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중요한 사람이란 걸 알아야해
인생은 여행과 닮아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만남은 인연이 되어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 지내다 자연스레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가족이 된다. 그리고 우리 인생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의미를 갖게 되고, 특별해진다. 이 점에서 우리 인생은 여행과 닮아있다. 모든 여행은 사람 때문에 더욱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만난 수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 알렉스는 가장 보드에 미쳐있었던 것으로 특별하다. 알렉스. 롱보드 강사(Longboard instructer) 가 직업이다. 또한, 구아나바라 보드 (Guanabara boards) 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어렸을 때부터 스케이트보드를 즐겨왔다. 보드를 즐겨온 시간이 쌓이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자신이 보드를 좋아하는 것을 떠나, 다른 사람들이 보드를 즐겁게 즐길 수 있게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실천했다.
내가 리우에 있는 동안 수많은 토론을 했다. 처음 시작이 이러했다.
'도영! 넌 너가 롱보드씬에서 중요한 사람이란 걸 알아야해'
'엥? 무슨 소리야? 나 그냥 보더야. 뭐가 중요한 사람이야?'
'너가 롱보드 댄싱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여기 남미 사람들도 너 영상을 보면서 보드를 탄다고!'
'그건 내가 운이 조금 좋았을 뿐이야. 다 똑같은 보더라고'
'어휴. 답답해! 나랑 있는 동안 롱보드 씬에 대해서 이야기 많이 하자'
알렉스가 말하길 사람이 깊게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똥 싸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나서 알렉스가 화장실을 다녀온 후 내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토론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렇게 하루에 하나 정도씩 진지하게 대화를 할만한 화제를 가져왔다.
'도영. 롱보드를 탄다고, 스케이트 보드에서 어떤 영향을 받아서 이렇게 됐는지는 알지?'
'모르는데? 난 그냥 재밌게 타는게 전부인데?'
'내가 너 중요한 사람이라고 몇 번을 말하냐? 롱보더들은 최소한 Rodney Mulen, Joe Moore, Kevin Harris 는 알아야해. 영상 많이 봤지?'
'아니...'
이 날 나는 로드니 뮬런의 다큐, 인터뷰, 대회영상들을 시작으로, Loards of Dogtown, 다양한 영상들을 보면서, 스케이트 보드 프리스타일에 대해서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브라질 리우에서 이렇게 수업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약 2주 가까이 있었던 시간 동안, 스케잇 프리스타일과 롱보드 프리스타일의 차이점, 댄싱과 트릭의 정의 등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대회에서 판정 기준에 대해서도 배웠다. 또한, 내가 그동안 해왔던 것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내가 구아나바라 보드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서, 악플도 많이 받았어'
'응? 그거 사람들 엄청 많이 봤자나. 나도 올라올 때마다 봤는데, 욕할 거 없던데?'
'안나가 드레스 입고 맨발로 보드 타는거 올렸을 때가 악플이 최고조였지. 오랜 스케이터들이나 롱보더들한테 욕 많이 먹었거든. 근데 아직 보드를 접하지 않은 대중들은 그 영상을 보면서, 롱보드에 관심을 갖게 됐어'
'난 그 영상 엄청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오랜 스케이터들이나 롱보더들한테 욕먹는거지, 아직 보드를 접하지 않은 대중들은 그 영상 통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거야. 그 영상 250만뷰 이상이야. 그냥 롱보드 타는 영상을 올려서 얼마나 보겠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보드를 이미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영상도 찍어야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어필되는 영상을 많이 찍어야하는거야. 그래야 씬이 크니까'
그렇다. 알렉스를 욕한 사람들은 흔히 말해 고인물, 썩은물 들이었다. 하나를 오래 지속하면서, 그 안에만 갇혀 흐르는 길을 애써 가둔다. 초심자에게, 그리고 초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설령 내가 고인물, 썩은물이 되더라도, 조금이나마 멋진 고인물, 썩은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무언가를 오래 지속한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에게 고인물, 썩은물로 불리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도영. 이제 내일이면 아르헨티나로 떠나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조언 하나 해줄게'
'또 뭔데? 어휴, 끝까지 너 캐릭터 확실하네'
'한국에 돌아가면, 롱보드 강습해. 나처럼.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아직 우리나라는 유료강습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 나중에 기회되면 할게'
'아냐. 너가 시작하면 돼. 처음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마. 욕먹는 걸 무서워하지마. 넌 충분히 자격있어. 넌 중요한 사람이라니까'
'알겠어. 돌아가면 해볼게'
'와 너 지금 내 말 대충 듣는거 티난다. 내가 노하우 하나 줄게. 롱보드 티칭에 있어서 팁은, 그들이 할 수 있다는 걸 믿게 만들어주는 거야. 잊지마'
솔직히 처음에는 알렉스 말대로 진지하게 듣지 않았지만, 마지막 그의 노하우는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렸다. 깨닫는 게 생겼다. 나는 항상 사람답게 살고 싶었고, 내가 가진 것으로 다른 사람들도 사람답게 살게끔 돕고 싶었다. 그렇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중고등학생에게 강연을 하고, 롱보드씬에서도 즐기는 사람들이 더 즐겁게 탈 수 있게 노력해왔다. 그런데, 그 핵심 중 하나를 알렉스의 말에서 깨우칠 수 있었다. 어쩌면 난 모두가 그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믿게끔 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전 영어가 해도 해도 안돼요. 어려워요.'
'고민이 있어요.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아니, 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기도 하고, 돈도 없어요'
'진짜 이 기술은 못하겠어. 난 안되나봐'
아니다. 모두 할 수 있다. 절 믿어주세요. 여러분 할 수 있어요. 제가 더 힘내볼게요! 그리고 그들이 결국엔 해내는 것을 보는 게 내 행복 중 하나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알렉스가 많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DoYoung. I am Fxxking Solution.' 도영. 내가 해결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