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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근 Jun 12. 2020

가을맞이 책 읽기, 아니 책 사기.

일곱 권쯤 구매하고 몇 권을 읽게 될까!

(*여름의 앞자락에 발행한 제목이 '가을맞이'인 이유는, 게으른 내가 묵혀두었던 글을 이제야 서랍에서 꺼냈기 때문)

책을 샀다. 그것도 엄청 많이. 아, 물론 내 기준 엄청 많이. 근래 자그마한 집에 살면서 책을 둘 곳이 영 부족해서 (물론 쓸데없는 물건이 많은 탓) 책을 사서 읽고는 다시 팔아버리거나, 아예 도서관에서 빌리기도 하고 이북을 많이 구매했다. 아, 물론 산 책+빌린 책을 다 읽었다는 것도 아니다. 그래 뭐... 김영하 작가도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거랬다. 난 그 비율이 좀 잘못된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래저래 종이책을 많이 구매하지 않게 되었는데, 최근에 어쩐지 종이책이 너무 읽고 싶어 졌다. 전자책이랑은 또 다른 즐거움이 있으니까. 그런 중에 문화상품권을 받을 일이 생겼고, 쌓아둔 포인트 털이도 할 겸 이렇게 왕창! 즐거운 쇼핑.


오늘 도착한 건 6권이고, 얼마 전에 샀던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포함해 이번 달에 산 게 총 7권. 요즘 책이 권당 만 원은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평소라면 이렇게 살 수 없지만 이번엔 부담 없이 질렀다. 모두 구매하면서도 내가 실제로 결제한 건 7,400원이었으니까! (내적 환호) 상금으로 받은 상품권이니까 이럴 때 나 좋을 대로 쓰는 거지 뭐.

평소에는 사야지, 하고 장바구니에 묵혀두는 책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먼저 샀던 ‘소년이 온다’를 제외하고 모두 당일에 끌리는 걸로 착착 담았다. 제일 먼저 담았던 게 ‘벌새’다. 영화가 줄곧 마음에 남았는데 시나리오와 대담, 평론까지 함께 담겨 있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장바구니로 속행.


그다음이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이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몇 권쯤 샀던 것 같은데 돌이켜보니 김유정문학상은 사본 적이 없더라고. ‘죄 없는 죄의식에 대한 성찰’이라는 문구 때문에 ‘호텔 창문’이 궁금하기도 했고.

그다음은 마음사전과 한 글자 사전 세트. 둘 다 김소연의 책이다. 마음사전은 2008년 출판되었고, 한 글자 사전은 그보다 딱 10년 후인 2018년에 출간되었다. 한 글자 사전은 출판 당시에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던 책이고, 마음사전은 사실 전혀 몰랐던 책인데 이번에 yes24에서 특별 한정판으로 새로운 옷을 입고 나왔다.


한 글자 사전과 마음사전은 큰 맥락에서 비슷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에게 익숙한 단어들-한 글자 사전에서는 말 그대로 한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들, 마음사전에서는 감정을 서술할 수 있는 단어들-을 소개한다. 물론 모든 단어는 작가가 새롭게 담은 의미를 품고 있다. 위의 목차는 한 글자 사전의 목차인데, 저건 소제목 역할을 하는 거라 구절 형태이고, 각 소제목 안에는 모두 한 글자 단어들을 표제어로 한 짧은 글들이 나란히 들어있다. 


마음을 정의 내리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내 마음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하지만 결국 내가 쓰는 표현은 슬퍼, 즐거워, 우울해, 화나, 정도가 아닐까. 감정을 대충 두루뭉술하게 묶어버리지 않고, 찬찬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아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그래서 마음을 표현하는 문장들이라도 읽어보려고 세트를 함께 구매했다. 게다가 무엇보다, 표지가.... 표지가.. 예쁘잖아. (이게 진심인 듯)

그리고 다음은 ‘일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물 만난 물고기’. 우선 ‘일의 기쁨과 슬픔’은 선정 이유 1. 등단작이 출판사 홈페이지 서버를 다운시킬 정도로 이슈가 되었다는 것. 2. 근데 그 출판사가 창비.라는 두 가지가 제일 컸고, 곁다리로 8개의 단편 소설 중 하나를 [책 끝을 접다]에서 소개했는데 그게 기억에 남기도 했다.


마지막 책 ‘물 만난 물고기’는 정말 호기심 100%로 담았다. 악동뮤지션 노래를 다 알진 못하지만 참 좋아하는 편인데, 그 모든 음악을 만들어낸 이찬혁의 소설이라니. 음악도 잘하는 애가 책까지 쓰네, 싶었고 이번 앨범을 만들다 생각난 이야기를 담았대서 더 궁금했다. 노래 들으면서 책 읽어봐야지, 싶어 장바구니에 쏙.

요새 책들이 표지가 너무 예뻐서 띠지를 제거하고 다시 한번 찍어봤다. 요즘 출판사들 엄청 열일하시는구나. 가만히 책 표지들만 보고 있어도 괜히 좋아진다. 책 한 권으로 이야기도 얻고, 이야기에 어울리는 그림 작품도 함께 얻는 기분.


아차, 진짜 마지막은 먼저 구매했던 한강의 ‘소년이 온다’. 한강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조금 부끄럽게도 맨부커상 수상 이후인데, 물론 그것도 ‘채식주의자’였다. 좋은 의미로 충격이어서 ‘희랍어 사전’도 시도했는데 전자책이라 그런지 자꾸만 끊어 읽다 끝까지 못 읽었다. ‘소년이 온다’는 종이책으로 읽고 싶기도 하고 소장하고 싶어 먼저 주문해두었었다. 책의 감상은 끝까지 읽을 때까지 남겨두는 걸로.


그리고 갑작스레 다른 이야기로 점프(!)해서, 요즘 어떻게 하면 책을 괴롭히면서 덜 더럽게 볼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이건 무슨 정체 모를 말이람.) 원래 책을 정말 모시듯이 봤는데 그게 책을 이해하는 데는 정말 1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은 원래 신성시하고 모시는 것보다 굴려가며 내용을 씹고 듣고 맛보고 즐겨야 제맛이고 그래야 머릿속에도 남으니까.

어릴 때부터 책에 글을 쓸 수 있는 건 교과서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빌려 읽는 책이 많았던 탓도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그냥 별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읽기’만’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무언가 물성이 있는 책을 쥐고 이것저것 남겨보고 싶은데, 또 그렇게 안 해본 사람이 책에 아무렇게나 휘갈겨 쓰기에는 또 소심함이 앞서서 일단 시도 중인 게 이거다. 마스킹 테이프. 유튜브 '겨울서점'에서 책 읽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언급했던 것 같다.


접착력이 약한 편이라 떼어내도 책이 잘 상하지 않고 (그래도 불안해서 몇 번쯤 손등에 붙였다 떼어서 사용한다) 앞뒤로 살짝 걸치듯이 붙이면 옆에서 볼 때도 튀어나오지 않으면서 내가 표시한 부분은 잘 보인다. 좀 두꺼운 무지 마스킹 테이프를 쓰면 이것저것 끄적이기에도 좋다. 얇은 테이프는 들고 다닐 때도 부피가 크지 않아서 만족.


소설이나 실용서 말고 인문서나 과학서적 같은 걸 봐야지 싶은데 늘 시도만 하고 끝까지 못 읽는다. 아아, 소나무 같아라 내 취향. 쓸데없이 사계절 변함없다. 그래도 한 권 읽다 포기하고, 또 한 권 읽다 포기하고 하다 보면 1%씩은 쌓이겠지. (아마도) 어쨌거나 산 책부터 열심히 읽어봐야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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