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의취향 Aug 16. 2021

첫 번째 식탁, 치킨

Ep 01. "그는 오늘도 치킨을 먹으러 야구장에 간다"

치킨은 우리 둘의 다름을 알려주는 대표 음식이다. 그에게 치킨은 무려 다섯  시절부터 함께 , 행복의 근원 같은 음식이니까. 그런데 그의 ‘치킨을 좋아하게  이야기 들으며 나는 눈물을 찔끔거렸다.


눈물 젖은 빵 대신 눅눅해진 치킨


다섯 살 아이가 덩치가 커서 저녁에 우유 한 컵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느라,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오는 치킨을 먹지 못하고 옷걸이에 걸어두었다가 아침에 기름에 촉촉하게 젖은 눅눅한 치킨을 먹는 것이 그리 큰 행복이었다니.(물론 그는 지금도 다이어트를 한다. 늘 한다. 평생 하는 중이다. 한 번도 먹는 것을 참으며 한 적은 없지만…)


그 기억을 잊지 못해 지금도 기름에 절어 눅눅해진 치킨과 따뜻한 흰쌀밥을 함께 먹을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는 남자. 심지어 진지한 진로 고민을 하던 고3, 치킨대학으로 진학하겠다는 말을 해 부모님의 신뢰를 잃었다.(세상에. 십 년을 알았는데도 또 알아야 할 것이 남은 것인가. 치킨대학은 웬 말이냐). 어쨌든 그때 잃은 신뢰를 지금도 온전하게 되찾지 못했을 정도로 치킨 덕분에 한심의 끝까지 갔던 경험도 있다.


모두가 홈런을 외칠 때,
그는 "여기 맥주 한잔이요~"를 외친다


그런 그가 나를 만나며 가장 큰 문제에 봉착했으니, 자신의 인생 행복을 나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머리를 굴리고 굴려 그가 찾은 방법은 야구장. 야구를 보는 대신 닭다리를 뜯으러 야구장에 가겠단다. 비록 치밥을 하진 못해도 마음껏 물고 뜯다 보면 그게 행복 아니겠냐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물론 그 옆에 야구 응원가를 부르다 치킨 뜯는 그를 뜯어먹을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내가 있어서 더 좋단다. 굳이 함께 뜯진 못해도, 둘 다 좋으면 됐다 싶은 마음이다.




Q. 데이비드에게 치킨이란?

대부분 치킨을 야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치킨 한 마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오력이 필요한지. 염지부터 적정한 기름의 온도, 정확한 조리시간까지. 치킨은 정신과 혼을 담아 만들 수 있는 요리다. 때문에 나에게 20년째 완벽한 한 끼 식사 메뉴이기도 하다. 특히 KFC 치킨. 그런 의미를 담아 치킨 편 2장은 KFC 치킨에 대해 논해보면 어떨까?(허락 구하는 눈빛 저리 치워!)

작가의 이전글 한 남자와 십 년을 먹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