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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em Nov 05. 2018

갑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갑질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2006년 2월, 지방에서 쫓겨나듯 상경해서 첫발을 내딛은 곳이 에이전시다.

그렇게 7개 에이전시에 몸담은지 13년차가 되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더 다양한 고객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나름의 내공?이 쌓여가기 시작했고,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평가하는 51%이상이 될 것이다.

후임님들의 프로젝트까지 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가끔 갑질하는 고객들 때문에 멘탈털리고, 자괴감갖고, 기획을 그만둬야 하는 생각까지 하는 것을 보면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맞춤형 피드백에 대한 고민이다.

대부분 힘들어하는 요인을 찾아가다 보면 이유를 몰라 대응을 잘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다양한 고객앞에 대응하는 자신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가 생기면 업무 특성부터 고객사 성향을 고려해서 적정한 인원을 투입하게 되는데, 에이전시라는 곳 자체가 선입선출(先入先出)로 운영이 되는 곳이기에 유연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특히나 고객사와 가장 근접하게 대응하는 기획자는 상황에 맞게 유연히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

말이 쉽지 명배우가 아니고서야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내가 기획자 면접을 볼때 늘 물어보는 것이 있다. 주변 대인관계에 관련해 친구나 동료들에 대한 질문이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아직도 만나는지, 휴일 친구들을 만나면 무엇을 하는지, 모이면 역할은 어떠한지, 전 직장동료들과 관계는 지속되는지, 그 외 대외활동을 하는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 활동에서 주도적인 성향인지...

실무능력 평가는 레퍼런스 검증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대인관계 평가가 기획자에게 더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결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 자평한다.


프로젝트의 다양한 요건이야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학습하고 물어서 배우면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담당 고객이 나와 결이 맞지 않으면 해결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 아니 방법이 없을 경우가 많다. 돌아와 남는건 상처와 탈모뿐이다. 나역시 그런 사람이 있었다. (어쩌면 이 업계에 있는 한 영원히 딱지로 남을 ㅎ)

 그래서 먼저 해야 할것이 상대를 알아야 한다. 상대의 성향, 상태, 태도, 선호도, 취향, 심지어 좋아하는 음식이나 연예인까지...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좋은 관계에서 좋게좋게 의사결정을 해결해 나가자는 의미가 아니다. 불필요한 이슈들을 사전에 없애고, 좋은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된 상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만 그만큼의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래서 후임들에게 우리는 을임을 늘 리마인드 시켜준다.

즉, 우리의 상대는 갑임을 다시 리마인드 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갑인 상대도 본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목표와 책임이 있다. 상대도 우리 을과 마찬가지로 내부에서 대응해야할 갑이 존재한다.

물론, 본인 능력이 부족해서 그냥 무작정 개념없이 갑질하는 상대도 있다. 그런 상대를 인문학에서 '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처음부터 진상인 사람은 누구도 없다는 거! 진상이 되는 이유에는 을인 우리의 원인도 분명히 있다는 거 한번쯤 꼭 돌아봐야 할 사항이다.




사실 프로젝트 관련해서야 내가 을이지 그 외에는 나도 갑일텐데 그게 참 생각보다 어렵다. 회사에서 워크샵을 준비하면서 대행사와 미팅을 하고 프로그램이나 금액 조율하면서도 근본이 을이라서 그런지 부탁하고 양해를 구하고 사정하고 있다. 이럴 때 갑질 해보지 언제 해보나 싶다가도 뭐 해봤어야 하지?

가끔 상상도 못할 슈퍼갑질 하는 진상을 겪어보면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대단한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어디 가르쳐주는 곳이라도 있는지 어쩜 저렇게 유창하게 말들을 앞뒤없이 하는지...이래서 경험경험 하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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