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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모리 Feb 24. 2016

꿈, 날 살게 하는 것.

"꿈꾸는 청춘, 건투를 빈다"

- 엄청 좋아하는 변영주감독의 영화, <발레교습소> 카피. 


기억음 더듬어보면 늘 '꿈'을 좋아했고, 항상 꿈이 있었다. 목표가 있어야 사는 데에 동력이 생기는 사람이라 언제나 꿈이 있어야만 했다. 종종 친구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고, 늘 꿈에 대해 생각한다. 이렇게 '꿈'이라는 것에 필사적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중3에서 고1로 넘어가던 겨울, 그러니까 2006년 1월 말이었다. 나는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졌다. 모야모야병이라는 희귀난치성 뇌질환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두 번의 뇌수술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다. 성적도 꽤 좋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예비고등학생 때 희귀병이라는 낙인이 찍히니 학교에 나가기 싫었다. 어차피 아픈 몸, 공부는 해서 뭐하나, 대학도 못 갈텐데 싶었다.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무기력증은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발전했다. 특히 불면증이 심했다.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았고 다시 꿈을 찾자고 생각했다. 청소년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고, 적성검사를 하는 등 내 나름의 노력을 시작했다. 상담교사는 내게 언어능력이 좋고, 가르치는 일을 잘하니 문학교사가 될 것을 추천했다. 


문학교사... 하고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어느 날 책상에 앉아있다가 생각했다. 아, 나는 중학생 때까진 책 읽는 걸 좋아했지, 글도 제법 썼었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작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 내 이야길 하는 작가가 되자.


그때부터 내 속에 있던 많은 것들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내 안의 것들을 글로 '배설'하다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고2 때 문학선생님이 내 꿈에 많은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그 선생님과 함께 대학 백일장을 비롯한 온갖 백일장에 참가했고, 백일장에 나가기만 하면 항상 대상을 받게 되었다. 그때부터 반 친구들도 "윤정이는 이제 대상은 껌이여"라고 말해주었고, 근처 학교의 모든 문학선생님들도 백일장이나 글짓기대회만 했다하면 대상은 윤정이가 탈거라고 예상하고 학생을 내보냈다 했다. 


고2 말엔 작가지망생 청소년들이 모인 '글틴'이라는 곳을 알게 되어 그곳에서 활동하며 나와 같은 작가지망생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때 그 '글틴' 친구들 중엔 이미 등단하여 작가로 활동하는 친구도 꽤 있다. 그 친구들의 80퍼센트 가량이 모두 명지대 문창이나 서울예대문창으로 진학했고, 나는 한예종에 가고 싶었지만 시험에 떨어졌다. 한예종 불합격이 가져다준 생각은 '글 쓰는 건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고 취미로 나 혼자 계속 할 수 있다였다.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점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대학에 못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참에 받았던 문화부장관상 덕분에 문예특기생으로 겨우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1학년 여름방학 때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단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 먹었고, 3학년 올라가면서는 철학을 복수전공했다. 내가 공부하려는 '문화연구'의 바탕은 철학이니 학부 때 조금이라도 배워서 가면 수월할거란 계산이었다. 


하여 지금은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에서 문화연구를 공부하고 있다. 종종 친구들에게 말한다. "나 이제 이룰 꿈이 없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생활이, 중학교 때부터 꿈꿔 온 일이야. 내가 책으로만 만났던 선생님들과 밥 먹고 커피도 마셔.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도 있고. 이제 뭐하지?". 정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생각만 해 온 일을 다 이뤄냈다. 굳이 죽어야할 때를 정한다면 석사학위 받고나서도 괜찮겠다 싶다. 중3 때 <대중문화의 겉과 속>시리즈로 알게 된 강준만선생님은 원한다면 선생님과 메일로 약속을 잡고 뵐 수 있고, 팬덤연구를 많이 하신 한예종의 이동연 선생님은 책발간 프로젝트 덕분에 두 주에 한 번씩 뵌다. 이러다보니 이젠 결혼식 하객으로 온 임진모아저씨도 우연히 볼 수 있게 되었다. 학부 교양과목으로 처음 문화이론을 배울 수 있게 하셨던 태지호 선생님도 이제 학회나 문화연구캠프에 가서 종종 뵙는다. 선생님과 박사과정과 장학금 관련 이야기도 나눈다. 

이제 남은 꿈은 돈을 벌어서 내 힘으로 박사학위에 진학해서 박사학위를 받고 싶은 것. 그리고 언젠간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 쓰다보니 계속 나온다. 우리가족사를 영화화하기! 


그렇지만 내 인생의 꿈도 따로 있다.

이해의 범위가 넓은, 마음이 따뜻하고 연륜이 깊은 멋쟁이 할머니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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