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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a Sep 14. 2018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도시를 바꾸었는가

냉장고보다 큰 영향을 준 인터넷 서비스



인터넷이 인류에게 가져온 혁신과 변화가 대단하다고 하지만, 실제는 냉장고보다도 우리 삶에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는 구절을 어느 책에선가 읽으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 서비스가 정보 수집이나 커뮤니케이션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변화라는 것이 인간의 기대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까지 가지 않더라도, 온갖 종류의 요리를 신선하게 해먹을 수 있는 혁신과 비교해도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냉장고를 에어컨으로 바꾸면 더욱 실감이 날 것 같다.


인터넷의 가치가 단지 고양이나 아기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오프라인 세계에 가장 큰 변화를 주고 있다는 아마존을 보아도, 다양한 물건을 싸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는 편의를 주는 것이지, 인간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는 주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우버를 비롯한 모빌리티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이동 편의성을 향상시켰지, 무에서 유의 가치를 창조했다고 보긴 힘들다.

그런데 드디어 (조금 과장된 표현으로) 한 도시와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인터넷 기업을 처음으로 목도하고 전율을 금치 못했다. 그 이름은 이제는 별로 신선하지도 않은 에어비앤비이다.  




공교롭게도 처음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곳이 포르투갈이었는데, 그곳에서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상당 수의 리스본, 포르투 시민들이 에어비앤비 때문에 시내에서 외곽으로 쫓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묵은 에어비앤비들도 시내 중심에 있는 작은 아파트였는데, 로컬 주민들은 별로 못 봤고, 백팩을 멘 유럽 관광객들이 대부분 묵었다) 에어비앤비가 숙박이나 여행의 형태뿐 아니라 도시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것도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포르투처럼 그 강도와 속도가 거대할 때, 이는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충격을 준다. 


파리와 같은 전통적인 관광지에도 물론 에어비앤비가 일반화되고 있고 이를 통해 수입 혹은 부수입을 얻는 사람들의 숫자도 점점 늘고 있다. 그렇지만 기존의 관광 인프라가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있고, 다른 산업 규모나 경제권 자체가 크기 때문에 도시가 감당할만한 수준의 충격을 준다.


반면에, 포르투는 최근 10년간 갑자기 인기 관광지로 부상을 했는데, 외국인 여행객들이 머물만한 호텔이 상당히 부족하다. 다른 산업이 많이 발달한 곳도 아니기 때문에, 에어비앤비는 어쩌면 포르투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고 수요가 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포르투갈의 최저 시급이 3.5유로라고 하는데, 에어비앤비 1박으로는 작은 집이라고 해도 40유로 이상은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도 급속히 상승 중이다. 

이러한 흐름을 파악했고 여력이 있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 빨리 에어비앤비로 돌리게 될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임대료를 감당 못하고 결국 교외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결과 (다시 과장을 하자면) 도시 대부분의 집이 에어비앤비가 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거대한 호스텔 도시가 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많은 시민들이 교외로 이동하는 현상 자체는 대도시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관광객들에게 집을 공유하기 때문이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요즘 관광객이 급증하는 교토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버스가 관광객으로 꽉 차서 직장인들이 출근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교토 사람들은 관광객들을 위해 자신들이 자라온 고향을 떠나는 일은 아직 겪고 있지 않고 있다.




도시민들의 집단적인 이동에는, 전쟁을 비롯해 종교적 박해, 과도한 세금 징수, 상업적 쇠퇴, 전염병 등의 원인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의 등장이 도시민 대다수를 성벽 밖으로 몰아내는 시대가 이미 온 것 같기도 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냉장고보다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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