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수집기#1
#1
나는 책을 구입하는 걸 참 좋아한다. (독서가 아니라 구입이다. 이런) 그래서 점심을 먹고 약간 나른해질 때면, 자주 가는 온라인 서점 사이트를 켜고 책 쇼핑에 나선다. 심지어 가격도 싸다. 어떤 책들은 시중에 풀리기 1~2일 전에 구입할 수 도 있다. 아기자기한 사은품은 보너스. 어떨 땐 사은품에 눈이 멀어 책을 주문한 적도 있다. 아. 아. 도라에몽.
#2
점심때쯤 책을 주문하면, 집에 그 책이 튼튼한 포장지로 싸여 도착해 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책을 만난다는 기분 좋은 설렘은 퍽퍽한 일상에 작은 기쁨 이기도 하다.
#3
예전엔 일주일에 2~3번은 대형 서점에서 이것저것 책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물론 지금은 그만큼의 시간을 낼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하루 배송'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편하니깐, 빠르고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깐. 그렇게.
#4
그러다 보니 '우연하게' 마주치는 책들이 점점 줄어든다. 물론 서점에서 순간 혹한 마음에 집어 든 책들 중 지금 보면 '아니 이걸 왜?' 하는 것 도 많지만, 그럼에도 그런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으면 평생 접해보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종종 내게 새로운 영감을 주곤 한다.
#5
그리고 나 같은 '도서 수집인'들이 가지고 있는 핑계 하나, 책장에 꽂혀 있으면 언제, 어떤 이유에서라도 꼭 읽게 된다.라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믿음. 흠.
#6
'하루 배송'은 편하고, 비 인간적이고, 설렘이 있고, 누군가의 '수고'를 담보로 누리는 편리함이며, 그렇다고 이용하지 않으면 그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이상한 세계의 이야기. 인듯하다.
#7
얼마 전, 한국의 물류가 가장 빠른 이유를 보도로 접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비상식적인 임금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생활에 필요한 만큼 일당을 채우려면, 그만큼 더 일해야 하는 구조. 그만큼 낮은 임금.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근로자들의 노동력.
#8
그래서일까, 요즘엔 휴일에도 심심치 않게 택배가 온다. 그뿐 아니라 밤 12시 가까운 시간에도 초인종은 울린다. 하루의 피곤을 잔뜩 어깨에 실은, 택배 아저씨의 눈을 마주칠 때마다 왠지 모를 죄송함과 머쓱함까지도 든다. 복잡하다. 편해서, 좋은데. 미안하다.
#9
편해서, 좋은데, 미안하다. 그래서 복잡하다. 오늘도 난. 그렇게 딜레마에 빠져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