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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주 Jun 22. 2023

시각장애인이 공중화장실 찾는 방법

© beyond_the_dream, 출처 Unsplash


시각장애인이 되고나서 가장 어려운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을때 그 전과 달리 잘 못하게 된 것을 말하자면 “(공중)화장실을 찾는 일이다.”

화장실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큰 위안을 얻는다. 만약 급한 일이 생겼을때 우왕좌왕하면서 위치를 찾는다는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그래서 생긴 버릇이 어느곳에 가든지 화장실의 위치를 미리 확보한다. 위치 뿐만 아니라 남여의 구분도 확실히 익혀둬야 한다. 또는 아예 가지 않는 방법도 있다. 처음 가보는 식당은 건물 밖에 있기도 하고 열쇠를 이용하거나 비밀번호를 누르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 만약 자주 올 곳이라면 같이 간 사람에게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방법도 있다. 내가 아는 화장실만 가려고 보니 참는 경우도 많다. 특히 대부분 자주 내리는 지하철역은 위치를 대부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처음 가보는 역이라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박종태, 지하철 1호선 시청역 공중화장실 점자블록 이래서야, 에이블뉴스, 2022-09-15)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974


남여 구분도 이슈이다. 성별을 구별하는 방법이 제각각이고 다양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글자로 “남자화장실”이라고 써놓은 곳도 있고 “MEN”도 있다. 물론 픽토그램으로 여자는 삼각형으로 다리 부분을 만들어 놓았다. 혹은 색상으로도 구분하기도 한다.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빨간색이다. 문제는 이 글씨가 보이지 않을때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림도 애매하게 그려놓은 것도 있으며 필자처럼 색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는 정말 난감하다. 실제로 색만으로 구별된 곳을 봤는데 알고보니 글자는 색에 묻혀서 안보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명도대비도 실패 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공중화장실을 가는 방법 중 하나가 앞 사람을 따라 들어가는 것이다. 남성이 들어가는 곳을 천천히 따라 들어가는 방법이다. 마치 신호등에서 신호가 바뀔때 옆사람을 보고 같이 움직이는 방법과 같다. 그런데 들어가는 사람이 없다면? 성별 구분이 어려울때는 일단 아무곳이나 응시한 후 소변기가 있는지 체크를 한다. 다행히 소변기의 유무 정도는 체크가 가능하다.



그리고 어느날 인천공항에서 이런 나의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례를 발견하였다. 그림처럼 불빛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처음에 이것을 보고 분명히 장애인 접근성을 아는 사람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 했다. 우선 픽토그램의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에 멀리서도 잘보였다. 그리고 색 구별도 사용하지 않고 명확한 도형을 불빛으로 표시 해줬다.


화장실 안에서도 세심한 배려를 볼 수 있었는데 사용하는 칸만 불빛으로 표시해주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저시력자들을 위한 가장 큰 배려는 불빛 사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처럼 서서히 시각이 소멸하는 경우 불빛의 깜빡임은 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는 세계적인 기준으로 봐도 수준이 높고 환경도 매우 훌륭하다.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다보니 각자 멋진 방법으로 위치를 표시하지만 필자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위치 표시는 명확한 명도 대비, 색깔 구분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사인으로 규격을 맞추어 주었으면 좋겠다.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974


#시각장애인 #공중화장실 #장애인접근성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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