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Riding Adventure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유럽을 계획할 때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고 또 추천하는 스페인만큼은 한 달을 여행하기로 계획했다. 그리고 스페인 사람들 중 그나마 얼굴을 봤던 친구들은 라이딩 어드벤처 크루 Riding Adventure 였다. 이들의 홈타운인 마드리드는 꼭 여행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마드리드는 기대가 많은 한편 걱정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 기대보다 걱정이 더 심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롱보더들 중에서 가장 미치광이처럼 노는 친구들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장난은 일반 장난이라고 보기엔 심해도 너무 심하다. 예를 들어 폭죽을 얼굴을 향해 쏜다거나, 신발 깔창으로 자고 있는 친구 뺨을 때리고 도망치는 장난들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크루원 대부분이 내가 오기 바로 1주일 전에 휴가를 내서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그 때문에 내가 마드리드에 왔을 땐 휴가에서 복귀한 그들이 많이 바쁠 때였다. 마침 크루즈 여행을 함께 가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덜 바빴던 오스키타 Oskitar 네 집에서 머물 수 있었다. 라이딩 어드벤처 애들 중에서 덜 미쳐있고 나이에 맞지 않는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같이 놀기 좋았다. 아니, 어쩌면 에너지 넘치는 이들이 모두 모여있을 때 시너지가 없어서 좋았을 수도 있다. 좋은 것도 과하면 힘들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마드리드까지 와서 나머지 라이딩 어드벤처 친구들과도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어쩔수 없었다. 다행히도 하루는 그들 모두 보드 타러 다 나와서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이들은 보드 탈 때가 가장 정상적인 애들이라 함께 자신들의 기술을 공유하며 놀았다. 내가 걱정하던 장난들 없이, 과하지 않은 최고의 시간이 되었다. 라이딩 어드벤처 리더격에 속하는 보륵하 Borja 가 내게 말했다.
‘우리가 라이딩 어드벤처지만 그 이름은 도영, 너한테 더 어울리는 것 같아’
‘나도 진짜 다 내려놓고 너처럼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보더들과 보드타면서 지내고싶어’
'넌 지금 누군가의 꿈을 이루고 있단 걸 알아야 해'
‘여행 다하고 다시 만나서 이야기 좀 많이 해줘’
한편 이렇게 마드리드에 익숙해갈 무렵, 오스키타가 주말에 하루 피크닉을 가자고 했다. 과일과 샌드위치, 과자 등 먹을 것을 싸들고 놀러가기로 했다. 오스키타, 로트리 Rotry, 깐데 Cande 등과 공원에 갔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먹을 것과 마실 것들, 음료는 물론 맥주까지 두었다. 큰 나무 2개를 이용해 슬랙라인을 설치했다. 그 앞에는 밸런스 보드를 두었고, 롱보드를 길가에 두는 걸로 셋팅을 마쳤다.
오스키타는 맨 발로 밸런스 보드, 슬랙라인은 물론이고, 롱보드까지 탔다. 신발을 거부하는 오스키타였는데도 불구하고 역시 물건 주인은 다른걸까? 밸런스 보드와 슬랙라인을 제일 잘했다. 각자 잘하는 것들을 서로에게 가르쳐주면서, 하나하나 재밌게 시도해봤다. 노는 모습 영상으로 찍으면서 실패하면 낄낄 웃다가, 돗자리에 누워 잠들었다가, 다른 사람 어려운 것을 하고 있으면 응원하다보니 시간이 금새 흘러갔다. 즐거움에 취하니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날아갔다.
이제 이 날의 백미, 스노우보드만 남겨두고 차에 올라탔다. 전날 밤의 대화가 떠오른다.
‘도영! 내일 피크닉 가서 공원에서 놀다가 오후에 스노우보드 타러 갈거야’
‘응? 여름인데?? 스노우보드를 타러가? 그게 무슨 말이야?’
‘실내 스노우보드장 있어! 빨리 이쪽 와서 옷 골라봐, 나 여분 많아’
‘나 한 번도 스노우보드 제대로 타본 적 없는데?’
‘더 좋네! 이번에 배워봐. 가르쳐줄게! 롱보드 타면, 스노우 보드도 타야지!’
‘어? 그나저나 너 엄청 신났는데?’
‘나 원래 스노우 보드 좋아하는데 몇 년간 못탔거든. 내일이 기회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실내 스노우보드장을 갈 생각에 설레어하며 차 안에서 떠들었더니 어느새 도착했다. 옷을 입고, 어색한 차림으로 안에 들어갔다. 밖은 그렇게 더웠는데 순식간에 찬기가 주변에 가득했다. 여름에 이런 환경을 만들어놓은 게 신기했다. 보드를 신는 것부터 줄 타고 올라가는 것, 앉아서 일어서는 것, 움직이는 것 전부 어색했지만 그만큼 재밌었다. 기본 자세를 배우고, 슬슬 내려오기 시작했다. 넘어지기도 하고, 풀썩 쓰러지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웠다.
2시간 정도 놀았는데, S자 턴으로 내려오는 것까지 배웠다. 주변에서 정말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고 칭찬을 해줬고, 특히나 내려오는 속도까지 빠르다고 좋아했다. 롱보드에서 크로스 스텝 카빙 줄 때랑 비슷해서 익히기 쉬웠던 것 같다. 같이 온 친구들은 단순히 타는 걸 넘어 트릭들을 하는데 구경만 해도 재밌었다.
다들 어느정도 지쳐갈 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피크닉하면서 찍었던 영상들을 함께 편집했다. 스노우보드 타러 갈때 차에서 들었던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하루 즐거웠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한 장면, 한 장면이 모아 영상이 만들어졌다. 큰 tv 화면에 연결해서 편집한 영상을 틀어놓고 보면서 피자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피곤이 몰려와 잠들 때까지 우리만의 파티가 계속되었다.
데 마드리드 알 띠엘로 !!! ( 마드리드가 최고, 하늘 위에 마드리드라는 뜻. 스페인은 각 도시마다 자기 도시가 최고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카디츠는 In Cadiz hay que ma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