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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주 Aug 31. 2024

낯설은 나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드디어 아이 방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서투른 4살 아이 엄마아빠는 이사를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은행을 10번 넘게 방문했고 많은 부동산과 집을 드나들었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8월 2일. 드디어 우리 가족이 이사하는 날이 되었다.

아침 7시 30분부터 우리의 짐을 실어 나를 트럭 2대가 도착했다. 요즘은 포장이사라서 나 어릴 적처럼 무거운 짐을 들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이사하는 날은 근처 카페에 가서 아이와 함께 쉬는 것이 전부이다.

이윽고 모든 짐이 집에서 빠지고 4년 전 보았던 우리 집의 깨끗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좁긴 했지만 나름 구조는 좋았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잡동사니와 장난감을 이겨냈고 아주 잠깐의 휴식을 준 것처럼 화사해 보이기까지 했다.


8월 2일은 평일이어서 약간의 업무 처리를 위해 근처 공원에 나왔다. 그사이 아내는 잔금과 이상유특럭

무를 확인하기 위해서 집주인과 우리 다음에 들어올 세입자와 함께 실내에 있었다.

그런데 공원 바깥으로 우리의 모든 세간살이를 담고 이동하는 트럭 2대가 보였다.

'이사 갈 집으로 출발하는구나'

황급히 아내에게 정산이 완료되었는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아까 봤던 그 트럭 2대가 다시 생각났다.

너무 낯설었다.

나의 책상, TV, 옷, 수납장들을 실은 트럭은 마치 남의 짐을 싣고 가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러냐면 그 짐들이 나에게 출발한다고 손을 흔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는 척도 안 하고 지나갔다.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내 내 삶이 나그네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인생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도로를 달리는 트럭 중 하나였다.

도로를 달리는 트럭이 어디서부터 출발했고 어디로 가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도 그 트럭에 내 짐이 실려있지 않았다면 관심조차 없었을 것이다.

나의 삶은 소중하지만 나만큼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그 소중한 내가 인사도 없이 분리되어 떠나다니..

마치 내가 죽고 멀리서 나를 지켜본다면 이런 기분이 들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처음으로 갑자기 내가 낯설어지는 경험을 별안간에 하고 말았다.

무언가 교훈적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식의 글로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그냥 이런 낯선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분명히 나인데, 나 같지 않고 인사도 없이 그냥 가버려서 서운한,

트럭을 운전하시는 기사님이 "우리 이제 이사 갈 곳으로 출발해요"라고 한마디만 해줬어도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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