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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a Nov 17. 2018

스타벅스는 밀라노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밀라노의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탐방기


밀라노에 오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최근에 오픈하여 화제를 모았던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때문이었는데, 많은 고민이 담긴 장소라 그런지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다. 조금 과장해서, 현재 브랜딩과 마케팅의 최전선에 해당하는 곳이라 말하고 싶다.



1. 이탈리아 커피에 대한 존경을 담아 만들었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또 매장에도 강조를 하고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경험을 준다. 하워드 슐츠가 '이탈리아 커피를 존경하고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커피도 제안하고 싶다'라는 식으로 겸손한 커멘트를 남겼는데, 이 정도면 존경이 아니라 압살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매장은 겸손이 아니라 과시로 넘쳐 흐르고,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 같은 건 촌스럽고 고집스러운 노인네처럼 만들어 버린다.



2. 잘 뚫리지 않았던 이탈리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만 이런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스타벅스가 밀라노란 도시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밀라노 한정판 텀블러에 써있는 'Future Fashion Passion'이 이를 나타낸다. 이탈리아 시장만을 위해서라면 밀라노가 아니라 로마에서 시작하는 편이 (관광객을 포함한) 시장 규모나 상징성, 주목도 모두 뛰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는 미래보단 과거, 경제보단 정치를 더 연상시키는 도시이기도 하다.



3. Milano는 럭셔리 브랜드 밑에 붙었을 때 Paris나 New York과 거의 비슷한 지위를 가진다. Tokyo나 London은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다.
커피로 따지면, 스타벅스의 Seatle을 필두로 미국 도시들이 브랜드를 지니는 경우가 많은데, 커피 브랜드 럭셔리 라인의 플래그쉽을 Milano에 만든다는 결정이 멋지다. New York이었으면 의외성이 덜했을 것이고, Paris였다면 교과서적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요즘 아마존 제2본사를 둘러싸고 도시와 도시가 가진 경쟁력, 브랜드 등에 대해 흥미로운 논의가 많았는데, 당연히 하나의 상품이나 회사보다 도시의 브랜딩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난이도도 높다. 기업과 도시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며 활용을 하며 브랜드를 구축하는지 앞으로도 재미있는 케이스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4. 요즘 트렌드에 맞게 텀블러나 머그컵과 같은 커피 관련 굿즈뿐 아니라, 다양한 (밀라노) 브랜드들과 콜라보한 한정판 상품들을 많이 갖추었다. 티셔츠, 펜, 노트, 선글라스, 키링 등등. 기념품 판매로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도 당연히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스타벅스를 마시는 사람들은 이런 옷을 입고 이런 라이프를 즐겨'라는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스타벅스처럼 대중적인 브랜드가 도달하게 쉽지 않은 지점 같기도 한데, 럭셔리 라인이니 납득이 가기도 한다. 슬로우 라이프 느낌이 나는 브랜드나 디자인이 많았고 가격대는 꽤 높다.



5. 마지막으로, 포토 스팟이 확실하다. 거대 Roasting, Brewing 기계와 장치들을 보며, 국적과 문화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사진과 비디오를 찍어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메신저로 보내고 있다.
원래 우체국 건물이었다거나 이탈리아 1호점이라는 스토리도 한번쯤 주위에 설명(자랑)해주고 싶은 지점이다.
보여주고 싶은 것도,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도 많이 만드는 것이 바이럴 시대의 미덕이 아니겠는가. 덕분에 나도 아이폰으로 이 긴 글을 쓰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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