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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미르 Aug 24. 2020

스포츠, 디지털로 진화하다

바꿔야 산다.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어린 시절 받았던 충격과 공포감을 소환시켜주었다. 진화한 인공지능인 스카이넷이 인간을 제거 대상으로 간주하고 인류를 종말로 몰고 간다는 이야기는 지금은 생활필수품인 스마트폰이 나오기 훨씬 이전임에도 너무나 생생했고 세기말적인 어두운 분위기를 잘 표현하였다.

<세월의 힘은 기계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인가?>

 사실 인공지능의 충격적인 능력을 다시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준 최근 사건은 따로 있었다. 이 사건은 막연히 발전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인공지능의 능력을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는 더욱 큰 임팩트를 주었는데, 바로 이세돌 기사(9단)와 알파고의 바둑 대국을 통해서였다. 사실 대국 전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세돌 기사의 우세를 점쳤다. 고도의 전략 게임인 바둑은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4승 1패,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얼마 전 이세돌 기사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중요한 이유라고 밝히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렇게 심한 압박감,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그걸 이겨내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거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인간은 정말 패배하지 않은 것인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마케팅, 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AI 등 디지털과 관련된 용어가 산업 전반에 넘쳐나는 시대이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실제 비즈니스 현장을 지배하고 있다. 2019년 11월 8일 기준 글로벌 기업 가치 순위만 보더라도 10위안에 IT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제외하면 모두 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제조보다는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기업들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가 20위 안에 유일하게 위치하고 있으며, 이 외 SK하이닉스가 300위 안에 랭크되어 있다.

<애플은 얼마 전 2조를 돌파하기도 하였다>


시간을 거슬러 2010년 말 순위를 보면 삼성전자 이외에도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포스코 등 총 7개의 국내 기업이 순위 안에 있었으나 현재는 모두 순위권에서 사라진 상태이다. 이는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그 속도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한 기업의 재무적 가치 이외에도 다양한 유무형 가치를 기반으로 매년 발표하는 인터브랜드의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랭킹을 보아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기업들이다. 기존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여 고객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었다면 지금의 혁신 기업들은 발상의 전환과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객들의 삶 자제를 변화시키고 있다.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기술 기반의 IT기업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스포츠 산업 역시 다양한 생각과 기술들을 적용하여 산업 자체를 발전시키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스포츠 시장이 크고 선진화되어 있어 기술 적용을 통한 변화도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은 그 사례들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NBA, 디지털로 점프하다

미국 프로스포츠 리그 중 소셜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종목은? 정답은 NBA이다.

NBA는 현재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중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리그이다. 특히, 늘어나고 있는 팬들이 젊고 전 세계 다양한 국가와 인종으로 확대되고 있어 미래 또한 밝게 평가받고 있다. 이는 최근 나이키와 맺은 리그 스폰서십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나이키는 NBA와 10년간 리그 30개 팀의 유니폼을 공급하는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는데 그 규모가 8년간 10억 달러(한화 1조 1,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존 후원사인 아디다스가 10년간 4억 달러 규모였음을 생각한다면 NBA의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알 수 있다. NBA의 성장 이유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디지털 활용이 큰 몫을 차지했다.


<NBA와 NIKE의 유니폼 공개 이벤트>

기술의 발전과 변화하는 팬들의 스포츠 소비 행태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젊은 팬들은 TV를 통한 중계 시청보다 모바일 실시간 중계와 편집된 콘텐츠 소비를 즐기고 있고, 종목 자체도 전통적인 스포츠가 아닌 e스포츠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문제는 프로스포츠 리그와 구단 경영진 가운데 이러한 변화를 아직도 심각하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감증은 당장은 아니겠지만 가까운 미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NBA는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했다. 팬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경험을 향상시키는데 디지털 기술과 뉴미디어를 꾸준히 활용해왔다. 전통 스포츠 리그 중 최초로 e스포츠 리그인 NBA 2K 리그를 출범시켰으며, 소셜미디어 활용은 독보적인 위치로까지 올라왔다. 2018년에는 1억 개 이상의 트윗 수로 전 세계 스포츠 리그 중 가장 많은 트윗수를 기록했으며, 현재 전 세계 스포츠 리그와 이벤트 중 두 번째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가장 성장세가 가파른 유튜브에서는 1,200만 명이 넘는 팔로워 숫자를 보유하고 있어 타 스포츠 리그를 압도하고 있다.


<NBA와 챔피언스 리그만이 유일하게 1억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압도적인 팔로워를 자랑하고 있다. UFC의 약진도 눈에 띈다>

                       

또한 팬들의 시청 행태 변화에 따라 수직 카메라 촬영과 모바일 뷰를 도입하였다. 스마트폰 화면에 맞도록 줌-인 앵글을 제공하여 모바일 시청 경험을 극대화하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새로운 콘텐츠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참여율(Engagement Rate)을 2배로 늘렸고, 장기적으로는 NBA 리그 패스 구독 서비스 성장을 이끌었다. 더불어 모바일 시청은 67% 증가하였다.

<모바일에서는 선택에 따라 원하는 뷰로 시청할 수 있다>

                                       

NBA의 시선은 현재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 디지털 투자를 더욱 확대하여 미래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NBA의 디지털 전략 부문 수장인 파버는 팬 경험에 대한 자신들의 비전을 ‘driveway to driveway’로 설명하였다.


 가상 스마트 스피커가 아침에 잠을 깨우고 전날 있었던 경기들의 결과를 알려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팀과 라이벌 팀 간의 경기가 오늘 저녁 있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면 스피커의 봇과 대화를 나누면서 게임 티켓을 원한다고 말하고, NBA 가상 화폐를 이용하여 티켓 구매를 마칠 수 있습니다.


 “경기장으로 갈 때는 무인자동차를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 안에서 전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앞으로 시청할 경기의 프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선수들의 다양한 경기 기록과 시청할 경기에 대한 정보, 모든 소셜 미디어 채팅 등도 함께 보고 이용합니다”


이어서 그는 “차에서 내려 티켓 대신 안면인식으로 경기장에 입장합니다.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고, 좋아하는 매점을 바로 찾아갈 수도 있고, 좌석도 정확히 찾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고 게임을 보는 동안, 선수들에 대한 주요 정보도 볼 수 있습니다. 선수들의 성적,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내용과 경기에 대한 모든 대화를 볼 수 있습니다" 라고 덧붙였다.


<NBA Digital은 전문 조직으로 NBA의 미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러면서 “경기가 끝나면 제일 빠르고 편한 출구를 알려줍니다. 무인자동차로 돌아가면서 방금 관전한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뿐 아니라 놓쳤던 경기까지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장에 있을 때의 찍힌 자신의 사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 미래 같나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현실화될 것이다”라고 말을 마쳤다.

디지털을 통한 성장과 성공을 이룩했지만 팬과의 더욱 긴밀한 접점을 만들고, 팬들의 삶으로 들어가려는 NBA의 비전을 보며 리그와 구단의 철학과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다.


디지털 마케팅 최강자, 나이키

글 서두에서 디지털 기업들이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들을 추월하는 시대적 흐름을 이야기했지만 이에 역행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나이키이다. 나이키는 위에서 언급한 2010년~2019년 기간 동안 매출은 110%, 시가총액은 250% 성장했다.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가치 역시 9년 동안 140%나 상승했다. 언더아머, 룰루레몬 등 신생기업들의 약진 속에서도 시장 내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나이키와 경쟁사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특히, 나이키는 디지털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과 협업하여 서비스한 나이키 플러스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스포츠 브랜드의 역할 자체를 바꾼 최초의 사건으로 평가하고 싶다.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가 제품의 디자인, 기능성, 가격 등의 전통적인 가치로 경쟁하고 있을 때, 나이키는 애플과의 협업을 통해 러닝에 대한 고객 경험 자체를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NIKE X APPLE I NIKE+, 나이키의 IT혁신은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나이키 퓨얼밴드, 나이키ID 서비스 등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해 나갔고, Fast Company는 이러한 나이키의 활동에 주목하여 2013년에 나이키를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하였다. 기존에 선정된 기업들이 애플, 아마존, 구글 등 IT기반의 기업들임을 고려하면 나이키가 시장에 준 임팩트가 특별했음을 알 수 있다. 즉, 나이키를 스포츠 의류와 용품을 생산하는 단순 제조기업이 아닌 고객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기업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혁신은 기술력이 아닌 혁신적인 생각에서 시작된다>

          

나이키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에도 디지털에 집중하여 이미 2010년 디지털 스포츠 부서를 신설하여 역량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여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광고 역시 TV, Print 등 전통 매체가 아닌 당시 성장하고 있는 페이스북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해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였는데, 디지털과 기타 미디어에 전체 광고 예산의 70% 이상을 할애하였다. 매체뿐 아니라 새로운 경험 제공을 통한 고객과의 관계 강화에도 집중하여 NBA와의 스폰서십 체결 후 새롭게 선보이는 유니폼에도 이를 적용하였다. 유니폼에는 RFID칩이 내장되어 있는데, 나이키 커넥트 앱을 실행 후 체킹하면 해당 선수와 팀의 영상, 인터뷰, 경기 결과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느꼈던 감정적 동질감과 더불어 배타적인 콘텐츠까지 제공하면서 고객 경험의 가치를 진일보시켰다.


<특별한 기술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 커넥트 되는 경험은 특별하다>

                 

2017년 6월, 나이키는 디지털 역량을 극대화시키고 소비자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기 위해 ‘Consumer Direct Offence’라는 새로운 기업 전략을 발표하였다. 이날 나이키 회장 마크 파커는 스포츠 시장의 미래는 진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집착하는 기업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The future of sport will be decided by the company that obsesses the needs of the evolving consumer


이는 나이키의 트리플 더블 전략(2X Innovation, 2X Speed and 2X Direct connections with consumers)을 달성하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매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유통 강화를 위해 2017년부터 진행해 온 아마존과의 협업을 포기하고, 직접 판매(DTC) 전략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 강화를 통한 장기적 관점의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중간 유통망에 대한 수수료를 절감시켜 수익성을 제고시키고, 고객들의 직접 경험 확대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온라인 직접 판매를 통해 누적되는 소비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를 파악하고 개인 맞춤 마케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2019년 3월 데이터 분석 기업인 조디악(Zodiac) 8월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수요예측을 하는 셀렉트(Celect)를 인수했고, 신임 CEO로 나이키 내부 인사가 아닌 이베이, 페이팔 등에서 경력을 쌓은 IT전문가 존 도나호를 임명했다. 나이키가 향후 디지털 전환과 DTC 채널 강화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 나이키의 DTC매출은 2019년 30%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나이키가 이러한 행보를 통해 매출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맺으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나 해외 프로리그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시장 규모나 리그 태생, 환경 등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글의 마무리는 어렵지만 분발하자라는 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분발 정도로는 작은 성공도 거두기 어려운 시대이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필요하다.


우선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현재 조직의 디지털 전환 정도와 필요한 수준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한다. 냉정하게 현재를 알아야 부족한 것이 보이고, 어느 정도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가 필요한지 분석해야 한다. 모든 조직이 동일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인재 영입이다. 디지털 인프라 도입과 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여 조직의 DNA를 바꿔야 한다. 현재 프로구단들이 하는 활동은 디지털 관련 채널 구축 및 소셜미디어 운영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대부분 인턴 또는 신입사원들이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부 인력이 부족하면 외부 전문가 또는 조직과 진행해야 하는데, 이 또한 적은 예산 책정으로 그 수준이 팬의 기대에 미치고 못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많은 조직들이 예산 부족을 이야기한다. 구단과 리그에서는 자신들의 목표는 수익이 아닌 성적과 홍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매년 우승을 하는 팀은 한 팀뿐이다.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리그로 보자면 나머지 9개 팀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팬과의 진보된 경험을 통해 충분히 남다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팬들을 위한 구단의 진정한 노력이 보일 때 구단과 팬은 비로소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혁신적인 생각과 투자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 과감한 결정과 행동을 기대해본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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