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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a Jun 21. 2020

<외로움을 씁니다>

외로움은 결국 배고픔과 같은 것?

주위에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책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꼭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이, 자기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스타일의 사람들이 많고, 또 그렇게 10년을 넘게 하다보면 주위에서도 재미있어 할만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듯하다. 오랜 지인의 책을 읽는 것은 낯설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그 사람을 알기에 캐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또 책에서 의외의 면을 발견하기에 더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책을 통해서 사람을 알게 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어떤 책을 읽었을 때 굳이 작가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적을뿐더러, 어쨌든 작가라는 사람들이 접근이 용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나에게 최근에 예외가 생겼으니, <마케터의 여행법>을 쓴 김투몽(aka 김석현 작가)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그는 <외로움을 씁니다>란 근사한 책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마케터의 여행법>은 참 재미있는 책이다. 투자전문서도 아니고 여행책자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다. 명소와 맛집을 은근히 알려주는가 싶다가 갑자기 기업의 주가가 나오기도 하고 저자의 유럽 생활기가 녹아들어있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실제 여행이란 경험 또한 한마디로 정의하는 순간 그 매력의 절반을 잃는 것 같다. 여행은 낭만도 아니고 현실도피도 아니고 시장조사도 아니고 구루메 탐방도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모든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재미있고 가볍게 읽혔지만 동시에 나의 사고 방식에 큰 변화를 주었다. 투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뀐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취미도 많고 출장이나 여행도 적지 않은 편이지만, 이런 나의 취향과 경험을 투자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의외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투자 자체에도 관심이 있는 편이지만 이는 좀 더 숫자의 영역이라 할까. 하지만 이 책 덕분인지 요즘 나에게 투자는 약간은 유희와 취향의 영역이 된 것 같다. 물론 재무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기업과 산업을 공부하고 알아가고 분석하는 과정도 너무 재미있다.


김석현 작가가 외로움에 대한 책을 쓴다고 할 때, 아마 가장 주위에서 많이 들었을법한 말은 '니가 왜?'일 것 같다. '니가 왜 투자책을 써?'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여행이 하나로 정의되지 못하고 총체로써 존재하는 것처럼, 외로움 또한 천의 얼굴을 가진, 하지만 전체로써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괜찮아, 다 잘될거야'도 아니고 아들러 심리학을 건드리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크로아상의 버터향이나 에스프레소의 풍미가 진하게 나는 유럽 생활 에세이도 아니다. 물론 혼밥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에 대한 책도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모든 것이기도 하다.


투자와 마찬가지로 이 책을 통해 외로움에 대한 관점도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 외로움은 극복의 대상도 아니며,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먼 친척과 같은 존재도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배고픔과 비슷하다고 할까. 배가 고프니 힘이 없거나 짜증 날 때도 있지만, 배가 고프니 또 새로운 레스토랑도 찾아보고 요리도 해보려하고 때로는 그냥 참고 넘어가지 않는가. 그리고 우리는 배고픔을 좋고 나쁨의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 그냥 때가 되면 반복되고 우리와 평생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라 받아들일 뿐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취향껏 맛있고 건강하게 한끼 한끼를 찾아가며 우리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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