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한국에 온 지 한주만에 발리에 간다. 캐나다에서 인천까지의 비행도 10시간이 넘는 비행이고 시차도 있어서 이제 막 여독이 풀릴 즈음, 다시 또 긴 비행이라 걱정이 많았다. 장인어른, 장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에 최대한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입국 비자와 입도세(?) 같은 건 미리 집에서 다 결제하고 왔음에도, 불안한 건 여전했다. 다행히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빈자리가 많았고, 여유 있게 다리를 뻗고 갈 수 있었다. 기내식도 좋아서 여행의 설렘을 더했다.
중간 경유지인 싱가포르에서 발리까지의 비행을 더하여 10시간에 가까운 비행을 마치고 발리 공항에 내리자 우리를 반긴 발리의 첫인상은 후덥지근한 공기였다. 더위는 여행 내내 우리를 진 빠지게 했다. 더위를 뚫고 짐을 찾아 나갔더니 처남이 시원한 코코넛 워터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 좋은 웰컴 드링크였지만, 아직 나에게 코코넛 워터는 쉽지 않았다.
더위에 이어 발리의 두 번째 인상은 많은 오토바이와 거친 도로 위 운전자들이었다. 복잡한 도로 상황에 익숙한 처남이 운전을 맡았다. 그럼에도 손잡이를 꽉 쥐게 하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경악하는 우리와 달리 처남은 그들만의 룰 안에서 자유롭게 운전했다. 공항에서 이어지는 도로는 그나마 양호했고, 공항에서 멀어질수록 길은 열악해지고 교통량은 늦은 밤까지 줄지 않았다.
우리는 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렀다. 기내식을 먹은 우리와 달리 기다리던 처남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터라 간단히라도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다. 이 식당에서 처음 배운 인도네시아어는 “사뚜 빈땅“ 이었는데, ”맥주 하나요“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발리의 더운 날씨에 시원한 음료(코코넛 워터 제외)를 마시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때 배운 ”사뚜(하나)“는 여행 내내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단어였다.
식당에서 나와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밤이었다. 가영이가 예약한 에어비앤비에는 가운데에 수영장이 있었고, 수영장을 둘러싸고 3개의 방과 3개의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샤워실이 외부에 있어서 하늘 밑에서 샤워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밤에도 식지 않은 발리의 열은 오히려 벗고 있을 때 딱 맞는 온도였는데, 별을 보며 씻고 나니 오묘한 해방감과 함께 적당한 시원함이 좋았다. 다시 땀이 나기 전에 에어컨을 켜 둔 방에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