간이 차로 이동했을까? 어느덧 도착한 해변. 해변을 즐기는 분위기는 어디서나 비슷했다. 파란 하늘 아래, 따사로운 햇빛을 맞으며 여유를 즐기는 것이니. 이 곳에는 특히나 카이트 서핑을 하기 좋은 곳이었는지, 다양한 색깔의 카이트들이 이리저리 하늘을 누비고 있었다. 아름다운 커플들로, 가족들로, 아이들이 행복한 얼굴로 해변을 즐기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날 입문자가 카이트 서핑을 즐기기엔 바람이 너무 강해서 난 시도를 하기 힘들었다. 알치 등이 카이트를 준비하는 동안, 난 에스토니아 이 부근을 탐험하기로 했다. 카이트 서핑을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덕분에 바다 앞 바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쉬다가 롱보드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즐거움이 있었다. 소들이 보이는 목장을 지나다니고, 갈대길 같은 곳을 산책하면서 구경다녔다. 숲 한 가운데 놓여있는 책상과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키고, 글을 쓰기도 했다. 이 여유로움이 날 미소짓게 했다.



 한참 혼자 놀다가 알치가 나를 찾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급히 해변으로 돌아갔다. 기진맥진한 얼굴의 알치를 발견했다. 딱 보니,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함께 카이트 서핑을 즐긴 2명은 커플이었는데, 이들이 싸워서 가는 건 비밀에 부친다.) 아직 해는 지지 않고 밝았지만, 북유럽에 위치한 이쪽은 해가 지는 시간이 늦기에 보기와 다르게 시간은 이미 많이 늦었다. 많은 짐들을 차곡차곡 트렁크에 싣고, 다시 국경을 넘어 라트비아로 떠났다.




 가는 길에 우리는 배가 고파 징징댔다. 한없이 쭉 뻗어있는 숲 길에 식당이 있을리 없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길 가에 멋진 집이 한 채 있길래 저게 식당이면 좋겠다고 싶었는데, 맙소사. 하늘이 보우하사 그 집은 식당이었다. 라트비아가 좋은 점 중 하나가 질 좋고 맛있는 음식이 싸다는 것이다. 패스트 푸드와 비슷한 가격으로 훨씬 좋은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 맛난 음식을 먹고, 큰 나무에 설치한 작은 그네를 타고 놀고, 토끼들과 함께 놀았다.


 알치와의 하루 하루는 언제나 스파르타이었기에 오늘 하루도 완전 방전했다. 그러나, 이번 방전은 기분 좋은 방전이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은 힐링, 회복시켜주는 묘한 힘이 있으니 말이다.




## Check point 1. 라트비아는 여행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해가 길 수 밖에 없는 지리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아예 깜깜한 밤을 볼 수 없을 때도 있다. 동틀 녁 정도의 빛이 남아있다. 지지 않는 태양이라는 말이 이쪽 지역을 말하는 게 아닐까?


## Check point 2. 유럽 중에서 물가가 싼 편이다. 특히, 음식 값이 싸다. 유기농으로 재배하면서도, 패스트 푸드점에서 파는 음식 가격이랑 비슷하다. 급히 먹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식당에서 먹는 것이 훨씬 좋다. 이 곳에서만큼은 슬로우 푸드를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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