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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Feb 26. 2019

#46 LA 까지 오게 되다

DJ Shark 아리를 만나다

 미국은 내 여행의 일정에 속해있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여행을 좋아하지만, 내게는 그리 끌리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카투사로 미군들과 함께 미군부대에서 군생활을 해서일지도 모른다. 탱커, 전차병으로 미군들과 다툼 아닌 신경전이 많았기 때문이다. 굳이, 미국을 여행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역시 여행은 어떻게 흘러갈지 여행하는 당사자조차 알기 힘든 것인가보다.


 아시아, 중국에서부터 시작해 서유럽, 동유럽, 남미를 지나 나의 여행은 자연스레 미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남미 여행 후 한국으로 바로 돌아갈 것도 아니었고, 설령 바로 돌아가는 티켓을 산다해도, 미국행 편도와 미국에서 한국행 티켓 2개를 사는 가격과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면, 한 번 가볼까?




 미국. 스케이트보드, 롱보드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와이 서퍼들이 육지에서도 서핑을 하고 싶어서 만들어졌다. 게다가, 내가 처음 구입한 보드 역시 캘리포니아에서 나온 로디드 라는 브랜드의 탄티엔, 사마였다. 롱보드 타던 초기에 봤던 멋진 영상들을 만들어낸 브랜드. 로디드가 있는 곳은 LA이다. 그리고 난 그 영상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아리(Ari)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유럽에서 신세를 졌던 디니카와 아는 사이였기에, 그리고 디니카 남자친구와 친하기에,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다. 가끔 여행을 하다보면, 하나도 정하지 않았지만, 신이 정해준 것마냥 순조로울 때가 있다.


 페루에서 비행기를 타고 LA공항에 도착했다. 아리는 공항으로 나를 마중나왔다. 나를 위해 차까지 빌려서 와주었다. 공항에서 나오니, 나를 반기는 태양과 하늘. 페루, 리마와는 딴 판인 날씨였다. 역시, 1년 내내 좋은 날씨를 가진 LA 다웠다. 날씨가 워낙 좋다보니, 여기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리와 함께 미국 여행 약 20일 중에서 2주 가까이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또한 가보려했지만, 아리가 같이 가자고 했던 캠프가 있어 LA 하나를 길게 여행했다.



 아리의 직업은 DJ이다. 아리 일 덕분에 다양한 바, 그리고 클럽, 고층 건물 옥상에서 벌여지는 파티 등을 즐겼다. 집에서도 DJ 라디오 방송을 하는 것도 지켜봤다. DJ의 삶을 옆에서 함께 하는 것은 색다른 재미였다. 내가 처음 샀던 롱보드 브랜드인 로디드, 회사 및 공장도 찾아가서 놀았다. LA 에 베니스 비치, 산타 모니카 비치에 스케잇 파크의 분위기를 즐겼다. 해질녁 해변을 바라보며 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LA 를 떠나 산 속 2박3일 캠핑에도 참여했다. 밤에는 영상제가 열리고, 낮에는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었다. 아리가 몇년간 지속해온 롱보드 세션인 Gellab 에도 참여해 미국 보더들과 여기저기를 누볐다. 유명한 관광거리들도 다녔다. 이뿐만 아니라, 너무도 즐거운 기억들로 가득찬 여행이었다.



 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아리의 DJ일이 끝나고 새벽녁, 이미 모두가 잠든 시간. 도시가 까맣게 생기를 잃고, 도로에 차가 존재하지 않을 때다. 우리는 그 때 도로 한가운데서 롱보드를 타고 약 한시간 가까이 질주를 했다. 아리가 짜준 코스대로 가니, 오르막길은 거의 없고, 내리막길들을 활용해서 재밌게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크루징 중에서 내 생활리듬과는 맞지 않아 평소 하지 못했던 야간 시티크루징. 그것을 LA 도심에서 멋지게 즐겼다. 우리끼리 소리도 지르고, 아주 망나니처럼 놀았던 기억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아점으로 아리가 좋아하는 부리토 가게에 가서 부리토를 먹고 오는 길에, 한 차를 만났다. 우리는 그저 우리 갈 길을 보드 타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차에 타있던 두 명의 미국인은 우리가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 날 기분이 안좋았을 수도 있고, 그냥 앞에서 보드 타고 알짱거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창문을 내리고, 우리에게 욕을 했다. 아리는 바로 양 손 모두 이용해 욕으로 대응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2명은 바로 속도를 올려, 우리를 따라왔다. 차를 옆에 세웠지만, 보드를 타고 있는 우리는 그들을 지나쳤다. 다시 차를 탄 그들은 예상되는 경로에 먼저 가서 급히 차를 세웠다. 그런데 세운 곳은 메트로가 다니는 길이었고, 메트로에 차가 치일 뻔했다. 또한, 조수석에 있던 미국인은 빨리 내려서 우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인도 턱에 발이 걸려 슈퍼맨 자세로 붕 뜨면서 마침내 바닥에 콰당 넘어지고 말았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갔다.


 보드를 타면서, 아리가 말했다.


 'Typical LA'

 'LA에선 늘 있는 일이야'


 난 확실하게 LA를 경험했다. LA에 도착하면서 했던 생각. 여기 살고 싶다, 는 완전히 잊혀졌다. 너무나 즐겁게 놀았던 LA 지만, 부랑자도 많고, 위험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이 곳은 내가 살 곳은 전혀 아니다. LA는 내게 여행으로 충분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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