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하루 세번 식사도움을 하는 요양보호사의 자세
요양원에서 일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상황은 당연히 어르신과 관련된 것이다.
예를들면, 기저귀케어를 하거나 식사도움을 드리거나 목욕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프로그램시간에 보조강사역할을 하는 등등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매일 세번씩 제공되는 식사를 잘 드시도록 도움을 드리는 일은 기저귀케어만큼 중요한 일이다. 어찌보면 종일 먹고 싸는 일이 하루 일과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요양원의 근무자들은 적어도 하루 한번 혹은 두번씩 식사도움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오전7시~오후4시까지의 나의 근무일정에서, 첫 번째가 아침식사 도움이다.
오전7시~7시30분사이에 이루어지는 아침식사 도움은 전날 밤 야간조 근무자와 함께 하게 된다.
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은 공용거실에 모여 식사를 스스로, 와상_준와상 어르신들은 침상에서 상체부분의 침상을 일으켜 앉은 자세로 식사를 하게 된다.
침상식사 대상자 중에는 힘겹기는 하지만 스스로 수저질을 간신히 할 수 있는 분들도 있고 전혀 수저를 사용할 수 없는 분들도 계시다.
내가 근무하는 4층에서 와상_준와상 대상자는 4명 정도인데 그중에서 완전히 떠먹여드려야 하는 분은 1명이지만, 2~3명의 준와상 어르신들도 열에 서너 번씩은 떠먹여 드리거나 수저로 죽과 반찬을 떠서 놓아드리는 식으로 도움을 드리면 수저만 입으로 가져가는 동작을 취하여 식사를 하시는 경우가 포함되기에 식사시간에도 한 사람에게만 매달려 도움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내 경우, 일단 야간근무자와 함께 모든 어르신들께 식사가 담긴 식판을 분배하고는 가장 도움이 필요한 분부터 차례로 혹은 동시에(한 방에 계시는 경우) 번갈아 식사를 돕는다.
그러는 사이 공용거실에서 드시는 분들은 스스로 식사를 하시는데, 그게 끝나면 식판을 치워드리고 약을 드리고 양치컵을 놓아드려 양치질까지 끝내도록 돕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시로 방과 거실을 돌며 식사 상황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 도움을 드려야 한다. 당연히 스스로 걷거나 휠체어로 이동가능하신 분들은 각자의 방에 달린 화장실에가서 양치질을 하시게 된다.
와상_준와상 어르신들의 식사도움을 드리는 과정에서, 느낀 또 한가지 소회所懷를 나는 밝히려한다.
그것은 침상에서 식사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어르신들의 식사과정에서 뜻밖의 장면을 종종 목격하면서 곱씹어보게 된 일이다.
그 뜻밖의 장면에서 어르신들에게 식사란, 먹는 즐거움은 커녕, 떠먹이니 그저 받아먹을 수밖에 없는 괴롭기 그지없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위 사진들은 내가 아침식사도움을 드리던 어느날 며칠에 걸쳐 확인한 상태인데, 내가 아닌 전날의 야간근무자 A가 해당어르신의 식사를 돕는 중이었다. 사실 이 시간은 무척 바쁜시간이다.
그럼에도 식판상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특히 왼쪽 사진의 주인공은 앞선 몇번의 에피소드에서 언급했던 미순(가명)어르신이다. 오른쪽은 같은 방의 준와상 여자어르신인 정연(가명)어르신의 식사이다.
미순어르신은 아기처럼 웅크린 자세로 전신이 구축되고 입도 수저가 겨우 드나들 정도로만 벌어지며 일반 식사도 불가하여 완전히 갈찬에 죽을 드셔야 하며, 당연히 수저질도 할 수 없기에 삼시세끼를 근무자가 떠먹여드려야 한다.
그날 아침 야간근무자 A가 미순어르신의 식사도움을 하다가 잠시 무슨 일인가로 잠깐 자리를 비웠기에 그사이 어르신의 식사를 도와드리기 위해 다가갔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나는 답답함과 함께 몇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한 일은 위의 경우에서 그치지 않고 또다른 날, 준와상 남자어르신 재문(가명)어르신의 식사에서도 목격되었다. 국에 밥을 말았고 거기다 두가지 반찬을 긁어넣은 상태였다.
그분은 다리 힘이 없으나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오는 것을 좋아하시고 손힘도 부족해서 한번 수저가 입까지 오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스스로 수저질도 가능하시다.
그리고 자신의 의사를 어느정도 표현하고 대화도 통하는 분이시다.
이 어르신은 국에 밥을 말아 드시는 습관이 있어서 그렇게 해드린다. 그러면서 반찬도 같이 드시라고 말씀드리면 어렵지만 그렇게 하려 애쓰시는 분이다.
식사시간이면 나는 와상_준와상어르신 한두 분의 식사도움을 드리거나 혹은 계속 라운딩을 하며 이 어르신이 수저 가득 밥을 떠서도 입까지 가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을때, 그 동작을 돕거나 반찬을 한 수저 떠먹여 드리는 식으로 도움을 드리곤 한다.
내 경우는 반찬을 떠서 죽에 올려 한수저를 만들어 입에 넣어드린다.
그렇게 식사를 오롯이 마친 뒤, 한두 술정도 죽이 남았을 때 가루약을 섞어드리는 식으로 마지막 식사와 약복용까지 마무리한다. 약을 마지막 밥술에 섞는 이유는 가루약이기 때문이다. 가루약을 그냥 정상인처럼 드시게 하기가 어렵기에 물에 개듯이 마지막 밥술이나 국물에 약을 개어 드리는 것이다.
물론, 이역시 정상적인 복용법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어르신의 매끼니 도움이, 어르신의 입장을 배려한 식사가 아닌, 전적으로 주는 사람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시간에 쫓기는 먹이주기로 전락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위와같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몇 차례 목격하고 팀장에게 이야기했다.
어찌보면 고자질이라고 생각될 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이와같은 먹이주기식 식사도움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신념에 따랐다. 식사가 즐겁지는 못할 지언정, 어르신에게 괴로운 일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내가 보낸 사진을 본 팀장도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렇게 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경고하는데도 왜 계속 죽에다 갈찬을 섞고 약을 섞어서 먹이는 걸까?
이미 같은 문제로 지적을 여러번 받았던 그 야간근무자A의 신념이 너무나 궁금했다.
나의 제보를 받았으니, 팀장은 또 며칠 후 경고를 했다.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시간이 없어서 그랬어요....아침에 바쁘니까...
물론, 바쁜게 사실이긴 하지만, 죽과 찬과 약을 한데 섞어 드려야할 정도로 촉박한 것은 아니다. 그 시각에 함께 일해본 사람으로서 그것은 궁색하기 그지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글을 쓰고 보니, 이번에도 나는 아닌데 다른 사람이 저런 짓을 한다는 폭로아닌 폭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비난하려는 의도보다는 글을 읽는 누군가 만약, 자신의 행동이었다고 생각된다면 신념을 바꾸고, 행동을 바꿀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