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두 Nov 03. 2022

‘그 드라마’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겠다

[20세기 소녀]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포일러 경고를 쓰면서도 굳이 써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평범하고 뻔한 하이틴 첫사랑 영화다. 이제는 피로감마저 드는 시대 배경인 세기말까지 합쳐져서 더 특별할 게 없었다. 심지어 고등학교 방송부까지 등장하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겠다. 하지만 그보다 전체적으로 연출력은 떨어진다. 연출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풍)운호가 사라진 후 보라가 소개팅을 하는 장면에서, 상대의 이름이 우연히도 (정)운호라고 했을 때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조금 더 고민했다면 나은 장면이 됐을 것이다. 애초에 소개팅남의 이름을 (정)운호로 설정한 것부터 아쉽다. 벌컥 이름으로 (풍)운호를 떠오르게 할 게 아니라 소개팅 중 (풍)운호가 예전에 했던 비슷한 대사를 한다거나 은은하게 떠올릴 수 있는 말을 했어야지. 그 말을 들었을 때 발작적으로 울음을 터뜨리는 게 아니라 잠잠히 눈물만 고인다거나, 하다못해 플래시백을 했어야지.


원래 훈수가 쉽다지만, 혹은 저 장면에 감독의 숨겨진 의도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연출이 고민 없이 찍은 듯한 느낌을 준다.


좋은 점은 캐스팅이다. 어떤 배우를 캐스팅해도 ‘보라’ 캐릭터를 김유정만큼 깨발랄하고 순수하게 살리긴 어려웠겠다 싶다. 캐스팅에도 조금 소소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라’ 아역과 성인배우의 캐릭터 해석이 미묘하게 달랐다. 김유정은 김유정의 ‘보라’를 연기했고, 한효주는 한효주의 ‘보라’를 연기한 듯했다.


이젠 넷플릭스 영화에 별 기대도 없지만, 그래도 성의 없어 보이는 작품에는 혹평이 나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게 .. 픽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