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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은 당신의 취향을 모른다

: 데이터가 읽지 못하는 인간의 고유성에 대하여

by 류임상


우리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내 취향을 분석해 주말에 볼 영화를 골라주고, 유튜브 뮤직은 내 기분에 딱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합니다. 쇼핑몰 앱은 내가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귀신같이 알고 화면 상단에 띄웁니다.

가끔은 소름이 돋습니다. "어떻게 알았지?"라는 감탄과 함께 우리는 '추천(Recommendation)' 버튼을 누릅니다. 그리고 믿게 됩니다. 이 알고리즘이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하지만 여기서 멈춰 서서 질문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이 파악한 것은 정말 나의 '취향(Taste)'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나의 '습관(Habit)'일까요?


#1 당신이 클릭한 것이 곧 당신은 아니다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합니다. 내가 어제 무엇을 클릭했는지, 어떤 영상에 오래 머물렀는지를 분석하여 그와 유사한 패턴을 제시합니다. 즉, 알고리즘은 나의 '행동(Behavior)'은 알지만, 나의 '동기(Motivation)'는 모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피곤한 퇴근길, 생각 없이 자극적인 가십성 영상을 클릭했습니다. 알고리즘은 즉시 "이 사용자는 이런 콘텐츠를 선호함"이라고 태깅하고, 비슷한 영상을 끊임없이 공급합니다. 하지만 사실 내 내면 깊은 곳의 취향은 고요한 다큐멘터리나 난해한 현대 미술일 수 있습니다. 단지 그 순간 피곤해서 클릭했을 뿐인데, 알고리즘은 그 우발적 행동을 나의 정체성으로 규정해 버립니다.

행동 데이터는 '내가 무엇을 소비했는지'는 말해주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말해주지 못합니다. 진정한 취향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취향은 현재의 상태가 아니라, 내가 지향하는 미적 이상향이기 때문입니다.



#2 평균으로의 회귀: 뾰족한 취향은 제거된다


더 큰 문제는 알고리즘이 필연적으로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를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추천 시스템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사용자가 이탈하지 않고 계속 머무르게 하는 것(Retention). 이를 위해 알고리즘은 '실패하지 않을 선택지'를 제안합니다. 대다수가 좋아했던 것,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것, 이미 검증된 것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뾰족한 취향'은 마모됩니다. 예술적 경험의 본질은 때로 불편하고,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것과의 충돌에서 옵니다. 그 충돌과 마찰이 우리의 안목을 넓혀줍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그 '마찰'을 '노이즈'로 인식하여 제거해 버립니다.

결국 우리는 매끈하고 안전한 콘텐츠의 감옥, 즉 '필터 버블(Filter Bubble)' 안에 갇히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계속 보여주는 거울의 방. 그곳에서 우리의 안목은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비대해질 뿐입니다.


#3 세렌디피티: 알고리즘 바깥의 우연


진정한 안목의 확장은 '세렌디피티(Serendipity)', 즉 뜻밖의 발견에서 이루어집니다.

서점에서 우연히 잘못 집어 든 책, 친구가 무심코 틀어준 낯선 음악, 길을 잃고 들어간 골목의 작은 갤러리. 이들은 데이터로 예측할 수 없는 '오류'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오류 속에서 인생을 바꾸는 영감을 만납니다.

알고리즘은 효율적이지만, 우연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1 다음에 2가 오는 논리적인 세계입니다. 그러나 예술과 창조는 1 다음에 엉뚱하게도 '사과'가 튀어나오는 비논리의 세계에서 피어납니다.

우리가 알고리즘의 추천대로만 선택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예측 가능한 소비자'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추천 목록을 거부하고 낯선 숲으로 걸어 들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고유한 감상자'가 됩니다.


#4 시스템의 오류(Glitch)가 될 용기


지난 글에서 저는 AI 시대의 창작은 '선택'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선택이 유효하려면, 그것은 알고리즘이 떠먹여 준 숟가락 위의 선택이 아니라, 내가 직접 흙을 파서 찾아낸 선택이어야 합니다.

알고리즘은 당신의 취향을 모릅니다. 그것은 당신의 게으름을, 당신의 관성을, 당신의 과거를 알 뿐입니다.

그러니 가끔은 알고리즘을 배신하십시오. 유튜브가 추천하지 않는 검색어를 입력하고, 평소라면 절대 듣지 않을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십시오. 시스템이 예측할 수 없는 '글리치(Glitch, 오류)'가 되십시오.

그 불협화음 속에서, 데이터로는 결코 수치화할 수 없는 당신만의 진짜 취향이, 그 날카로운 안목이 자라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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