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내 글의 조회수는 편당 100회를 넘긴 적이 없다. 발행한 첫날에도 10회와 20회 사이에 머무르는 날이 많았고, 며칠이 지나고 나면 0에서 3 사이를 거북이처럼 기어가곤 했다. 코로나 시국에 매주 2편 정도씩 꾸준히 쓴 다음에야 일일 조회수가 200회를 넘기 시작했다.
대개 일일 조회수는 글을 발행하는 당일 가장 높지만, 브런치 홈이나 다음 메인에 소개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개될 글을 선정하는 것은 브런치 팀에게 달린 일이겠기에 기준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선정된 글들을 거꾸로 되짚어보면 대략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주제의 글이노출될까?
브런치가 제공하는 통계를 활용해 지금까지 쓴 96편의 글 중, 상위에 랭크된 15편의 글을 엑셀로 옮겨 와 주제별로 분석해 보았다.
돈(1회), 음식(1회), 집(2회), 쇼핑(2회)
여행(3회), 카페(4회), 기타(2회)
엑셀로 정리해 본 15위까지의 글 랭킹
다음 모바일 기준으로 메인에서 소개하는 주제별 카테고리는 모두 13개. 브런치가 노출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영상'과 '펀&웹툰'을 제외하면 모두 11개다. 평소 다루지 않는 주제인 연예, 스포츠, 직장, 자동차, 동물을 제외하면, 해당 글들이 다음과 같은 네 개의 범주 안에 포함되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쇼핑 ㅣ 머니 ㅣ 홈&쿠킹 ㅣ 여행맛집
다음이 이렇게 카테고리를 만든 이유는 이용자들이 해당 콘텐츠에 많이 접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쓴 글 중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돈, 음식, 여행, 카페'와 같은 주제가 담긴 글들만 다음에 노출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음의 카테고리와 부합되면서 구체적으로 주제가 드러나는 글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제목에 들어간 숫자의 효용성
정보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스마트폰에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건 결국 제목이다. 제목은 글의 핵심 주제나 소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제목만 보고도 글에 담긴 내용을 예상할 수 있어야 클릭으로 이어진다. 콘텐츠 선정에 있어 글의 완성도가 얼마나 고려되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다만, 내 글의 경우 조금은 가볍게 소비될 수 있는 주제와 제목으로 작성한 글들이 메인에 노출되었던 것 같다.
다음에 노출된 제목들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특징은 숫자다. 조회수가 높은 1위 ~ 15위 사이의 글 중 숫자가 들어간 제목이 11개인데, 비율로 따지면 73%에 가깝다. 15위 이후부터 숫자가 들어간 제목은 계속 비율이 줄어들다가 하위 60위 ~ 80위 사이에서는 1편의 글만이 숫자가 들어간 제목이었다. 전체 통계로 볼 때, 다음 메인에 걸리는 글뿐 아니라 브런치 유저들 사이에서도 숫자나 화폐 단위가 들어간 제목의 유입률이 높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제목에 들어간 숫자가 글의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 듯싶다('어린 왕자'에서 주인공은 어른들이 숫자를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또한 전체적으로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쉽게 이해되는 구체적인 제목의 글이 선정될 비율이 높다고 생각된다.
사진을 넣어야 할까?
브런치는 글쓰기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진을 꼭 넣을 필요는 없다. 브런치에는 텍스트 만으로도 훌륭한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 무척이나(너무) 많다. 오히려 텍스트에 집중하게 하려면 시선을 분산시키는 사진은 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가벼운 글에는 사진을 자주 넣는 편이다. 대문에만 올려도 되지만, 어쩐지 사진을 막 투척하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여행이나 공간, 음식처럼 시각적 정보가 들어간 글이면 텍스트만으로는 감질나서 사진을 꼭 여러 장 넣게 된다. 다만, 사진을 추가할 때는 내용의 흐름이 바뀌는 부분이나 글의 끄트머리에 배치한다. 아무 자리에 막 넣었다가는 몰입해서 읽는 독자의 읽기를 방해할 수 있으니까.
다음 메인에 오른 콘텐츠들도 모두 사진이 들어간 글들이었다. 다음에서는 제목과 사진이 함께 노출되는데, 메인에 보이는 사진은 작가가 브런치 글에서 대문으로 사용한 것과는 다를 때가 많다. 사진 선택의 알고리즘이 따로 있는지 편집자가 별도로 선정하는지는 모르겠다. 혹시라도 다음 메인 노출을 원한다면 아주 많이는 아니더라도 글의 내용을 잘 드러내주는 사진을 대문에라도 첨부해야 한다.
전세 사기 이슈가 터질 때 다음 메인에 소개된 이 글은 46만이라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글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런지는..
조회수보다 중요한 것
소통이나 공유보다 고요히 자기만의 글쓰기를 하고 싶은 작가라면, 조회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브런치가 혼자만의 일기장은 아니기에 대중에게 공개되는 걸 피할 수는 없다. 조용히 개인적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글이나 워드 문서를 사용하는 편을 추천한다. 나도 소설이나 시처럼 공개를 원하지 않는(할 수 없는 수준의) 글들은 문서 폴더 안에 고이 넣어 두었다.
조회수가 높다고 해서 라이킷 수가 많아지거나 구독자수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다음 메인을 통해 접속하는 경우, 조회수는 올라가지만 브런치 유저가 아니기 때문에 라이킷을 누르거나 덧글을 달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조회수가 올라가면 브런치 홈에 인기 있는 글로 이중 노출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라이킷이나 구독자수 증가로 연결되기도 한다.
높은 조회수가 글쓰기의 동력이 되어줄 때가 있다. 한 명보다 열 명이 읽어주면 더 힘이 나는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조회수만 높고 소통이 없는 것보다, 조회수는 낮더라도 댓글이 남겨져 있을 때가 훨씬 기쁘다. 냉철한 피드백이든, 개인적 감상이든, 사소한 안부든. 악플만 아니라면 괜찮다. 다행인 건 굳이 시간을 쪼개 악평을 쓰는 사람이 브런치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개는 공감과 다정한 응원일 때가 많다. 어쩌다 폭발하는 10만 조회수보다 살포시 댓글을 남겨주고 가는 브런치 유저 10명이 더 소중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