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서신문 Mar 15. 2021

②밀리 지수, 새 독서 지표로 자리매김하나


<독서신문>이 책 구독 서비스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도서 플랫폼 기업 ‘밀리의 서재’를 집중 탐구합니다. 두 번째로 ‘독서계의 고래’로 부상한 밀리의 서재가 내놓은 밀리 완독 지수를 들여다봤습니다.


■ 시리즈 기사 연재 순서
①밀리의 서재, 독서계의 고래가 될 것인가

②밀리 지수, 새로운 독서 지표 되나

③밀리의 서재 팀장 5명과 맞짱 토론 

④'전자책 세력확장에 출판계 기대반 우려반'


‘밀리 완독 매트릭스’의 실제 서비스 화면.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베스트셀러는 오랜 기간 책을 구매하는 주요 지표로 여겨졌다. 소비자 다수의 지갑을 열게 한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으로 간주됐다. 특히 스스로 책을 고를 안목이 부족하거나 주변에서 책을 추천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스트셀러는 경향을 파악해 시류에 올라타기 좋은 ‘보기 좋은 떡(책)’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평판과 실체의 일치를 담보할 수 없듯 책도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허다했다. 보기 좋은 떡이 꼭 먹기 좋은 떡은 아니었다. 불상사 방지 차원에서라도 책의 실체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있으면 좋겠지만 ‘판매량’에만 기초한 기존 베스트셀러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2월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밀리)가 발표한 ‘밀리 완독 지수’(밀리 지수) 개념은 흥미롭다. 밀리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회원들(누적 회원 300만명)이 밀리가 보유하고 있는 도서(약 10만권)중 어떤 책을 얼마나 어떻게 읽고 있는지에 관한 통계 정보인 밀리 지수를 공개했다. 밀리 지수는 단순히 판매량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책 소비 양태를 분석한 최초의 지표이다.


밀리 지수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한 ‘취향 지수’(취향 부합률을 %로 표시) ▲해당 도서 이용자의 완독 정보를 담은 ‘완독할 확률’ ▲이용자들이 완독하는 데 걸린 시간을 토대로 예측한 ‘완독 예상 시간’이다. 밀리 측에 따르면 완독할 확률은 책 내용을 70% 이상 읽은 사람 비율을 토대로 계산하고, 완독 예상 시간은 70% 이상 읽은 사람들이 한 페이지 읽는 데 걸린 시간을 바탕으로 산출했다. 무제한 독서 서비스 특성상 20% 미만으로 읽는 경우는 통계에서 제외했다.


밀리 지수의 강점은 도서에 관한 객관적 지표라는 점에 있다. 실제 이용자의 독서 통계를 바탕으로 한 만큼 책이 소비되는 과정과 관련해 가감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다. 베스트셀러가 화제성의 척도라면 밀리 지수는 화제성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인 셈이다. 무제한 구독 서비스의 특성상 도서 변경에 부담이 없어 굳이 필요 없는 책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도 신뢰도를 높이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사재기나 허위 마케팅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종이책의 경우 그런 맥락을 모르는 소비자의 추가 구매로 일명 ‘베스트셀러 효과’가 일어 판매량이 늘겠지만, 실제 독자가 책을 읽어본 결과를 측정하는 ‘밀리 지수’에는 허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밀리 지수에 한계가 없지 않다. 발췌독 등의 독서법이나 읽는 속도 차이에 따른 오차의 한계를 지니고, 장르별로 밀리 지수가 끼치는 정확도도 다르다. 서사를 지닌 문학 작품의 경우 밀리 지수로 가늠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만, 내용을 선별해 읽을 수 있는 실용서의 경우 정확도나 의존도 차원에서 밀리 지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실용서를 취급하는 한 출판사 관계자는 “전체를 읽어야 하는 소설이라면 밀리 지수가 유용하게 쓰일지 몰라도 실용서는 그렇지 않다. 실용서는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 경우가 많다. 굳이 완독할 필요도 없다”며 “밀리 지수 개념은 참신하고 유용하다고 보지만 실용서만큼은 예외인 듯하다”고 말했다.


출판사들 사이에서는 시각이 다르지만 작가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책을 보는 독자들의 소비 행태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살인자의 기억법』(복복서가)의 저자 김영하 작가는 “종이책의 경우 작가들은 판매량밖에 알 수 없어, 얼마나 많은 독자가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며 “밀리의 서재의 완독 지수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은 작가가 집필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읽어야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미』 『고양이』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독자들이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집중했는지 알고 싶은 작가에게 완독 지수는 정말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①밀리의 서재, 독서계의 고래가 될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